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의 매카시즘 - '혁명' 발언이 97번이나 된다면서 문재인 죽이기에 혈안인 TV조선
12월 28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전날에 이어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김영재 의원 등 세월호 참사 7시간 의혹과 관련된 ‘비선의료진’, 그리고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 관련 청와대 개입 정황이 주요하게 다뤄졌습니다. 특검은 관련자 소환, 압수수색 등, 연일 고강도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방송사들도 모두 특검 행보를 따라 보도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KBS와 MBC는 진상규명에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TV조선은 국정파탄 사태의 진실이 드러나는 와중에도 조기대선을 겨냥한 ‘문재인 때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혁명’ 97번 외친 문재인은 사상에 문제가 있다? - TV조선의 ‘황당 기획’
TV조선 "'혁명' 97번 외친 문재인"(2016. 12. 28)은 통상적인 보도와 달리 미니 다큐 형식을 차용해 성우의 코멘트로 이뤄지는 기획 보도입니다. 윤정호 앵커는 “유력한 대권주자들이 주로 어떤 말을 쓰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심층 분석하는 연속 기획을 준비”했다며 그 첫 순서로 “조기 대선 정국에서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를 받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꼽았습니다. 이 보도는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 중 특정 용어를 집중 부각하여 문재인 전 대표의 사상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매카시즘’입니다.
TV조선은 “국가를 대개조하는 명예혁명에 나서야 합니다” 등 문재인 전 대표의 ‘혁명’ 발언 장면을 연달아 보여주면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혁명을 입에 달고 다닙니다”라고 먼저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박근혜의 1차 대국민 사과 직후부터 현재까지 두 달 동안 모든 연설과 간담회”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어떤 용어를 썼는지 분석합니다. “‘혁명’은 총 97번, ‘대청소’는 28번 나왔습니다. ‘투쟁’과 ‘대청산’도 자주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투쟁 끝에 6월 항쟁의 승리가… 퇴진 투쟁에 나설 수밖에… 더 강력한 하야투쟁에…” 등 문재인 전 대표의 여러 연설장면 중 투쟁이 언급된 부분만 잘라 붙이기도 했습니다.
△ 문재인이 혁명과 투쟁을 자주 발언해 문제라는 TV조선 2016. 12. 28
이어서 나오는 내용은 TV조선이 줄곧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언론 개혁 주장과 관련된 것입니다.
TV조선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언론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도 드러냈습니다. ‘언론’이 90번 언급됐고, ‘종편’은 6번 거론”했다면서, “탄핵 국면을 촉발한 최순실 사태가 TV조선 등 종편의 추적 보도로 드러났다는 진실은 외면”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때 화면에는 “언론 편 나누기, 불신‧적대감 표출”이라는 자막까지 띄웠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언론과 관련해 어떤 말을 했는지는 알려주지도 않고 무작정 ‘언론 편 나누기’ ‘언론에 적대감’이라며 몰아붙인 겁니다.
보도 말미에는 “정유라란 이름을 꺼낸 건 단 두 번뿐입니다. 문 전 대표 본인도 아들의 취업특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단 점을 의식한 것”이라며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여당과의 선거전에서 나왔던 ‘아들 취업 특혜 의혹’까지 거론했습니다. 또한 “국가 지도자의 말은 사상의 표현이고 철학의 표현, 문 전 대표가 모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말”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으로 문재인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혁명과 투쟁, 언론개혁을 ‘입에 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사상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입니다.
탄핵 이끈 혁명에 TV조선 스스로도 ‘혁명 비유’
혁명을 97번 말하고 언론도 90번 말했다는 이유로 문재인 전 대표를 비난한 TV조선. 연설과 발언의 전체 맥락이 아닌 사용된 단어만으로 특정인을 비판하는 보도의 취지 자체가 부당합니다. 특히 혁명과 투쟁이라는 용어에 집착한 대목은 TV조선이 여전히 케케묵은 ‘색깔론’ 프레임에 매몰되어 있음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러나 정작 TV조선 스스로도, 그리고 자매사인 조선일보도 100만 시민이 나왔던 11월 12일 3차 범국민행동 직후 촛불을 혁명에 비유했습니다.
TV조선 "촛불집회의 정치적 의미"(2016. 11. 12)에서 배성규 정치부장은 “이번 촛불집회를 우리 민주화 역사의 큰 사건들, 4‧19혁명 6‧10항쟁과 비교할 수 있다”며 촛불 시민을 극찬했습니다. 조선일보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과 명예혁명"(2016. 12. 23)에서 “촛불집회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권리장전 선언”이라 치하하면서 유혈사태 없이 진행된 영국의 “명예혁명”에 비견했습니다. 심지어 박근혜에게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명예혁명의 역사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고 조언하기도 했죠. 스스로가 혁명을 말하면 문제가 없고 문재인 전 대표가 혁명을 말하면 문제가 된다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논리입니다.
언론개혁 요구에는 아전인수·적반하장, 제 발 저린 TV조선
TV조선이 문재인 전 대표의 ‘언론’ 관련 발언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부분은 ‘아전인수’, ‘적반하장’에 가깝습니다.
△ 문재인 전 대표의 '언론개혁'을 '언론 편 나누기'로 규정한 TV조선 2016. 12. 28
TV조선은 문재인 전 대표가 “언론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드러냈다면서 자사의 국정파탄 사태 보도의 공로를 외면했다고 주장했죠. 그러나 문재인 전 대표는 이번 국정파탄 사태에 기여한 언론들의 활약을 폄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비판한 부분은 이번 사태 이전에 일관적으로 박근혜와 정부‧여당을 비호해 온 ‘부역 언론’과 청와대 낙하산 인사로 망가져버린 공영방송 KBS‧MBC의 문제입니다.
실제로 TV조선은 2011년 개국 당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초대해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며 찬양한 사례를 비롯해, 지난해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인 관광객 늘어날 것”이라며 반색한 보도, 올해 7월 사드 배치 결정 당시 성주군민들에 ‘외부 세력 개입론’을 뒤집어 씌웠던 보도, 9~10월 백남기 농민 사망 당시에는 정부의 부검 시도 옹호 등 명백히 정부 편에 선 편파성을 띄었습니다. 국정파탄 사태에 있어서도 TV조선은 7월 미르재단의 대기업 강제 모급 의혹을 보도해 놓고도 10월 25일까지 최순실 이름 석 자를 끝내 꺼내지 않았고, 송희영 주필을 둘러싼 조선일보와 청와대 간 암투에 몸을 사렸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TV조선은 이런 배경은 쏙 뺀 채 자사가 최순실 관련 단독보도를 냈다는 사실만 내세워 언론개혁의 가치를 폄훼했습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 - 어제 방송뉴스 2016. 12. 29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