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날까지 문재인 때리기에만 혈안이었던 지라시 방송- MBC · TV조선
8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대선 투표를 앞두고 후보들의 마지막 행보 및 판세, 새 정부의 일정 및 과제에 보도가 집중됐습니다. 방송사들은 임기가 바로 시작된다는 점과 박근혜 정권과의 ‘동거’가 일차적 과제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JTBC‧채널A‧MBN은 투표 방법과 개표 과정도 보도해 유권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웠습니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방송사가 있습니다. 바로 MBC입니다. MBC는 타사가 모두 보도를 낸 마지막 판세와 새 정부 일정 및 과제를 누락하면서 문재인 후보 논란만 무려 4건을 보도했습니다. TV조선도 문 후보 논란을 3건이나 보도했습니다.
선거 직전, 특정 후보의 이름이 거론되는 폭로성 주장은 반드시 드러난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하여 보도하고 유권자의 이익에 부합할 때만 보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MBC‧TV조선은 경쟁 정당에서 제기하는 문재인 후보 관련 모든 의혹과 비판을 꼬박꼬박 받아쓰는 수준입니다. [ ▶ '2017대선 미디어감시연대'의 대선보도 모니터 - ‘프리허그’가 성희롱? 대선 전날까지 이어진 MBC의 ‘문재인 때리기’ ]
‘문재인 프리허그’가 성희롱? 사실여부 관계 없이 일단 ‘때리는’ MBC
대선 하루 전날, 12건의 선거 보도 중 1/3에 해당하는 4건을 ‘문재인 논란’에 쏟아 부은 MBC 보도의 면면은 화려합니다. 이 중에는 이미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가 사과를 한 사안도 있습니다. MBC <“표 떨어질라”…막판 악재 ‘조마조마’>(2017. 5. 8)는 선거 막판 각 후보 캠프의 ‘악재’를 다뤄준 보도이지만 보도의 절반이 ‘문재인 성희롱 논란’입니다.
리포트가 시작되자 기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프리허그' 유세 도중 진행자가 한 말이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면서 6일 진행된 문재인 후보의 프리허그 행사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MBC가 보여준 장면은 조국 서울대 교수가 “지금까지 한 번도 남자친구가 없었던 여성분?”이라며 여성 지지자를 무대 위로 부르고 문재인 후보와 프리허그를 하는 여성 지지자를 향해 고민정 대변인이 “흥분하지 마시고, 진심으로 모태솔로?”라고 말하는 부분입니다.
△ '문재인 프리허그는 성희롱' 자유당 주장 받아쓴 MBC(5/8)
MBC는 여기다 “여성들을 모욕하고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자유당 류여해 수석부대변인 비판 발언까지 인용했습니다.
그러나 프리허그 성희롱 논란은 이미 일단락된 사안입니다. 국민의당 고연호 대변인은 7일 논평을 내 “문재인 후보의 비천한 성의식이 또 노출됐다”며 “문 후보는 모든 여성들이 자신의 간택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프리허그를 즐겼다”고 비난했습니다. 이는 MBC가 인용한 자유당 주장과 완전히 일치하죠.
논란이 일자 프리허그 행사에 참여했던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행사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고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며, 여성 뿐 아니라 ‘남성’과 ‘어머니’ 등 많은 시민들이 호명되어 무대 위로 올라갔다는 겁니다. 국민의당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을 ‘간택을 기다리는 여성’으로 비하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에 고연호 대변인은 8일,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취소한다”며 해당 논평에 고개 숙여 사과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는 ‘문재인 성희롱 논란’만 부각해 보도하면서 국민의당의 사과는 쏙 빼버렸고, 대신 자유당의 비난을 인용한 겁니다.
MBC는 보도의 나머지 절반에서 “내가 집권하면 어떻게 하려고 이 XX을 하는지 모르겠다”, “(여론조사 기관은) 얼마 전까지 계속 8%야. 이런 도둑놈의 XX들” 등 홍준표 후보의 막말과, “국민의당은 문 후보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거론했던 권양숙 여사 친척 특혜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는 사실을 나열했습니다.
다른 후보들도 막판 구설수에 올랐다고 나열한 것인데 내용의 비중과 비판의 수위가 ‘문재인 성희롱’과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MBC가 구색을 맞추며 ‘문재인 성희롱’을 최대한 부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MBC만 끝까지 보도한 ‘문준용 특혜 채용’…‘문준용 지명수배’까지 받아써
△ 대선 전날, 유일하게 '문재인 아들 특혜 취업 의혹' 보도한 MBC(5/8)
MBC의 나머지 ‘문재인 논란’ 보도도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MBC <'문 아들 특혜취업‘ 의혹…사활 건 공방>(2017. 5. 8)은 문재인 후보의 아들 문준용 씨 특혜 채용 의혹을 다뤘습니다. 이 사안을 8일 보도한 방송사는 MBC뿐입니다.
