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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는 분명 광고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도전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역설적이게도 소비자의 기억 속에 뚜렷이 남는 인상적인 광고 캠페인이 많이 등장한다. 불경기의 소비자들이 돈을 소비하는 패턴의 변화에 맞게 광고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09년 3월 광고업계의 거인이자 선두주자인 WPP는 2008년도 세전이익(Pre-tax Profit)이 전년 대비 3.8% 증가한 7억 4700만 파운드, 그리고 75억 파운드(전년 대비 21% 증가)의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곧이어 2000여 명의 해고와 함께 단계적으로 전체 2%에 달하는 11만 2000여명의 감원 계획을 공표해 세계적인 경기침체(Recession)의 여파가 업에 미치는 영향과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잘 대변한 바 있다.

경기침체는 소비지출의 감소를 불러오고, 그로 인해 대(對)소비자 비즈니스로 먹고 사는 기업들의 매출과 손익이 떨어지면서 해당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또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비용을 포함한 오버헤드(Overhead) 비용을 줄이는 것이 관행이다(물론 어려울수록 마케팅 비용을 오히려 공격적으로 운영하거나 또는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는 기업들도 있음). 마케팅 비용의 일부 또는 대부분이 광고 커뮤니케이션과 연결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경기침체는 분명 광고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도전(Challenge)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경기침체와 광고주의 예산 삭감이 크리에이티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좋은 쪽일까? 나쁜 쪽일까?


Andrex Sold on a pup 캠페인





1990년대 초 영국에서는 지금과 비슷한 경기침체가 있었다. 그리고 이 때 몇몇의 유명한 캠페인(Iconic Campaign)이 탄생했는데, 지금도 많은 영국인들의 머릿속에 남아 종종 회자되고 있는 그 캠페인들을 잠깐 살펴 보자.

안드렉스(Andrex)는 화장실용 휴지를 제조하는 미국의 킴벌리 클라크(Kimberly-Clark, 세계 최대의 티슈 메이커) 소유의 영국계 계열사로 영국에서는 매일 하루에 소비되는 50만 롤(Rolls)의 휴지가 안드렉스에서 제조한 것임을 감안하면 시장에서의 위상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참고로 안드렉스는 휴지 제조뿐 아니라 네스카페(Nescafe), 루코제이드(Lucozade)와 같은 식음료를 판매(연간 3억 300만 파운드 규모로 업계 7위)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이 회사의 마스코트는‘안드렉스 퍼피(Andrex Puppy)’라는 래브라도 종의 강아지로 1972년 ‘퍼피(Puppy)’라 불리는 광고에 등장한 이후, 120여 편의 광고에 주인공으로 활용됨으로써 영국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일관성 있는 캠페인으로 자리매김하였다.

1999년 광고 캠페인의 범위가 모든 종류의 화장실 휴지(Toilet Tissue)의 글로벌 론칭(약 900만 파운드 규모의 캠페인)으로 확장되면서 안드렉스의 소유주인 킴벌리 클라크는 대행사를 기존 FCB에서 JWT로 바꾸기도 하였다.





‘안드렉스 퍼피’의 캠페인 성공과 장수(長壽) 이유에 대해서 안드렉스의 마케팅 담당자는, 첫째 소비자들이 안드렉스 퍼피가 갖고 있는 귀여움(Cuteness)과 놀기 좋아하는 특성(Playfulness)에 정서적으로 교감(Emotional Attachment) 한다는 점과, 둘째 광고 캠페인 속에는 항상 친절함과 신뢰(Kindness & Trust) 와 같은 긍정적인 가치가 녹아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Stella Artois Reassuringly expensive 캠페인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는 1926년 최초로 증류(Brewed)되어 벨기에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는 벨기에를 대표하는 라거(Larger) 맥주 브랜드로, 스텔라(Stella)라는 단어는 라틴어로 스타(Star)라는 뜻이라고 한다. 참고로 벨기에산 원조 스텔라 아르투아의 알코올 함유량(ABV : Alcohol By Volume)은 5%인 반면, 영국에서 시판되는 스텔라 아르투아는 주경쟁 브랜드인 벡스(Becks, 독일산 라거)에 대항하기 위해 ABV를 4%로 낮춰 판매하고 있다.





스텔라 아르투아의 영국 광고 캠페인은 오래되고 친숙한 유럽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스타일로 유명한데, 특히 베르디(Giuseppe Verdi : 1813~1901이탈리아의 작곡가)의 대표 오페라인 ‘운명의 힘(La forza del destino)’을 라이트 모티브(Leitmotiv, 主導動機)로 활용하고 있다. 스텔라 아르투아를 영국인의 머릿속에 인상적으로 각인시켰던 또 다른 요소는‘Reassuringly Expensive’이라는 역설적인 광고 슬로건이었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이 슬로건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다가, 2007년 폭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스텔라를 비롯한 라거 맥주가 가정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기 시작하면서 교체됐다.


Tango you’ve been Tango’d 캠페인


탱고(Tango)는 코로나란 주류회사[향후 비참(Beecham)을 거쳐 브리트빅(Britvic)에 매각됨]가 1950년에 선보인 탄산 소프트 드링크의 이름이다. 원조는 오렌지 맛이었으나 1990년대 이후 사과·레몬·체리 및 블랙커런트(Blackcurrant)등으로 종류가 다변화 되었다. 탱고의 오리지널 광고는 심각하고 재미가 없었던 반면, 1990년 HHCL이란 대행사가 ‘You know when you’ve been Tango’d(당신이 탱고를 체험한 순간을 당신은 알고 있다)’란 캐치프레이즈(Catch phrase)의 캠페인을 도입하면서 탱고 캠페인은 순식간에 영국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혁신적인 마케팅 캠페인 사례로 반전하였다. 탱코의 당시 광고 내용은 이렇다.

도심의 한복판에서 여러 친구들과 섞여 있던 한 청년이 탱고를 마시려고 한다. 이때부터 장면이 비디오 테이프를 천천히 되감아(Rewind) 보여주는 형태로 돌아가는데, 어디선가 오렌지 모양의 복장을 한 탱고 캐릭터가 나타나 이 청년이 탱고를 마시려는 순간 양쪽 볼을 철썩 후려친다. 탄산음료를 마실 때 코 끝까지 올라오는 찡~함을 슬랩스틱 유머로 표현한 이 광고 캠페인은 순식간에 전 영국에 유행이 되어서, 이후 이 광고를 모방한 행동(탱코 캐릭터처럼 친구의 얼굴을 ‘철썩’ 때리는)으로 인한 부작용(부상)이 발발하자 이후 탱고는 자발적으로 이 ‘철썩’ 장면을 키스하는 장면으로 바꾸는 해프닝을 겪게 된다.





2009년이 꼭 1990년대 초와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캐드버리 데어리 밀크초콜릿(Cadbury Dairy Milk Chocholate) 캠페인, 소니 브라비아 캠페인과 같이 국민에게 회자되는 매우 인상적인 캠페인들이 속속 탄생되고 있다. 이처럼 불경기에 역설적인 좋은 캠페인에 많이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서 톰 모튼 (Tom Morton, TBWA London Executive Planning Director)은 불경기에는 브랜드들이 순수하게 가치(Value)나 가격(Price)에 집중하기보다는 소비자들이 돈을 소비하는 패턴의 변화에 그들의 광고를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크리에이티브적으로 좋은 환경요소라고 설명하고 있다. [By 최영두 영국법인 국장 / CHEIL WORLDWIDE]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