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맞이 대청소, 혼자서 하는 이유
불탄의 開接禮/아내와 천사 셋 : 2009. 12. 3.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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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놀고 있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청소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청소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막연한 생각이 들었던 거지요. 단순히 갖게 된 생각이라도 행동에 옮기는 게 낫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고, 빗자루로 이곳저곳 구석구석을 쓸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렇게 청소를 하고 있는 제 꼬락서니가 어디서 많이 보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만히 생각을 더듬어 보니 1년 전의 제 모습이 지금의 그것과 판박이처럼 닮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겁니다. 그리고 한가지 희한한 것은 바로 그때나 지금이나 청소를 하려 했던 마음이 생기자마자 아무 생각없이 눈에 보이는 지저분한 것들을 쓸고, 닦고, 밀고, 치웠었다는 기억이 나는 겁니다.
먼저 검은 봉투를 준비했습니다. 크고 작은 종이며, 쓰레기를 주워서 준비한 검은 봉투에 담았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빗자루를 들고 구석구석까지 쓸어내어 쓰레받이에 받아 또 다시 검은 봉투에 부었습니다. 진공청소기를 이용해서 남은 먼지가루까지 깨끗하게 다 흡입시키고, 손빨래로 깨끗이 세탁한 밀대용 손바닥만한 걸레를 기구에 장착시켰습니다. 먼지가 있는 곳이나 없는 곳이나 가리지 않고 구석구석까지 있는 힘껏 밀대를 이용해 닦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바닥은 '뽀드득 뽀드득' 소리라도 나는 것 깨끗하게 닦여져 있었습니다.
어? 그런데 지금의 이런 모습이 분명히 1년 전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청소를 하다 말고 다시 읽다만 일기장을 뒤적거리니 작년 요맘 때의 기록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 작년 이 맘 때도 아내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군요. 그리고 퇴근을 해서 집으로 오는 시간도 지금처럼 아홉시가 조금 넘어서였습니다. 아마 그때의 불탄은 지금처럼 열심히 겨울맞이 대청소를 하고 있었나 봅니다. 아내가 직장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부쩍 눈에 지저분하게 느껴진 집안을 말끔히 치우고 싶은 마음 때문에 청소를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아내가 직장에 나가지 않고 집안 살림만 했을 때가 직장을 다니기 시작할 때보다 훨씬 깔끔했다거나 위생적으로 청결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는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집안 꼬라지가 더 좋지 않아 보이는 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내가 직장을 다니기 전 같으면 뭐가 어찌 되었건 지저분한 것에 대해 뭐라고 크게 한 마디 퍼부을 수 있겠습니다만 지금은 그럴 처지가 아닐 뿐더러 오히려 고생을 시키고 있다는 미안함 때문에라도 침묵을 지키는 것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두 딸아이가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의 만 3세와 만 4세반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아내는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햇수로 2년이 훨씬 넘어가고 있네요. 어찌되었건 결론적으로 지금까지의 기간 동안 가장으로서 아내를 돈벌이 지옥에 내몰았다는 미안함은 떨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아내도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낮에 직장에서 시달렸던 것 때문에라도 집안 살림은 나몰라라 하고 싶을 겁니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미룰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불탄 역시 마찬가지죠. 누가 집에서까지 손에 물 묻히고 허리 접어가며 설겆이며 방청소를 하고 싶겠습니까? 세탁기에 빨래 돌아가는 소리가 그냥 달콤하게 전해오는 자장가 소리로 들리는데 말입니다.
조금이나마 집에 일찍 돌아오는 사람이 하나라도 더 치워야 되겠다는 생각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래도 남편이라는 꼴값 때문에 서운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허나 누구한테 탓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현실을 인정하게 함과 동시에 놓여진 환경에 순응하게끔 하는 묘한 기운을 심어주는가 봅니다.
우선 서재로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방부터 청소를 시작합니다. 청소를 하면서 코딱지만한 방 하나 치우는데 괘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을 보면 스스로가 청소에 소질이 없는 것 정도는 여실히 느끼게 됩니다. 이어서 두 아이를 컴퓨터 방에 감금(?)시켜 놓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이트를 열어 줍니다. 서로 더 많이 이용하겠다고 싸우기 전까지는 조용히 컴퓨터를 하고 있을 것이기에 나머지 구역의 방역(?)을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쓰는 방을 지금은 막내처남이 쓰고 있지만 막내처남 스스로 청소를 하지 않는다고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그저 내 복이려니 하면서 마흔 셋의 자형이 스물 둘의 막내처남이 쓰는 방까지 청소를 합니다. 그야 말로 씨발이라는 욕이 나오기 일보직전입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우리 네 식구가 자는 안방을 마저 치우기 시작합니다. 청소를 다 끝낸 다음에는 아이들을 위해 방바닥이 식지 않도록 요를 깔고 이불로 덮어놓습니다. 아마 내일은 퀸사이즈와 싱글사이즈가 한 세트로 구성된 '해달(日月)이 전기매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니 오늘까지만 신경쓰면 될 것입니다.
