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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6일 오전 11시, 전국 164개 대학 및 역사학회 소속 학자 1579명은 서울 흥사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국정 역사교과서를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교육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 방안 발표를 하루 앞두고 진행된 역사학계의 기자회견은 국정 역사교과서 ‘검토본’ 분석과 성명서 낭독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원문 보기 : 164개 대학 역사학자 1579명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촉구 - 교육희망



정태헌 고려대 교수는 “굳이 검토할 필요도 없는 교과서임이 명백하지만 빨간펜 역할을 하지 않기 위해 오류 내용을 밝히지 않자 문제가 없는 교과서인 양 여기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문제점을 지적하겠다”는 말로 성명서 발표와 교과서 분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전근대사 부분을 분석한 송양섭 고려대 교수는 "고교 국정 교과서 전근대 부분 검토 결과 269건의 오류를 찾았으며, 특히 선사고대 부분 서술 중 한 쪽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 11건(오류 6개, 부적절한 서술 5개)이나 발견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송양섭 교수는 조선 전기 지방통치체제를 보여주면서 조선 후기에 성립된 강화, 개성, 수원, 광주의 4도 유수부 체제를 보여주는 지도를 싣는다거나 과전법 폐지 결과 국가와 토지에 대한 지배권이 약화되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임에도 ‘국가의 토지권이 강화되었다’고 서술한 사례를 공개하며 “관점이나 사관의 문제를 떠나 필자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참 용감한 서술”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성보 연세대 교수 역시 “학생들이 수능 시험을 볼 수 없을 만큼 사실 오류로 점철된 교과서”라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민중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훼손하며 우연한 계기만 강조한 근현대사 서술에 대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동학 농민운동을 단순히 군수 조병갑이 학정을 저지른 바람에 일어난 것처럼 묘사한다거나 3·1 운동에 대해서는 일제의 무단 통치 하 근대적 민족의식 성장이라는 근본적 배경은 일체 언급하지 않고 윌슨의 민족자결주의가 들어오고 고종 독살설이 퍼져 일어났다고만 서술하는 등 우연성을 강조해 민중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훼손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이런 관점으로 역사를 쓴다면 광장 촛불이 만들어 낸 대통령 탄핵 사건도 정유라의 말 때문에 생긴 일로 서술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국역사교육학회 소속 방지원 신라대 교수는 국정교과서를 ‘학생들의 눈높이와 흥미를 고려하지 않은 자격 미달 교과서’라고 평가했습니다. 방지원 교수는 “교육부가 국정 교과서를 역사학자가 쓴 권위 있는 교과서라는 식의 주장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역사교과서의 전문성은 학생 눈높이에 맞는 교재를 만들어내는 것에서 확보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무지의 소치”라는 말로 교육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내용 분석을 마친 참가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대다수의 국민들은 촛불 시위를 통해 헌정을 파괴하고 국민을 우롱한 박근혜의 즉각 퇴진과 함께 국정교과서 폐기를 요구했고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지만 황교안 권한대행과 이준식 교육부장관은 민의와 헌법에 반하는 국정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면서 “밀실의 복면집필로 급조되어 엄밀하고 투명한 검토 과정을 거치지 않은 졸속 작업으로 만들어진 현장검토본은 교과서의 기본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 이는 정부가 민주공화국에 걸맞는 최소한의 형식 절차마저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과정에서 이미 규정된 결과였다”고 질타했습니다.


역사학자들은 “우리가 길이 가꿔야 할 대한민국의 안정과 번영은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에서 시작된다”면서 정부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중단을, 국회에는 국정화를 강행하는 황교한 총리 탄핵 및 이준식 교육부장관 해임건의안 의결을 촉구했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