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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6일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조갑제 씨입니다. TV조선 "최희준의 왜?"(2016. 12. 26)에 출연한 조갑제 씨는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문화예술인들을 박해하고 예산 지원에서 배제했다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그 리스트(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반드시 필요한 리스트”라며 옹호했습니다.


조갑제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반드시 필요한 리스트”

- 민주언론시민연합 며칠 전 종편시사 2016. 12. 29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문화예술인들을 박해하고 예산 지원에서 배제했다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속속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26일 SBS의 단독 보도 "문체부 블랙리스트 실물 입수"(2016. 12. 26)를 통해 블랙리스트의 실물이 공개된 뒤, 후속 보도와 문화체육관광부 관련자들의 증언도 이어지고 있죠.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이 사실이라면 정부가 나서서 국민의 기본권과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중대 범죄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TV조선 "최희준의 왜?"(2016. 12. 26)출연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의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조 씨는 “그 리스트(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반드시 필요한 리스트”라며 정부의 블랙리스트를 옹호했습니다. 조 씨는 조 장관의 자택 압수수색 소식을 듣던 중이었는데요. 별안간 “주제가 블랙리스트로 나왔으니까 이건 이렇게 정리가 됐으면 좋겠어요”라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조 씨는 “우리가 이른바 좌파 정권, 또는 진보 정권 10년 계속 되는 동안에 문화예술계에 반국가적인 어떤 거는 친북적인, 반미적인 영화나 이런 게 많이 번졌고 그것을 바로잡아야 되겠다는 의지를 이명박 정부도 가졌고 보다 확실하게 가졌던 정부가 박근혜 정부입니다. 그리고 그 의식을 실천하는 위치에 있었던 사람이 김기춘 실장이고. 그러려면 제일 처음에 현황 파악이 돼야 될 거 아닙니까? 누가 그런 영화에, 그분들이 보기에 반국가적 영화나 예술 활동을 했느냐 하는 그 리스트는 반드시 필요한 리스트예요. 그러나 그걸 가지고 이걸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건 안 되죠. 정보 판단 차원에서 작성한 거라고 저는 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반드시 필요한 리스트”라며 정부의 예술계 검열 통제를 옹호한 조갑제 - TV조선 최희준의 왜?


조 씨는 문제의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정부의 정보 판단 차원에서 작성된 보고서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블랙리스트가 불법적으로 이용되지만 않으면 오히려 필요한 리스트라고 주장하죠.


조 씨가 근거로 대는 이유도 황당합니다. ‘문화예술계가 반국가적인 영화를 만들어서’입니다. 반국가적인, 친북적인 예술 활동을 바로 잡겠다는 이유에서 이 리스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예술가와 예술작품을 반국가적이다, 친북적이다며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우습지만, 그것을 올바른 방향으로 바로 잡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문제입니다. 예술가와 그의 작품이 반국가적인지, 친북적인지, 옳은지 그른지는 누가 판단합니까? 블랙리스트에는 세월호 참사 관련 시국선언 참여자,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자 등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들이 과연 친북적이고 반정부적인 사람들이었을까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어떤 주장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습니다. 조 씨의 주장은 불법적인 여부를 떠나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문제 발언입니다. 문화예술의 가치는 자유로운 정신과 창의적인 표현에서 나옵니다. 문화융성을 4대 국정지표의 하나로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가 이런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예술계를 사찰하고 검열했다는 사실은 좌·우를 떠나 심각한 문제입니다.


조 씨는 이런 블랙리스트 논란조차 좌·우의 진영갈등으로 진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 씨의 주장대로 편향된 예술계를 바로잡는데 블랙리스트와 같은 폭력적인 수단이 필요하다면, 공공의 안정을 위한다며 반대세력을 탄압하고 독재를 합리화한 유신정권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