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식약처의 GMO 표시기준 고시 개악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17만 서명 등을 통해 소비자 알 권리, 선택할 권리 보장을 요구해온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유전자변형식품 등(GMO)에 대한 원재료 기준 표시 거부, 비유전자변형식품(이하 Non-GMO) 표시 규제 등을 골자로한 '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기준'(고시(안)) 개악을 강행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번 고시(안)은 국무조정실 심의를 통과하는 대로 2월 4일 시행될 예정이다.
시민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GMO인 것은 GMO로 Non-GMO인 것은 Non-GMO로 표시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고시(안)이 시행되면 다중 규제로 Non-GMO 표시는 불가능해지고 건강기능식품의 GMO 표시는 대폭 면제되어 또 다시 GMO 표시는 소비자들 앞에서 사라지게 된다.
Non-GMO 표시에 비의도적혼입치 0.9%를 허하라!
이번 고시(안)에 따르면 Non-GMO 원재료를 썼더라도 '해당 식품에서 GMO 유래 단백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아야 하고', '원재료 함량이 50%이상이거나 원재료 함량 1순위에 포함되어야'만 Non-GMO 표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GMO와 관련된 우리나라의 현실과 전 세계적인 입법사례를 전혀 고려치 않은 개악이다. 우리나라 내 GMO 자생지는 127곳으로 확인되고 있고 그 수는 매년 늘고 있다. 또한 전국 27개 이상의 시군에서 진행되고 있는 GMO 시험재배지는 16년 국정감사 당시 관리 부실, 시설 부실로 GMO 환경 유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시험재배지들은 친환경농업으로 유명한 전북, 전남에 집중 위치하고 있다. 어떤 곳은 제대로 된 폐쇄 시설 없이 친환경농지 길 건너에 위치하고 있기도 하다. GMO 혼입 가능성은 매년 높아지는 상황에서 비의도적 혼입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표시 위반, 허위 표시 제재 위험을 안고 Non-GMO 표시를 하려는 국내 생산자들이 있을까? 친환경생산자는 친환경인증 취소라는 더 큰 위험부담까지 감당해야한다. 국가의 관리 부실, 비현실적인 규제 조치로 발생한 위험을 생산자에게 고스란히 떠넘기게 되는 것이다.
또한 낮은 식량 자급률로 인해 75% 가까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수입식품들에 대해서도 Non-GMO, GMO를 구분할 수 있는 표시가 되지 않는다면 소비자의 알권리, 선택권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식품의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동일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미지 출처 - 경실련
가장 강력한 GMO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 또한 혼입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는 현실적 불가피성을 반영해 Non-GMO 표시의 비의도적혼입치를 0.9% 미만으로 정하고 있다. 시민자율에 의한 표시제를 시행하는 미국도 최소한의 비의도적 혼입기준(종자 0.1%, 식품 0.5%, 사료 0.9%)을 두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 기준 적용은 1차, 가공 생산자가 Non-GMO 표시를 기피하는 것을 막아 소비자 알 권리,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는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이번 고시(안) Non-GMO 표시 기준에 또 하나의 조항이 덧붙여졌다. 원재료 함량 50% 이상이거나 원재료 함량 1순위인 것만 Non-GMO 표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조항은 일부 기업의 Non-GMO 표시 악용을 예방할 수 있지만, 도리어 과도한 규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과장광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전면에 해당하는 주표시면에 대한 표시만 금지하면 된다. 원재료명 등을 표시하는 일괄표시면에까지 관련 표시를 금지하게 된다면 소비자 알 권리를 또 다시 침해한다. 이러한 고민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을 비추어보면 식약처가 Non-GMO 표시를 숨기고 싶어 한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건강기능식품의 GMO 표시는 대폭 면제하는 사각 지대 발생!
건강기능식품에 많은 함량을 차지하는 부형제, 안정제, 희석제는 GMO 표시를 면제하는 조항이 이번 고시(안)에 추가되었다. 부형제, 안정제, 희석제는 건강기능식품 내 소량으로 포함되는 건강기능성 원료를 먹기 편한 형태로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재료들이다. 예를 들자면 소량의 글루코사민을 알약 형태로 만들기 위해 함께 섞어 반죽하는 옥수수 전분은 부형제이다. 부형제의 최대 함량 법적 기준은 정해져있지 않기에 상품에 따라 90% 넘게 포함되기도 한다. GMO 옥수수 전분을 90% 넘게 섞었어도 이번 고시(안)에 따르자면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건강기능식품의 GMO 표시 면제 조항이 대폭 확대된 것이다. 가장 많이 사용한 상위 5개 원재료만 GMO 표시 대상에 포함되었던 이전 법 조항을 삭제하면서 GMO 표시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는 식약처의 각종 발표가 무색해지는 것이다. 다른 식품의 GMO 표시 범위는 확대되었지만 건강기능식품은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각지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Non-GMO 표시도 GMO 표시도 막는 식약처, 소비자 알 권리, 선택할 권리도 막으려하나
이와 같은 다수의 문제를 갖고 있는 이번 고시(안)이 시행되면 Non-GMO 표시는 하기 힘들어지고 GMO 표시는 많은 영역에서 면제되는 것이 법적 기준이 된다. 현실적으로 GMO 식품, Non-GMO 식품 간 구별 가능한 표시가 사라져 소비자 알 권리, 선택할 권리는 합법적으로 봉쇄될 수밖에 없다. 작년 4월 고시(안) 행정 예고 당시 식약처로 전달된 몇 만 건의 반대 의견서와 17만 명의 서명에 담긴 시민의 목소리에는 귀 막고 오히려 개악 조항을 덧붙인 고시(안)을 강행하는 식약처가 누구를 위한 행정을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 단체들은 식약처에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하나, 소비자 알권리, 선택할 권리 보장하는 GMO완전표시제 도입에 앞장서라!
하나, 수입 GMO농산물에 대한 비의도적혼입치를 현행 3%에서 0.9%로 낮추라!
하나, 식품의 Non-GMO 표시에도 비의도적혼입치 0.9%를 허용하라!
하나, Non-GMO 표시의 추가 규제 조항을 전면 수정하라!
하나, 부형제, 안정제, 희석제 등의 GMO 면제 조항을 삭제, 철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