MBC는 “(경선 경쟁자였던) 안희정 지사 아들을 선거의 양아들 삼고 있는 아버지(문 후보)를 보면서 준용 씨는 지금 어디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라는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 발언을 인용하면서 “문 후보가 직접 특혜 채용에 관여했다는 정황이 복수의 증인으로부터 확인됐다”는 국민의당 주장을 받아썼습니다.
이어서 “준용 씨의 채용 당시 이력서 사진을 활용해 지명수배 포스터까지 만들어 대선 이후에라도 반드시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자유당 주장도 덧붙이면서 “(문 후보나 준용 씨는) 대선 때까지 버텨 승리하면 진위 논쟁을 끝낼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국민 지명수배'를 선언합니다”라는 자유당 정준길 대변인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민주당의 입장은 “셀프 제보 쇼'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명백한 허위 사실과 의혹 부풀리기에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추미애 선대위원장 발언과 “익명의 제보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누가 그 제보자를 만났는지 밝히라”는 반박으로 갈음했습니다.
국민의당이 준용 씨 특혜 채용을 증명한다며 익명의 음성 파일을 공개한 것이 지난 5일이고 이 때문에 국민의당‧자유당 및 민주당의 똑같은 공방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지난 5일에도 국민의당의 음성 파일을 받아쓰면 논란이 ‘재점화’됐다고 강조하던 MBC가 대선 전날까지 특별히 새로 드러난 사실관계가 없는데도 국민의당과 자유당 주장을 그대로 받아쓴 겁니다. 특히 문준용 씨를 ‘국민 지명수배’하겠다는 자유당 입장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읊어준 대목은 매우 부적절합니다.
자유당은 8일 아예 논평을 내, 문준용 씨의 사진 및 제보 전화번호까지 첨부하며 ‘공개수배’를 선언했는데요. 이는 명백한 인권침해이자 명예훼손이라는 지적입니다. 민주당도 8일 반박 논평을 내고 “대통령 후보 가족이기 전에 한 개인에 대한 인격 살인 행위에 분노한다”고 반박했는데요. MBC는 민주당의 입장은 배제한 채 ‘국민 지명수배’만 정당한 주장인 양 받아썼습니다.
‘문재인 논란’은 꼬박꼬박 받아쓰면서 ‘홍준표 논란’은 은폐한 MBC
이렇듯 MBC는 국민의당이나 자유한국당에서 제기하는 문재인 후보 관련 비판과 의혹을 일일이 받아쓰는 지경입니다. 반면 홍준표 후보 관련 논란은 이미 타 매체의 보도를 통해 나온 것도 외면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MBC <‘패륜 집단’ 역풍에 ‘영감탱이’ 맞불>(2017. 5. 8)입니다. MBC는 “SNS에서 '패륜 집단'이라는 표현을 썼던 문재인 후보 선대위 문용식 가짜뉴스 대책단장이 자진 사퇴”했다면서 “문제가 된 '패륜 집단 결집'이라는 표현을 '패륜 후보로의 결집'으로 바꾸면서 자유당 홍준표 후보를 겨냥”했다고 전했습니다. MBC는 이미 전날 <문 측 “PK는 패륜집단 결집”…한국당 “사과하라”>(2017. 5. 7)는 보도로 해당 논란을 보도했는데요. 이걸 대선 전날 또 보도한 겁니다. 이 사안을 이틀 연속 보도한 것은 MBC뿐입니다.
반면 자신의 장인을 ‘영감탱이’라고 지칭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홍준표 후보의 논란은 민주당의 ‘반격’으로 처리해버렸습니다. MBC는 민주당이 홍 후보를 겨냥해 “홍 후보가 장인을 제대로 모시지 않았다고 공격”했다면서 문재인 후보가 “홍 후보를 '국정농단세력'이라고 몰아세웠”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홍 후보의 ‘장인 발언 논란’은 스치 듯 언급만 하고 문재인 후보가 홍 후보를 ‘국정농단세력으로 몰아세웠다’는 프레임으로 갈음한 겁니다.
