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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7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근혜에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7개 방송사 모두 박근혜 구속영장을 톱으로 전했고, 보도량도 적게는 5건(KBS)에서 많게는 10건(JTBC‧채널A)으로 상당했습니다.


TV조선은 박근혜 구속영장을 8건 보도하고 대선은 11건을 보도했습니다. 아울러 이날 유일하게 대선보도가 10건이 넘었으며, 박근혜 구속영장 보도보다 대선보도를 더 많이 보도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TV조선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타 후보와의 ‘비문연대’에 호의적인 것처럼 묘사하는가 하면, 경선에 몰린 인파만을 근거로 ‘국민의당 경선이 민주당보다 흥행했다’는 피상적 주장을 했습니다. TV조선이 문재인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안철수 띄우기’에 돌입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지점입니다.


‘비문연대’에 부정적이던 안철수가 마음 변했다? 속마음 들킨 TV조선

- 민주언론시민연합 '선거보도 모니터' 2017. 3. 28


TV조선 "비문 단일화 벌써 기싸움"(2017. 3. 27)은 27일 7개 방송사를 통틀어 유일하게 나온 ‘비문연대’ 보도입니다. 정혜전 앵커는 “비문 진영에서는 벌써부터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기싸움 조짐”이라고 운을 띄웠고 최현묵 기자는 “연대를 한다면 반문 연합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는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발언으로 리포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내용이 이상합니다. “김(종인) 전 대표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멘토였던 법륜 스님도 따로 만났습니다. 비문연합의 중심축으로 주목받으면서, 연대에 부정적이던 안철수 전 대표의 태도도 미묘하게 변했”다는 겁니다. 그 근거로는 26일 국민의당 전북 경선에서 “국민에 의한 연대만이 진정한 승리의 길이다. 패권주의에 반대해온 호남의 통합정신이 국민에 의한 연대를 이끌 것”이라 연설하는 안철수 후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 안철수 의원이 ‘비문연대’에 우호적으로 변한 것처럼 묘사한 TV조선(2017. 3. 27)


김종인 전 대표가 안철수 후보의 멘토였던 법륜스님을 만났고 이로 인해 “연대에 부정적이던 안철수 전 대표의 태도도 미묘하게 변했다”는 겁니다. 도대체 상식적으로 인과가 성립되지 않는 매우 심한 비약입니다. 여기다 갖다 붙인 근거도 이상합니다. 안 후보의 연설 중 ‘연대’를 강조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잘라 근거로 제시한 듯합니다. 그러나 TV조선이 인용한 연설 내용에서도 ‘비문 연대’로 이해할 수 있는 구석이 전혀 없습니다. 심지어 안 후보의 전체 연설은 “저는 일관되게 국민의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주장해왔다. 국민의당을 믿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어야 국민들도 믿어준다”와 같이 오히려 ‘자강론’을 피력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안 후보의 공식적인 입장은 줄곧 연대 없는 독자노선이었습니다. 박지원 대표도 “자꾸 대연정이 거론되는데, (연정을 하려면) 정체성이 같아야 한다”며 연대에 선을 그었습니다. 물론 TV조선은 보도 말미에 “하지만 아직은 물밑 대화일뿐, 공식적으로는 거리를 둡니다”라며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날 JTBC와 MBN도 국민의당 경선 결과를 보도하면서 ‘비문연대’를 언급했으나 “지지율 추이를 보면서 (비문연대를) 진행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각 당의 경선이 모두 끝날 때쯤이면 연대를 하는 것도 이로 인한 가시적인 효과를 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JTBC), “당내 경선을 압도적으로 이길 경우 안 전 대표의 ‘자강론’은 더 강해질 것”(MBN)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이와 같은 타 보도와 비교해보더라도 TV조선의 ‘안철수가 변했다’는 식의 묘사는 지나치게 작위적인 해석입니다.


‘중저음 안철수’가 압승한 국민의당 경선이 민주당 경선보다 흥행? TV조선의 ‘안철수 대세론’


TV조선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비문연대’로 띄울 뿐만 아니라, 가십성 보도로도 한껏 띄워줬습니다. TV조선 "더하기뉴스"(2017. 3. 27)에서 정혜전 앵커는 “복식호흡 중저음, 안철수 전 대표가 목소리가 확 달라졌더라고요?”라고 물었고 김경화 기자는 “복식 호흡으로 힘을 끌어 모아 낮고 굵은 목소리로 ‘문재인을 꺾겠다’고 말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대신할 수 없는 미래, 저 안철수가 해내겠습니다. 분명히 약속드립니다”라는 26일 안 후보의 경북 경선 연설 장면과 “2012년 대선 출마 선언 때 모습”을 보여주면서 ‘목소리 변화’를 부각하기도 했습니다.


이 비교 자체가 황당한 수준입니다. 26일 연설은 국민의당 당내 경선에서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이었고, 2012년 대선 출마 선언은 기자들과 지지자들 앞에서 기자회견의 형식으로 출마를 선언하는 것이었습니다. 목소리 변화가 사실이라 해도 이런 억지에 가까운 설정을 가미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다 TV조선은 “안 전 대표 하면 사실 조곤조곤 또박또박 어린 학생처럼 말하는 어투가 특징이었는데요. 성실해 보이는 반면, 추진력, 리더십이 부족해 보인다는 평가도 나왔”다면서 “안 전 대표도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 최근 스피치 전문가를 만나 개인교습을 받았다고 합니다. 복식호흡으로 발성법부터 완전히 바꾸고, 음의 고저 강약을 주는 연설방법을 배웠다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난 5년간 연설 경험도 쌓이고 절박함도 커지니 목소리까지 변한 게 아닌가”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덧붙였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습니다. TV조선은 “왼쪽이 오늘 광주여대에서 열린 민주당 호남 경선장 상황이고, 오른쪽이 토요일에 있었던 국민의당 광주전남 경선 모습”이라며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경선 인파를 비교하더니 “확연하게, 국민의당 경선에 훨씬 인파가 몰린 것처럼 보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정혜전 앵커는 “확실히 민주당쪽이 손님이 적군요”라고 재차 못 박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TV조선이 보여준 비교 화면을 봐서는 인파의 차이가 그리 커 보이지도 않습니다. 김경화 기자는 “27만명은 ARS로 참여하고, 또 수만명이 사전 현장투표에 참여했기 때문에, 오늘 현장에 올 필요는 사실 없습니다”라며 민주당 경선에 인파가 적은 이유를 설명하기는 했지만 “외형적으로는 10만명 가까이 몰린 국민의당 호남 경선이 좀 더 성공했다는 평가”, “일단 세 확장에는 성공한 셈”이라며 재차 ‘국민의당 경선 흥행’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이는 명백한 ‘국민의당 띄우기’이자 ‘안철수 띄우기’입니다. 안철수 후보의 ‘목소리 변화’라는 가십성 보도를 낸 것도 TV조선뿐이고, 민주당과의 흥행 수준을 비교하면서 국민의당의 손을 들어준 것도 TV조선뿐입니다. 그 근거들도 수준 미달입니다. TV조선은 많은 당원들이 경선에 직접 찾아올 필요가 없는 민주당의 경선 방식을 알면서도 ‘국민의당의 외형적 흥행’을 최대한 강조했습니다. 안 후보의 ‘목소리 변화’를 조명할 때는 의도적으로 “문재인을 꺾고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라는 연설 대목을 인용해 역시 ‘문재인 대항마’ 이미지를 각인시켰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