아침식사를 대용식으로 했는지 싱크대에는 설겆이 거리가 없습니다. 거기까지 확인을 하고 시계를 보니 밤 9시 20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왕 손을 댔으니 끝장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싱크대를 중심으로 차단스(이것을 뭐라고 하나? 그릇장?)에 있는 락앤락이며 접시며 그릇들의 정리에 들어갑니다.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어 아내를 맞이했을 때, 아내의 얼굴에는 놀람이 가득차 있습니다. 착하디 착한 아내는 미안함과 당혹감이 교차하는 어정쩡한 얼굴 표정을 지으며 목에 두른 목도리만 얼른 빼내고서는 한 손 거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인지 꽤나 시간이 걸릴 줄 알았던 주방정리를 시작한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냉장고 정리는 그나마 별다른 것이 없었기에 금방 끝낼 수 있었고, 거실 텔레비전 주변부터 신발장까지도 아이들이 어질러 놓은 책 몇 권과 마스크, 장갑 이외에는 다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옷방으로 사용하던 안방을 침실로 다시 꾸미면서 거실에 갖다놓은 빨래 건조대만 정리하면 다 끝이 날 것 같습니다. TV를 틀어놓고 건조대에 다 말려진 빨래를 하나씩 개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봅니다. 아내가 고맙고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불탄 역시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할 뿐입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올해를 넘기면서 또 한 살씩 나이를 먹게 될 테고, 또 그렇게 부부생활이 14년차로 깊어가게 될 것입니다.
혼자서 해내려고 시작했던 대청소가 결국 아내와의 합심으로 끝이 났습니다. 앞으로의 인생도 이렇게 흘러가겠죠. 어느 누구 하나의 인생일 수 없는 것이 가족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록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대청소를 시작했던 것이 좋은 결과를 낸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커피를 한 잔 타주고 아내는 기다란 하품의 꼬리만 싹뚝 잘라 놓은 채 잠자리를 찾아 들어갑니다. 이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고 저도 내일을 위해 숙면을 취해야겠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렇게 청소를 하고 있는 제 꼬락서니가 어디서 많이 보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만히 생각을 더듬어 보니 1년 전의 제 모습이 지금의 그것과 판박이처럼 닮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겁니다. 그리고 한가지 희한한 것은 바로 그때나 지금이나 청소를 하려 했던 마음이 생기자마자 아무 생각없이 눈에 보이는 지저분한 것들을 쓸고, 닦고, 밀고, 치웠었다는 기억이 나는 겁니다.
먼저 검은 봉투를 준비했습니다. 크고 작은 종이며, 쓰레기를 주워서 준비한 검은 봉투에 담았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빗자루를 들고 구석구석까지 쓸어내어 쓰레받이에 받아 또 다시 검은 봉투에 부었습니다. 진공청소기를 이용해서 남은 먼지가루까지 깨끗하게 다 흡입시키고, 손빨래로 깨끗이 세탁한 밀대용 손바닥만한 걸레를 기구에 장착시켰습니다. 먼지가 있는 곳이나 없는 곳이나 가리지 않고 구석구석까지 있는 힘껏 밀대를 이용해 닦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바닥은 '뽀드득 뽀드득' 소리라도 나는 것 깨끗하게 닦여져 있었습니다.
