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대선개입사건'을 보도하는 MBC · KBS · JTBC의 차이점은?
지난 5월 3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전날 SBS의 ‘문재인-해수부 거래’ 오보 파문이 주요하게 다뤄졌습니다. 그런데 방송사들의 태도가 이상합니다. SBS가 공식적으로 사실관계가 어긋났음을 인정하고 사과까지 했지만 JTBC를 제외한 방송사들은 ‘정치권 공방’으로 보도한 겁니다. JTBC만이 SBS보도의 문제점과 노조의 반성, 세월호 유가족의 입장까지 전달했습니다.
이와 관련 상세 내용을 '2017대선 미디어감시연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SBS의 ‘오보 사과’ 대신 ‘민주당-국민의당 진실 공방’? 왜곡보도를 또 왜곡하나
- 2017대선 미디어감시연대 '대선보도 모니터' 2017. 5. 4
2일 큰 파문을 일으킨 세월호 인양 관련 보도에, SBS는 3일 8뉴스에서 곧바로 정정 및 사과보도를 냈습니다. SBS 김성준 앵커는 뉴스가 시작되자마자 “세월호 가족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세월호 인양 지연의 책임이 문재인 후보에 있는 것처럼 묘사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기사 삭제 외압 논란’에 대해서도 보도 책임자인 본인의 결정이라면서 “외압도 없었고 공동기획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SBS 박정훈 사장도 4일 직원들에게 담화문을 내, “세월호 인양과 관련하여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 제목을 달고 함량 미달의 보도가 전파를 타고 말았다”면서 진상조사를 선언했습니다. 보도를 낸 당사자인 SBS가 문재인 후보와 해수부 간 거래는 사실이 아니고 보도 삭제에도 외압이 없다고 밝힌 겁니다.
그런데 이 사태를 다루는 다른 방송사들의 태도가 이상합니다. 마치 여전히 의혹이 남아 있어 각 정당 간 진실공방이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보도한 겁니다.
대표적인 방송사는 MBC입니다. MBC는 이날 3건으로 SBS 보도 파문에 할애했는데요. 타사는 모두 1건의 보도만 냈고 JTBC만이 6건의 보도로 자세한 사태의 경위와 SBS 보도의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JTBC를 제외하면 MBC만 복수의 보도를 할애한 겁니다.
△ SBS의 보도 정정 내용 배제한 채 '자유당‧국민의당 주장'만 받아쓴 MBC(5/3)
관련 첫 보도인 MBC <‘인양 지연’ 보도 파문…반박…기사 삭제>(2017. 5. 3)는 제목부터 심상치가 않습니다. SBS가 인양 지연 보도를 냈고 이에 민주당이 반박하자 SBS가 기사를 삭제했다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국민의당과 자유당이 주장하는 ‘민주당의 SBS 탄압’ 프레임을 그대로 차용한 겁니다.
리포트의 구성도 이상합니다. MBC는 일단 “세월호 인양은 문재인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었다”, “해수부에 2차관 자리를 약속했다”는 2일 SBS 보도 내용을 소개한 후 “해양수산부는 오늘 오전 긴급 브리핑을 열어 관련 보도는 허위라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SBS가 제기했던 ‘문재인-해수부 거래 의혹’과 해수부의 반발을 전달하고 나서야 MBC는 “방송 이후 논란이 커지자 SBS는 오늘 새벽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기사 취지가 다르게 전달되는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서 해명에도 불구하고 “파장은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SBS가 보도본부장 명의로 사과 보도를 냈다고 했습니다.
SBS가 분명 사실관계를 바로 잡고 해수부 공무원의 인터뷰에도 “특정 후보에게 근거 없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울 수 있는데도 여과 없이 방송”됐다며 사과했는데 MBC는 그 구체적인 내용은 전달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문재인 거래 의혹’→‘해수부 반발’→‘SBS 사과’ 순서로 보도를 낸겁니다. 이렇게 되면 마치 의혹이 여전한데 해수부가 반발하여 SBS가 보도를 삭제하고 사과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습니다.
