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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5일,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는 ‘야당 의원 방중’에 대해 논했습니다. 출연진 다수는 ‘굴욕’, ‘매국’ 등의 자극적 표현으로 민주당을 비방합니다.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편집위원은 ‘사대주의’, ‘자주를 포기한 행위’ 등이라 분석하더니, 민주당 대표적 ‘중국통’이라 인정받는 송영길 의원을 두고 “친구들하고 중국 여행 갔다 오신 정도”라고 깎아내렸습니다. 정미경 전 새누리당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을 “제정신이 아니다”라 폄하하기까지 합니다.


방중일인 4일엔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과 정호성 청와대 전 부속비서관의 통화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국장은 최순실이 “(연설문 수정에)굉장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며 뜬금없이 찬사를 보냅니다. 진행자 김광일 씨도 “센스가 있는 것 같아요”라 맞장구를 칩니다.


이정훈, 야당 매도하려다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으로 송영길 의원 비하

- 민주언론시민연합 며칠 전 종편시사, 2017. 1. 10


4일, 송영길 의원 등 민주당 의원 7명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민주당은 방중 이유를 왕이 외교부장 등 중국 정부의 고위관계자들을 만나 사드 배치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라 밝혔습니다. 특히 경제 보복으로 의심되는 무역제재가 나날이 확대되어, 의원외교가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한목소리로 야당 의원 방중을 ‘사대주의’, ‘굴욕외교’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종편 출연진의 교과서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중국의 이간계에 말려든 제1야당’ 등의 분석을 내놨습니다. 그러자 출연자들도 격하게 야당 매도에 동참했습니다.


먼저 채널A "김승련의 뉴스TOP10"(2017. 1. 5)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편집위원은 민주당 의원을 공격하려다가 사실관계와 다른 내용을 단정적으로 말합니다. 이정훈 씨가 송영길 민주당 의원에 대해 “제가 알기론 중국을 잘 아는 분이 아니거든요”라 말한거죠. 진행자 김승련 씨가 “대만에 머물면서 중국을 공부한 적이 있죠”라 답하자, 이 씨는 “없죠”라 단언했습니다. 심지어 “친구분들하고 작년인가 재작년에 중국 여행 갔다 오신 정도로 알고 있는데”라는 설명도 덧붙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송영길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중국통’으로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2014년 인천시장 재선에 실패한 뒤 중국과 대만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1년간 베이징 칭화대와 타이베이 정치대학에서 연구 교수 생활을 했습니다. 심지어 작년 8월, ‘인민일보’는 송 의원을 한중수교 24주년 맞이 한국의 중국통 국회의원으로 선정해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송 의원은 “중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방송통신대학 중어중문학과를 등록해 졸업했다. 인천광역시장 시절에 중국 여러 도시와 자매 도시를 맺어 교류활동을 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는 송 의원 비방을 위해, 사실관계와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채널A "김승련의 뉴스TOP10"(2017. 1. 5)는 이정훈 씨의 발언만이 문제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날 방송은 “사드에 대해서 굴욕외교를 하고 왔다”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발언을 보여주더니, 이 발언에 반박한 송영길 의원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문제는 그 발언 중 “사드 3개 추가 설치 주장하는 유승민은 대선주자급이 아니다”, “유승민은 어버이연합 수준, 단세포, 록히드 마틴 대변인이라 해야 할 것 같다” 등 일부 자극적 문구만 자막으로 뽑았다는 것입니다.


실제 송영길 의원은 “국익을 위해 노력하는 방법론상의 차이를 적대시하고 매국으로 비난하는 것은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정치인으로서 수준 낮은, 성숙하지 못한 모습”, “결국 유승민 의원이 자신의 뿌리가 박근혜 라는 한계를 버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뒤에 숨어서 비난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공개토론 할 것을 제안한다”라고 말했지만, 이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자극적인 발언만 골라 내보내서 야당 의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킨 셈이죠.


△ 송영길 의원의 자극적인 발언만 골라 보여주는 채널A '김승련의 뉴스TOP10' 화면 캡처


여기에 이정훈 씨는 “저분 대학생 때 연대 학생회장 했는데요. 그때 주장했던 게 자주입니다. 자주 등등 주장했는데, 자주 하자는 양반이 왜 저기 가서 저러고 있어요?”라는 황당한 말까지 덧붙입니다. 마치 송 의원과 민주당이 마치 중국에 안보를 팔아넘기고 주권을 포기하기라도 한 것 같이 몰아 부친 것입니다. 이를 위해 사대주의란 표현도 서슴지 않습니다. “우리 국민들도 사대주의는 안 좋아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원하지”, “왜 거기 가서 감 놔라 배 놔라 중국하고 개입하라고 합니까? 골수 더민주당 지지자가 아닌 이상은 ‘이거 뭐야?’ 이럴 겁니다”라는 것입니다. ‘정보는 아니고 자신의 판단’ 이라면서도 수차례 단정적으로 주장합니다.


TV조선도 지지않아, 민주당 방중 의원들 향해 “제정신이 아니야”


이는 이정훈 씨와 채널A "김승련의 뉴스TOP10"(2017. 1. 5)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종편 출연진 다수가 야당 방중을 일방적으로 비방했습니다. 특히 TV조선 "이것이 정치다"(2017. 1. 5)에 출연한 정미경 전 새누리당 의원은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제정신이 아닌”것이라 비하합니다. 의원들의 중국 방문은 ‘나라를 생각하지 않는’ 행보란 주장인 거죠. 심지어 정 씨는 “(민주당 의원들이) 우리는 사드 반대한다, 이 얘기했을 것 아니에요?”라며 넘겨짚기도 합니다. 진행자 전원책 씨가 “반대한다, 그 얘기는 안 한 것 같아요. 다음 대선 때까지 속도를 늦추겠다, 아마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간 것 같고”라 말했지만, 오히려 “속내는 그랬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엔. 하여튼 중국한테 유리한 말 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만나줬겠죠”라며 자신의 추정을 사실처럼 재차 주장합니다.


야당 의원들은 중국과 한류 금지령, 한국행 전세기 운항 불허 등의 중단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역시 “사드 배치 가속화를 동결하면 교류를 확대할 수 있다”, “양측이 소통하고 협상해 타당한 해결책을 찾자”는 입장입니다. 논의 주체 양쪽 모두 공식적으로 민주당 측이 ‘사드 배치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말한 바 없습니다.


그럼에도 종편 출연진들은 자신들의 심증만으로 그랬을 것이라 넘겨짚고 ‘사대 외교’라 맹비난하고 있습니다. 여당과 정부 그리고 보수 언론은 줄곧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야당을 ‘정부와 다른 입장’이란 이유로 ‘매국 집단’이라 매도해 왔습니다. 이번 방중 역시 같은 맥락으로 ‘굴욕 외교’, ‘사대 외교’라 비방하고 있습니다. 조기 대선이 임박한 만큼 언론-정당이 총력을 다해 ‘안보 프레임’을 꺼내 든 듯합니다.


사드 배치 결정은 그 결정 과정부터 문제였습니다. 국민적 토론 없이, 국회 동의 없이, 정부 내부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드 배치가 국가 안보를 위한 것인지, 국가에 이익이 되는지 논란은 여전합니다. 종편 출연진들은 방중 한 야당 의원들에게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사대, 매국’ 딱지를 붙이기 전에, 사드 배치 논란에 대한 본질부터 논의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