촛불혁명의 성공 열쇠는 새누리 해체와 군사독재당 청산에 있다
병신년은 역사적인 해였다. 수백만 민중의 힘으로 박근혜 꼭두각시 대통령을 탄핵하는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2주도 안 남은 기간에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내려질 것 같지는 않지만 2017년에는 가부간 심판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2017년은 박근혜 정권이 퇴진하고 헬조선이 변혁되는 혁명의 해가 될 것인가. “오는 봄만 맞으려 말고 내 손으로 만들자”는 새해맞이 노래가 있듯이 혁명은 민중이 만들지 않으면 결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지배세력은 혁명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정교하게 대처하고 있다. 민중의 박근혜 하야 요구를 국회 탄핵으로 돌렸던 것이 그 한 예다. 아니나 다를까 탄핵소추 결정이 이뤄지면서 촛불시위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시점이 바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다. 우리 민중은 놀랍도록 잘 싸웠다. 그런데 촛불혁명은 성공하는 길로 잘 가고 있는가.
사람들이 촛불시위를 혁명으로 부르는 이유는 이중적이다. 하나는 박근혜를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그것과 함께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한국 천민자본주의를 변혁하는 것이다. 그런데 두 가지 다 완료되지 않았다. 첫 번째조차도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너무나 당연하게도 혁명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겨우 시작됐을 뿐이다. 그러므로 방심은 금물이다. 자만도 금물이다. 아직 축배를 들 때가 아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벌써 지금까지 이뤄진 성과를 자축하며 향유하고자 대선주자들의 경주가 바쁘다. 더불어민주당에게는 지지율이 사상 최고로 40%에 이르렀으니 빠른 시기에 대선이 치러지면 집권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언론에서도 반복적으로 대선후보들의 지지율을 발표하며 그곳으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내년 1월 반기문이 귀국하면 대선 분위기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를 앞두고 원내대표에 선출된 정우택은 친박 핵심의원 2선 후퇴 선언, 친박모임 해체, 친박 해체 등 세 가지를 요청하는 연출을 했다. 친박은 이를 받아들이고 비대위원 구성에서 2선 후퇴한 모습을 연출해 당 해체를 막으려 분주하다. 한편 새누리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얼마 전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새누리당은 당을 정비한 후 곧 개헌특위 가동을 야당에 요구할 것이다. 야당은 친박이 2선 후퇴한 새누리당을 상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 정국은 박근혜 퇴진 촛불정국으로부터 정당들의 개헌 및 대선 정국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검 조사와 탄핵심판이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대면조사도,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방문도 거부한 박근혜가 특검 수사에 순순히 협조할 리 없다. 헌재의 '친박 재판관'들이 조속한 탄핵심판을 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다면 민중혁명 기운은 점차 퇴조하고 의회와 국가기구 안에서 수구보수 당파와 자유주의 당파 사이에서 권력 소유를 둘러싼 경쟁과 협력이 그것을 대체하게 된다.
이때 권력분점 개헌이 있고 나서 대선이 있을지(헌법재판소 탄핵 부결시), 대선에서 개헌이 최대 쟁점이 되면서 대선 이후 권력분점 개헌이 있을지(헌법재판소 탄핵 가결시) 그 수순은 불확정적이다. 어느 경우든 또다시 노동자·민중은 기성 정당들의 고객이 되고 제도권 정당들이 노동자·민중을 대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경우 야권분열로 수구보수 세력이 재집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유주의 야당이 집권해도 혁명은 유산될 것이다. 수구보수 정권은 물러나더라도 그 정치세력은 건재하며, 권력이 수구보수와 자유주의로 분점되고 좌파가 배제된 정치지형에서는 노동계급의 헬조선 해체·변혁은 힘 있게 추진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김영삼 총재, 민정당의 노태우 총재, 공화당의 김종필 총재가 1990년 1월22일 청와대에서 3당 합당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수구보수 정권을 퇴진시키면서 그와 더불어 헬조선 변혁으로 나아가는 비결은 무엇인가. 새누리당 해체가 그 열쇠다. 새누리당은 박정희 공화당과 이를 이어받은 전두환 민정당의 상속자다. 이 당들은 군사독재당으로서 역사적으로 청산돼야 했다. 그런데 유신본당 김종필과 전통야당 김영삼이 3당 야합해 민자당을 만들어 그곳을 서식처로 삼아 살아남았고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름만 바꾸며 명을 이어 왔다. 그 후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었고, 박근혜 퇴진 후에도 계속 정권을 차지하려 버티고 있다.
이처럼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과오와 더불어 군사독재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과오가 이중으로 오늘을 짓누르고 있다. 군사독재당을 청산하지 않고는 일제 잔재도 박정희 모델도 청산할 수 없다. 박정희 모델의 수명이 위태위태한 지금이야말로 그것들을 청산할 절체절명의 기회다.
군사독재당을 청산하려면 새누리당을 해체해야 한다. 그래야 군사독재 세력이 괴멸된다. 그러므로 노동운동은 국회 탄핵소추 가결 다음 차례로 새누리당 해체를 강력하게 압박·관철시켜야 한다. 김영삼을 계승한 비박들도 3당 합당으로 군사독재당을 살려 주고 공범 노릇을 한 역사적 죄과를 깊이 뉘우치고 속히 새누리당을 떠나야 한다.
그래야 야당이 권력을 민중에게 돌려주지 않고 군사독재당과 분점하는 개헌, 노동계급을 배제하고 군사독재당과 겨루는 대선을 막을 수 있다. 또한 민중이 고객 아닌 주인으로 나설 수 있고 헬조선 변혁을 추진할 수 있다.
※ 원문 : 매일노동뉴스 칼럼 -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2016. 1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