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지지 세력이 저지른 구미 테러 사건-그것도 문재인 탓이라는 TV조선의 황당한 논리
1월 8일부터 9일까지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는 경북 구미를 방문한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박근혜 지지단체인 ‘박사모’ 회원들에게 봉변당한 사건을 다뤘습니다. 일부 극우 단체가 문재인 전 대표에게 조직적인 폭력을 행사한 것입니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2017. 1. 9)은 이조차 “(문 전 대표가) 일부러 나가서 이 성난 군중 속에 자기를 파묻히게”했다며 폭력의 책임을 문재인 전 대표에게 돌렸습니다.
이와 관련,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방송모니터 '며칠 전 종편시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이제는 구미 봉변도 문재인 탓? TV조선의 기막힌 논리
- 민언련 '며칠 전 종편시사' 2017. 1. 12
지난 8일 경북 구미를 방문한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박근혜 지지단체인 ‘박사모’ 회원들에게 봉변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구미 시청 주차장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탄 차량을 박사모 회원 2백여 명이 막아선 것입니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확성기로 “문재인 평양 가라”, “문재인은 빨갱이”라고 외치며 욕설을 하고 참모들을 향해 흙과 쓰레기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일부 극우 단체가 문재인 전 대표의 간담회 일정에 맞춰 조직적인 폭력을 행사한 것인데요.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2017. 1. 9)은 이조차 “(문 전 대표가)일부러 나가서 이 성난 군중 속에 자기를 파묻히게”했다며 문재인 전 대표에게 책임을 돌렸습니다.
"김광일의 신통방통"의 진행자 김 씨는 “저런 장면(문재인 전 대표의 봉변)을 보면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문재인 전 대표가 시청 청사 안에 있을 때 이미 비서들이 와서 밖에 화난 박사모 군중들이 있다. 이거 다 보고를 받았을 텐데도 마치 일부러 나가서 이 성난 군중 속에 자기를 파묻히게 하거든요. 왜 저러는 겁니까?”라는 황당한 질문을 던집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의도적으로 봉변을 당했다는 것은 기정사실화한 채, 문재인 대표는 왜 저러는 거냐고 정미경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물은 거지요. 이런 ‘개떡 같은 질문’에 정 씨는 또 ‘찰떡같이’ 대답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 힘이 빠지고 추락하니까 이제는 뭐냐 하면 그 힘이 이제 나한테 오는 거잖아요. 그리고 본인이 이미 대통령 되셨다니까요. 얼굴 표정에 다 나타나잖아요, 그냥. 대통령이에요. 그러니까 이제 나한테 까부는 사람들. 내가 이제 더 강하게 주먹도 좀 날리고 내 힘도 쓰겠다, 지금 그런 자신감의 사실 표현이에요, 어떻게 보면.(중략) 그러니까 점령군이 하는 것처럼 하잖아요. 점령군이 하는 것처럼”이라고 말이죠.
△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구미에서 일부러 박사모에게 봉변을 맞았다고 비난한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 2017. 1. 9 화면 갈무리
문제는 정 씨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토론자들의 반응도 한결같았는데요. 백대우 기자는 “정말 대권 의지가 충만하고, 지금 이 정도의 에너지와 힘을 갖고 있으면 저쪽에 가서도 내가 충분히 견뎌낼 수 있고 역으로 그런 걸 더 이상 나한테 하지 말라 라는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다 라는 걸 계산을 하고 가셨을 겁니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선우정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저게 친노, 친문이라고 하는 정치세력의, 아주 나쁘게 표현하고 싶지 않지만, 하나의 정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아예 문재인 전 대표가 당한 봉변을 친노 패권으로 진단합니다. “(친노, 친문세력이)갈등에 갈등을 얹어서 갈등을 증폭을 시키는 거죠”라는 이유를 대는데요. 이러다 TV조선은 문재인 전 대표가 그냥 숨만 쉬어도 ‘비난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구미에서 봉변을 당했던 당시 상황을 짚어 보면 문재인 전 대표는 주차장에서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습니다. 정치인에 반대하는 시민이 모여 있다고 해서 차량을 둘러싸고 차량에 발길질하거나 차량 앞에 드러누워 진행을 막을 거라고는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한 달간 1천만의 시민이 촛불을 밝히고 일부 단체의 맞불 집회가 석 달 가까이 있었지만, 물리적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진행 돼 온 것을 생각하면 말입니다.
하지만 박사모 회원들은 25분간 범죄에 가까운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또 이들은 ‘문재인이 구미시청에서 간담회를 한다고 하니 구미 시민 전체가 일어나 저지해달라’는 글을 사이트에 올려 사전준비를 통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시민의 의사 표현이라 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러나 "김광일의 신통방통"의 출연자들은 진행자 김 씨를 포함해 모두 문재인 전 대표가 ‘의도적으로’ 갈등을 일으켰다고 주장합니다. 참 기묘한 의견일치입니다.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성주를 방문한 황교안 총리 일행의 차량이 성난 시민과 충돌했을 때, "김광일의 신통방통"은 ‘감금’, ‘국정 마비’등의 표현을 써 가며 황 총리를 두둔한 바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나 황 총리나 비슷한 상황에서 봉변을 당했는데도 말이죠. 또, 7월 18일 방송에서 김광일 씨는 “다른 나라에는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직업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시위전문. 시위전문가라는 이런 직업입니다”라며 성주 시민을 전문시위꾼으로 몰아가기도 했습니다. 같은 논리를 왜 문재인 전 대표에게 적용하지는 않았는지 의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