어? 그런데 지금의 이런 모습이 분명히 1년 전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청소를 하다 말고 다시 읽다만 일기장을 뒤적거리니 작년 요맘 때의 기록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 작년 이 맘 때도 아내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군요. 그리고 퇴근을 해서 집으로 오는 시간도 지금처럼 아홉시가 조금 넘어서였습니다. 아마 그때의 불탄은 지금처럼 열심히 겨울맞이 대청소를 하고 있었나 봅니다. 아내가 직장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부쩍 눈에 지저분하게 느껴진 집안을 말끔히 치우고 싶은 마음 때문에 청소를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아내가 직장에 나가지 않고 집안 살림만 했을 때가 직장을 다니기 시작할 때보다 훨씬 깔끔했다거나 위생적으로 청결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는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집안 꼬라지가 더 좋지 않아 보이는 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내가 직장을 다니기 전 같으면 뭐가 어찌 되었건 지저분한 것에 대해 뭐라고 크게 한 마디 퍼부을 수 있겠습니다만 지금은 그럴 처지가 아닐 뿐더러 오히려 고생을 시키고 있다는 미안함 때문에라도 침묵을 지키는 것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두 딸아이가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의 만 3세와 만 4세반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아내는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햇수로 2년이 훨씬 넘어가고 있네요. 어찌되었건 결론적으로 지금까지의 기간 동안 가장으로서 아내를 돈벌이 지옥에 내몰았다는 미안함은 떨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아내도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낮에 직장에서 시달렸던 것 때문에라도 집안 살림은 나몰라라 하고 싶을 겁니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미룰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불탄 역시 마찬가지죠. 누가 집에서까지 손에 물 묻히고 허리 접어가며 설겆이며 방청소를 하고 싶겠습니까? 세탁기에 빨래 돌아가는 소리가 그냥 달콤하게 전해오는 자장가 소리로 들리는데 말입니다.
조금이나마 집에 일찍 돌아오는 사람이 하나라도 더 치워야 되겠다는 생각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래도 남편이라는 꼴값 때문에 서운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허나 누구한테 탓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현실을 인정하게 함과 동시에 놓여진 환경에 순응하게끔 하는 묘한 기운을 심어주는가 봅니다.
우선 서재로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방부터 청소를 시작합니다. 청소를 하면서 코딱지만한 방 하나 치우는데 괘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을 보면 스스로가 청소에 소질이 없는 것 정도는 여실히 느끼게 됩니다. 이어서 두 아이를 컴퓨터 방에 감금(?)시켜 놓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이트를 열어 줍니다. 서로 더 많이 이용하겠다고 싸우기 전까지는 조용히 컴퓨터를 하고 있을 것이기에 나머지 구역의 방역(?)을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쓰는 방을 지금은 막내처남이 쓰고 있지만 막내처남 스스로 청소를 하지 않는다고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그저 내 복이려니 하면서 마흔 셋의 자형이 스물 둘의 막내처남이 쓰는 방까지 청소를 합니다. 그야 말로 씨발이라는 욕이 나오기 일보직전입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우리 네 식구가 자는 안방을 마저 치우기 시작합니다. 청소를 다 끝낸 다음에는 아이들을 위해 방바닥이 식지 않도록 요를 깔고 이불로 덮어놓습니다. 아마 내일은 퀸사이즈와 싱글사이즈가 한 세트로 구성된 '해달(日月)이 전기매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니 오늘까지만 신경쓰면 될 것입니다.
아침식사를 대용식으로 했는지 싱크대에는 설겆이 거리가 없습니다. 거기까지 확인을 하고 시계를 보니 밤 9시 20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왕 손을 댔으니 끝장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싱크대를 중심으로 차단스(이것을 뭐라고 하나? 그릇장?)에 있는 락앤락이며 접시며 그릇들의 정리에 들어갑니다.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어 아내를 맞이했을 때, 아내의 얼굴에는 놀람이 가득차 있습니다. 착하디 착한 아내는 미안함과 당혹감이 교차하는 어정쩡한 얼굴 표정을 지으며 목에 두른 목도리만 얼른 빼내고서는 한 손 거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인지 꽤나 시간이 걸릴 줄 알았던 주방정리를 시작한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냉장고 정리는 그나마 별다른 것이 없었기에 금방 끝낼 수 있었고, 거실 텔레비전 주변부터 신발장까지도 아이들이 어질러 놓은 책 몇 권과 마스크, 장갑 이외에는 다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옷방으로 사용하던 안방을 침실로 다시 꾸미면서 거실에 갖다놓은 빨래 건조대만 정리하면 다 끝이 날 것 같습니다. TV를 틀어놓고 건조대에 다 말려진 빨래를 하나씩 개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봅니다. 아내가 고맙고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불탄 역시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할 뿐입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올해를 넘기면서 또 한 살씩 나이를 먹게 될 테고, 또 그렇게 부부생활이 14년차로 깊어가게 될 것입니다.
혼자서 해내려고 시작했던 대청소가 결국 아내와의 합심으로 끝이 났습니다. 앞으로의 인생도 이렇게 흘러가겠죠. 어느 누구 하나의 인생일 수 없는 것이 가족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록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대청소를 시작했던 것이 좋은 결과를 낸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커피를 한 잔 타주고 아내는 기다란 하품의 꼬리만 싹뚝 잘라 놓은 채 잠자리를 찾아 들어갑니다. 이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고 저도 내일을 위해 숙면을 취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