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의 정치혐오 조장 보도의 최종 목표는 안철수 띄우기?
28일 방송 저녁뉴스의 대선 보도에서는 이날 유독 ‘정치혐오 보도’가 눈에 띕니다. TV조선은 연신 ‘안철수 대세론’에 힘을 주면서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결’을 자극적인 언어로 부각했습니다. 현실성이 낮은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에 어떻게든 군불을 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TV조선의 정치혐오 조장 보도
- 민주언론시민연합 '선거보도 모니터' 2017. 3. 29
28일 대선 보도에서 TV조선‧채널A‧MBN 종편 3사만 야당 관련 논란을 유독 많이 다뤘습니다. 이는 이들 방송사의 일관된 경향입니다. 물론 야권에 유력한 후보가 몰려 있고 경선도 치열한 만큼 보도의 편중은 불가피합니다.
채널A는 국민의당 호남 경선의 조작 동원 정황을 단독 보도했고 MBN은 ‘문재인 아들 특혜 채용 의혹’과 민주당 경선 기권표 논란을 전했습니다.
△ 7개 방송사 대선 보도 상세 비교 2017. 3. 28 - 민주언론시민연합
경선 보도와 후보 행보 보도 역시 대부분이 야당 후보 관련 보도들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선정적 보도가 나왔다는 겁니다. 특히 TV조선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TV조선의 이날 대선 관련 첫 보도인 "'보조 타이어' VS '펑크 날 것'"(2017. 3. 28)이라는 제목으로 ‘문재인-안철수 설전’을 전했습니다. “오늘은 ‘타이어 논쟁’”이라면서 “문 전 대표 측이 안 전 대표를 겨냥해 ‘호남의 보조타이어’라고 부르자, 안 전 대표 측은 곧바로 ‘문 전 대표는 펑크난 타이어’라고 맞받아쳤”다는 것이 보도 내용의 전부입니다. 이날 이렇게 ‘타이어 설전’만 따로 떼어 보도한 건 TV조선이 유일합니다.
TV조선 "정치속보기"(2017. 3. 28)는 더 심각합니다. 보도가 시작되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외나무다리 위에서 큰 권투 글러브를 들고 싸우고 있는 그래픽 화면이 먼저 나타납니다.
△ 전형적인 '정치혐오 보도' 선보인 TV조선 2017. 3. 28
이에 배성규 기자는 경쾌한 목소리로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호남 목장에서 맞닥뜨립니다. 안 전 대표가 당내 경선에서 64% 득표로 기세를 올리자 문 전 대표도 질세라 60%로 응수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 삽화는 안철수 후보가 ‘65% 6만표’라고 쓰인 권투 글로브로 문 후보를 때리고, 또 문 후보가 ‘60% 14만표’라고 쓰인 글로브로 안 후보를 때리는 장면으로 바뀝니다.
배 기자는 “안 후보는 보조타이어라고 강펀치도 날립니다. 안 후보는 문재인이 펑크 날 것이라 맞받아 칩니다”라고 했고 삽화에서는 또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서로를 때립니다. 후보 간 대결만을 자극적인 언어와 삽화로 그려내는 전형적인 ‘경마 보도’입니다. ‘타이어 설전’만 부각해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부적절한 보도이기도 합니다.
MBN 역시 "상대방 뺨 때리기"(2017. 3 28)라는 보도로 민주당 안희정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의 말다툼만 조명해 정치혐오 보도를 선보였습니다.
TV조선의 ‘정치 혐오 보도’…목표는 ‘안철수 띄우기’?
28일 ‘정치 혐오 보도’를 낸 TV조선과 MBN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TV조선은 2건 모두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을 다뤘고 MBN은 ‘민주당 내 안희정-문재인 대결’을 보도했다는 겁니다. TV조선은 이날 유독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 가능성’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특히 TV조선 "정치속보기"(2017. 3. 28)는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을 바라는 국민의당 입장을 대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배성규 기자는 “양자대결 조사, 쿠키뉴스와 조원씨앤아이가 조사했는데 가상 양자대결로 갈 경우 44%대 40%으로 3.5%정도로 굉장히 좁혀졌다”면서 “양자대결로 갈 경우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래서 안이 항상 주장해온 양자대결로 가면 이길 수 있다”는 국민의당 주장을 전했습니다.
이날 쿠키뉴스가 의뢰한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 설문조사를 보도한 건 TV조선뿐입니다. 그러나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를 TV조선도 모르지는 않습니다. 배 기자는 “다자대결에서는 어떤 조사를 해도 20 안팎으로 차이가 있다. 호남에서도 각 조사 보면 2배 정도 차이가 난다. 이런걸 보면 문 대세론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짚는가 하면, “(국민의당이) 정체성도 노선도 다른 바른정당, 한국당과 연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제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는 문재인 후보 측 주장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보도 말미에 가면 “쉽진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게 국민의당 주장”이라면서 다시 국민의당 관점을 풀어줍니다. 국민의당이 “자강론을 내놓고 안철수 후보에 의한 더 나은 정권교체론 내놓으면 호남표가 우리 쪽(국민의당)으로 다져질 것이다”라고 보고 있다는 겁니다.
다음 내용은 또 정치혐오를 조장합니다. 배 기자는 “느슨한 개헌 연대, 대선 후 연정 내세워서 단일화하면 안철수 후보가 정권교체론에서 자유로워서 (표를) 먹을 수 있고, 이게 연대론에 의한 표 갈라먹기, 권력 갈라먹기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는 얘기를 한다”며 국민의당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표를 먹는다’, ‘표 갈라먹기’, ‘권력 갈라먹기’ 등 부적절한 용어를 가감 없이 사용한 겁니다. 이런 표현은 민주주의의 꽃이자 국민의 주권 행사인 선거를 비하하는 동시에, 정치혐오를 조장합니다.
TV조선이 보도 내내 ‘안철수 띄우기’에 매진하는 국민의당 입장을 내세운 끝에 이런 정치혐오 발언까지 했다는 점도 매우 의미심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