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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현장에서 '짖어봐'라고 하는 분들도, '부끄럽지 않냐'고 호통을 치는 분들도 있어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1월 유튜브를 통해 자사의 뉴스 행태를 비판한 MBC 막내기자들이 결국 징계를 받았습니다. 지난 26일 MBC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이덕영 기자에 '출근정지 10일', 곽동건·전예지 기자에는 '근신 7일'을 내렸습니다. 모두 지난 2013년 마지막 신입공채로 입사한 막내기자들입니다.


이들은 지난 1월 4일 'MBC 막내기자의 반성문'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해당 영상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묵인·축소로 일관하고,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추측성 보도를 하는 등 MBC 내부 병폐가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3명의 막내 기자들이 지난 1월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MBC 막내기자의 반성문' 동영상 캡쳐 이미지


당시 이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묵인·축소로 일관하는 내부 보도 병폐를 고발했는데, 이를 두고 지난 26일 인사위가 징계를 내린 것입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정부를 앞장서 비판하며 MBC 뉴스를 이끌던 기자 선배들을 우리도 못 본 지 오래 되었다. 5명이 해고 되었고, 50명이 넘는 기자가 쫓겨나 있다. 조금이라도 항의하면 쫓아내고 보는 상황에서 매일 피케팅을 하고 집회까지 했지만 회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동영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내부 선배들은 막내기자들의 용기에 부끄러움과 자책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사측이 이들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자 96명의 선배들은 'MBC 막내기자들의 경위서 선배들이 제출합니다'는 제목의 영상을 만들어 (경위서 요구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인사위는 3명의 막내기자 외에도 인터뷰를 회사의 허가 없이 진행했다는 이유로 송일준 PD에 대해서도 '감봉 1개월' 조치를 내렸습니다. 송일준 PD는 지난 3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MBC 스페셜' <탄핵> 편 불방사태에 대해 "김장겸 체제 MBC가 박근혜 일파와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상징적 조치"라고 지적하며 "계속 촛불 국민의 열망을 배신하는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당초 사측은 김희웅·이호찬 기자에 대해서도 인사위 회부 방침을 밝혔으나, 사전 징계 통보 및 이의신청 접수 등 인사위 회부를 위한 사전 절차를 밟지 않아 취소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뉴스데스크에 보도된 리포트 가운데 인터뷰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공론화시켰다는 이유로 인사위 대상으로 거론되었습니다. MBC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에 대한 인사위 회부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 MBC 선배 기자들이 단체로 개인 페이스북 프로필에 올린 이미지


MBC 내부에서는 이들의 징계를 두고 반발이 거셉니다. 선배 기자들은 페이스북 계정 프로필에 "우리도 징계하라"는 내용이 담긴 이미지를 올리며 조직적인 비판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번 징계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뜻을 밝혔습니다. MBC본부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회사의 정상화를 바라는 애사심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회사를 위한 내부 비판을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킨 해사 행위로 간주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법원에서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는 업무와 무관한 개인영역으로 업무 외적인 자율성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이미 판결한 내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MBC 기자협회도 27일 성명을 통해 "막내 기자에 대한 징계는 무효"라고 반발했습니다. 기자협회는 "막내 기자들의 반성문은 공영방송의 책무를 저버린 경영진과 이를 추종하는 자들을 대신한 용기 있는 사죄이며, MBC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간절한 호소였다"며 "처참하게 망가진 일터를 다시 일으켜보자는 절규가, 사망선고 직전의 뉴스를 다시 살려보자는 몸부림이 어떻게 '해사 행위'가 될 수 있는가. 구성원들의 입막음을 위해, 구성원의 동의도 없이 설정한 초헌법적 ‘가이드라인’을 징계의 잣대로 사용한 자체가 징계권 과잉의 전형"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이렇듯 막내 기자들에 대한 징계 결정을 내린 MBC 사측에 한국기자협회는 무척이나 강경한 유감의 뜻을 표명했습니다. "MBC는 모든 의혹은 덮어둔 채 용기있는 기자들의 목소리에 징계로 대응하는 우를 되풀이 하고 있다"며 막내기자들에 대한 부당한 징계를 지금 당장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선 것을 보면 말입니다.


※ 덧붙임 : 한국기자협회 성명서 전문


"귀 막고 막내기자 입까지 막나"


언론은 소통의 창구다. 우리는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미 커다란 대가를 지불하고 경험했다. 소통의 창구인 언론사는 어느 조직보다도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MBC는 스스로 눈과 귀를 막는 것으로도 부족해 언론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자고 올곧게 외치는 막내 기자들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와 관련해 MBC가 묵인하고 축소한 것은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일이다. 다만 MBC 사측이 몰랐던 것을 양심있는 기자들이 사측을 향해 다시 한 번 일깨운 것이다.


뉴스데스크에 보도된 리포트 가운데 인터뷰가 조작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 기자들을 징계할 일이 아니다. 사측의 감사 결과 문제가 없었다면 감사 내용을 자세히 밝혀 해명하면 그만인데 감사 자체도 반쪽 자리였고 그 내용 또한 비밀처럼 감추고 있다.


MBC 사측은 이렇게 모든 의혹은 덮어둔 채 용기있는 기자들의 목소리에 징계로 대응하는 우를 되풀이하고 있다. MBC 사측은 이제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이미 소속사의 많은 기자들을 징계하며 스스로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한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지금의 징계는 해결책이 아니다. MBC 사측이 변하지 않으면 MBC를 사랑하고 변화를 갈망하는 기자들의 목소리 또한 끊이지 않을 것이다. MBC는 지금이라도 기자들에 대한 부당한 징계를 철회하고 조직간 원활한 소통과 언론 본연의 역할 수행으로 옛 명성을 되찾도록 노력하라. 그것이 시청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것이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