다음에 이어지는 보도들은 더 문제가 심각합니다. SBS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민주당의 입장과 문재인 후보가 세월호 인양을 정치적으로 악용했다는 국민의당‧자유한국당을 나란히 받아쓰면서, 마치 의혹이 남아있는 것처럼 묘사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MBC <민주당 ‘펄쩍’…“문재인 죽이기 공작”>(2017. 5. 3)은 “세월호 인양 지연은 문 후보와 아무 관계가 없다”, “이번 보도가 '문재인 죽이기'를 위한 기획” 등 민주당의 반발을 전했습니다.
△ SBS의 보도 정정 내용 배제한 채 '자유당‧국민의당 주장'만 받아쓴 MBC(5/3)
MBC <“세월호 정치적 이용”…국정조사 촉구>(2017. 5. 3)는 “문재인 후보 측이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라며 국회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 촉구”한 자유당과 국민의당 주장을 받아썼습니다. 심지어 “해당 보도가 신빙성이 있다며 문 후보와 해수부의 뒷거래, SBS의 기사 삭제 경위 등 8대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를 촉구”한 자유당 입장, “문재인 후보의 부산선대위원장인 오거돈 전 해수부 장관의 발언이 SBS 보도 내용과 맥락이 같다”는 국민의당 입장을 구체적으로 풀어주기도 했습니다.
여기다 국민의당이 공개한 “(문 후보와) 해양수산부 기능을 획기적으로 보강하겠다고 이미 몇 번에 걸쳐서 약속을…. 수산 관련 차관을 신설하는 문제도…”라는 오거돈 민주당 부산선대위원장 동영상까지 보여줬고, 이것이 ‘해수부와의 거래’와는 관련이 없다는 반론은 붙여주지도 않았습니다.
방송사들도 근거 없는 의혹 부풀리기에 동참?
1건의 보도만 낸 다른 방송사들도 보도량만 적을 뿐이지 보도 내용은 MBC와 비슷합니다. KBS <‘세월호 인양 지연 의혹’ 보도…정치권 공방>(2017. 5. 3)은 정치권 공방만을 전하면서 SBS가 바로 잡은 사실관계가 무엇인지 말해주지도 않았습니다. 보도 말미에 “SBS는 오늘(3일) 저녁 8시 뉴스를 통해 공식 사과”했다고 한 것이 사태 설명의 전부입니다.
나머지 리포트는 단지 각 당 입장을 받아쓴 것에 불과합니다. KBS는 먼저 “세월호 인양이 정치적 이유로 지연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어제(2일) SBS 보도를 놓고,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격한 공방이 벌어졌”다면서 민주당과 자유당 및 국민의당의 공방을 나열했습니다. 그러더니 MBC처럼 “(제가 문재인) 후보와의 대화도 아주 몇 번 이 부분에 대해서 했고, 해양수산부 기능을 획기적으로 보강하겠다고 이미 몇 번에 걸쳐서 약속을 한 바가 있습니다”라는 오거돈 민주당 선대위원장 발언 영상까지 보여줬습니다. 이것이 ‘문재인-해수부 거래’의 증거라는 국민의당 입장을 그대로 받아 쓴 겁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보도가 사실이 아님을 인정한 SBS 입장을 거의 전달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TV조선‧채널A‧MBN의 보도도 대동소이합니다.
일단 방송사들이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받아 쓴 국민의당의 주장은 이미 거짓으로 입증된 사실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SBS는 뉴스를 통해 자사 보도가 잘못됐음을 인정했고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자사 보도를 오보이자 최악의 보도참사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SBS의 해명 및 정정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전달하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는 행태입니다.
