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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 신문에서 조선일보 류근일 전 주필은 “우리 안보 현실에서 보수의 원칙을 지키며 산다는 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최근에 한 말에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당신이 보수라면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이런 ‘반 문재인 캠페인’은 그간 조선일보에 꾸준히 등장해왔던 논리긴 하지만, 갈수록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우려스럽습니다.


‘진짜 안보 보수=반문재인’이라는 조선

- '민주언론시민연합' 오늘의 유감 보도 2016. 12. 27


새누리당 분당이 본격화되면서 조선일보가 ‘진짜 보수’에 대한 나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그 기준이 황당합니다. “우리 안보 현실에서 보수의 원칙을 지키며 산다는 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최근에 한 말에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이죠.


이미지 출처 - 민언련


이런 주장을 펼친 것은 조선일보 전 주필이자 현재는 뉴데일리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류근일입니다. 류씨는 조선일보 자신의 기명 칼럼 코너 "류근일 칼럼 / 반기문과 인명진 그리고 보수"(2016. 12. 27)에서 “보수란 정말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할 것인가?”라고 질문한 뒤 “문재인 적 양심의 자유”에 “‘노’라고 말해야 그게 한국적 보수의 최저선일 것”이라 답했습니다. 이 최저선을 지키지 않으면 “겉만 번지르르한 위선적 보수”라는 것이죠.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는 “한·미 공조보다 ‘남·북 공조’가 더 일러야 한다"는 듯한 순서 매김, 전 세계적인 대북 제재와 달리 개성공단을 즉시 다시 열자는 듯한 발언, 한·미 사이에 이미 약속된 사드 배치를 뒤로 미루자는 듯한 어투, 국가 정보기관을 ‘고치자’고 하기보다 회의하는 말, 시민사회(운동단체?)가 참여하는 사회 개혁 기구 설치 같은 생경한 논리, 현행 역사 교과서의 문제점에 대해선 아무 비판 의사도 없는 듯한 시각” 등을 제시했습니다. 딱히 안보에만 국한된 ‘불만사항’도 아니고, 그냥 문재인 전 대표의 거의 모든 주장이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식인데요. ‘보수의 최저선’이라는 거창한 논리를 뒷받침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판단 근거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진짜 안보를 걱정하는 보수라면 정부의 안보무능이나 방산비리를 해결하자는 주장부터 펼쳐야 하는 것 아닐까요?


류씨의 이 같은 주장은 표면적으로는 비박 탈당파나 ‘제3의 빅텐트’를 꿈꾸는 야권 인사들, 그리고 반기문 총장에게 던지는 메시지이지만, 사실상 유권자들을 향해 던지는 ‘문재인 전 대표의 안보관에는 문제가 있다’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당신이 보수라면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이런 ‘반 문재인 캠페인’은 그간 조선일보에 꾸준히 등장해 왔던 논리이기는 하지만, 갈수록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우려스럽습니다.


조선일보가 문재인 전 대표의 ‘진짜 안보 보수’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면, 같은 날 동아일보는 문재인 전대표의 사드 배치 문제나 전시작전권 환수 등의 문제를 언급하는 행동이 ‘안보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먼저 "사설 / 문재인의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가 ‘진짜 안보’인가"(2016. 12. 27)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유력 대선주자라면 말로만 대북 경고와 한미동맹 중시를 외칠 것이 아니라 정책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며 “문재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그를 찍지 않은 유권자 5명 중 1명이 친북 성향과 좌편향을 문제 삼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다시 ‘안보 포퓰리즘’"(2016. 12. 27)에서는 “야권에서 사드 배치 결정의 연기나 재고를 주장하는 것은 ‘안보 포퓰리즘’의 재판”이며 “이를 뒤집겠다는 야권의 발상은 정권만 잡을 수 있다면 국민의 안전과 대미관계는 어찌 되든 안중에 없다는 의미로 비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언론이 후보자의 공약이나 주장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에 나서는 대신, 종북몰이나 ‘진짜 보수론’ 등 낙인찍기에 몰두하고 있는 나날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