SBS 스스로 오보임을 인정했기 때문에 이 사태를 보도하려면 당연히 SBS 보도의 문제점과 바로잡은 사실관계를 먼저 전해야 합니다. 방송사들은 오보 사태를 보도하면서 무엇이 오보였는지 말하지 않는 것인데요. 오보로 인한 근거 없는 의혹 공방을 다른 언론들이 나서서 부추기는 해괴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JTBC만 객관적으로 사태 전달…제대로 된 방송사가 이렇게 없나
그나마 JTBC가 사실 전달에만 집중했습니다. JTBC는 총 6건의 보도로 사태의 경위와 SBS의 정정 내용, SBS 노조의 입장, 민주당과 세월호 유가족 입장을 전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보도는 JTBC <SBS 사과했는데…왜 논란 커졌나?>(2017. 5. 3)입니다. 이 1건의 보도만 봐도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려는 JTBC와, 의혹의 사실여부는 외면한 채 각 당의 공방만 강조해 객관성을 ‘가장’한 타사의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JTBC는 먼저 SBS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면서 인터뷰를 한 공무원에 대해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한 발언이 아니다, 그리고 내부 감사를 벌여서 누군지 찾으면 징계를 내리겠다”고 공언한 해수부 입장을 전했습니다. “기자가 해수부의 눈치 보기를 지적하는 내용으로 문장과 인터뷰를 넣었는데, 이게 데스킹 과정에서 빠지고 제목도 원래 제목에서 자극적인 내용으로 변경이 됐다”는 SBS 노조의 입장도 덧붙였습니다. 손석희 앵커는 SBS가 애초에 제기한 의혹에 “이게 사실은 앞뒤를 따져보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지는 보도 내용은 타사와 JTBC가 어떻게 다른지 확실히 보여줍니다. 손석희 앵커는 “SBS 측에서 기사가 잘못됐다, 문제가 있는 기사다, 라고 하면서 서둘러 기사를 내렸는데 새벽 3시 반에 내렸다면서요? 그렇게 내리게 된 이유에 대해서 제가 듣기로는 이런 기사가 예를 들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내렸다, 이런 해명이 나온 것”이라면서 사태의 경위를 설명했고 김혜미 기자는 “내린 것을 두고 굉장히 공방이 많았습니다.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며 국민의당과 자유당의 주장을 비판했습니다.
이에 손 앵커는 다시 “그 어떤 정치권으로부터의 압박은 없었다, 기사를 내리는 과정에서. 그렇게 해명도 나왔던데. 결국 SBS가 공식적으로 사과도 하고, 노조도 잘못된 내용이라고 한 내용인데 다른 당에서는 진실을 밝히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짚어줬습니다.
오보를 악용하는 정치권…방관하는 언론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번 SBS 오보 사태를 정치권에서 악용하는 문제입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부산 유세 현장에서 “SBS에서 겁을 줬는지 그게 잘못된 뉴스라고 또 발표를 했어요. 그 해수부 공무원 목소리 녹음까지 해서 발표를 했는데 그래서 내 집권하면 SBS 8시 뉴스 싹 없애버리겠습니다”라는 극언을 퍼부었습니다. 오보를 인정한 SBS에 민주당이 외압을 가했다면서, SBS 뉴스를 없애버리겠다고 한 겁니다. 독재적 발상에서 나온 전무후무한 언론 탄압 발언입니다. 놀랍게도 SBS 사태를 보도하면서 이 문제까지 언급한 방송사 역시 JTBC뿐입니다.
JTBC <비하인드 뉴스>(2017. 5. 3)는 홍 후보의 이 발언을 보여주면서 “80년 전두환 정권 시절 언론 통폐합이 있었고요. 이런저런 외압은 있었겠지만 대선후보가 직접적으로… 물론 농담일 수도 있겠지만”이라고 한탄했습니다. “가능성은 차치하고서라도 뉴스를 없애겠다, 특정 언론의 뉴스를 없애겠다는 발언은 지극히 부적절하다는 지적”, “헌법수호를 최대의 책무로 하는 대통령직에 지원한 대선후보로서의 발언은 언론 자유를 명시한 헌법 21조에 대해서 대놓고 무시하는 것 아니냐 이런 지적” 등 강도 높은 비판도 전달했습니다.
타사의 경우 아무도 홍 후보 발언을 지적하지 않았으며 MBC의 경우 <“세월호 정치적 이용”…국정조사 촉구>(2017. 5. 3)에서 홍 후보 유세 발언 중 “(문재인 후보가) 도대체가 어린 학생 죽음을 이용해서 그걸 대통령 한 번 되어보겠다고…”라는 부분만 잘라 ‘자유당의 입장’으로 처리했죠. 상식적인 언론관을 가졌다면 ‘반민주주의적 언론관’을 드러낸 홍 후보를 비판해야 마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