MBC는 여기다 “경상도에서 장인을 친근하게 '영감탱이'로 부르기도 한다며, 마지막에 장인 장모 모두 자신이 모셨고, 두 분 묘지 안정도 자신이 했다며, 민주당의 공세가 '한심하다'”는 홍준표 후보의 반박까지 친절하게 붙여줬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문 후보 지지자들이 '물타기'를 위해 '홍준표 장인'이라는 단어가 인터넷 연관 검색어에 오르도록 조직적 여론조작을 했다”, “부산 사람들을 패륜으로 매도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찍어줘서는 안 된다”는 홍 후보 측의 반박을 아주 상세히 덧붙여 홍 후보의 장인 발언 논란을 오히려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는 방향으로 교묘히 바꿨습니다. MBC는 홍준표 후보의 ‘장애인 사전투표 동원 논란’도 보도한 바가 없습니다.
자유당의 ‘네이버 고발’까지 받아쓴 MBC…대선 후에도 여론전 이어갈 듯
MBC의 ‘문재인 때리기’는 자유당이 문재인 후보 편을 든다며 고발한 네이버 논란으로 마무리 됐습니다. MBC <네이버 고발‧수사…줄 잇는 소송전>(2017. 5. 8)은 “네이버가 문재인 후보 아들 준용 씨의 특혜 채용 관련 기사 노출을 축소한 의혹이 있다고 자유당이 검찰에 고발을 했”고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MBC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아들 준용 씨의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관련 기사 노출을 줄이고, 검색어 추이도 임의로 조작했다”, “네이버의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준용 씨 관련 기사가 '댓글 많은 뉴스' 순위에서 빠져 있었다”, “'세월호 문재인' 같은 연관 검색어의 검색이 중단되는 등 네이버가 검색어 추이를 임의로 조작한 의혹도 있다” 등 자유당이 제기한 의혹을 성실히 받아썼습니다.
심지어 “각 당들은 앞다퉈 고발전을 이어갔”다면서 “민주당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이 사실과 다르다며 송 전 장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고,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문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고발장을 제출”, “최근 논란이 된 SBS의 이른바 '세월호 인양 거래 의혹' 보도도 법정싸움으로 비화” 등 문재인 후보 논란과 관련된 법적 공방을 일일이 나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네이버는 공개된 절차에 따라 검색어 순위를 배치했다고 반박했고, 조작 의혹이 있다는 자유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아직 검찰의 조사가 시작도 되지 않았습니다. 송민순 회고록 논란 역시 양측의 증거와 주장이 이미 지난 4월 모두 나왔고, 유권자의 판단과 검찰의 조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SBS ‘세월호 인양 거래 의혹 보도’ 역시 SBS가 오보임을 인정했죠.
MBC는 이런 배경 상황은 모두 배제한 채 오로지 문재인 후보와 관련된 논란을 한 데 모아 보도한 겁니다. 대선 전날까지 이어진 MBC의 이러한 일관적인 ‘문재인 때리기’는 대선 이후에도 결과에 상관없이 MBC가 문재인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한 여론전에 나설 것임을 예상케 합니다.
TV조선도 MBC와 비슷한 태도…대선 이후 저널리즘의 향방은?
TV조선도 MBC에 뒤지지 않습니다. TV조선은 문재인 캠프의 ‘PK 패륜집단 게시글 논란’만 2건을 보도했고 ‘문재인 불법선거사무소 의혹’ 관련 단독보도를 추가했습니다.
△ '문재인 불법 선거 사무소' 수색 영상 공개한 TV조선(5/8)
TV조선 <선관위, 문 측 미신고 사무소 수색>(2017. 5. 8)은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가 민주당 문재인 후보측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사무소를 현장 수색해 문 후보 명의의 임명장 수십 장을 압수”했다면서 “수색 현장을 담은 영상”을 단독으로 공개했습니다.
TV조선은 “입구엔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공식 포스터가 걸려있고, 사무실 한켠에는 문 후보 명의의 선대위 임명장 수십 개가 쌓여있”는 수색 현장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이 사무실을 “문재인 후보의 선거운동사무실로 추정되는 곳”이라 강조했고 “명백한 불법 행위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선관위도 문재인 캠프 눈치보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자유당의 비판도 인용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5일 이미 자유한국당이 의혹을 제기해 선관위가 조사에 착수한 것입니다. 해당 사무소가 문재인 후보와 연관되어 있다는 근거는 아직 밝혀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TV조선 스스로도 ‘문재인 후보와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만 했죠. 그렇다면 사실관계가 밝혀지고 나서 보도를 해야합니다. 그러나 TV조선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선관위의 현장 수색을 취재해 단독으로 영상까지 공개했고 자유당의 공격에 힘을 더했습니다.
언론은 선거 기간, 특정 후보의 이름이 거론되는 폭로성 주장이나 의혹을 보도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사실이 아닐 경우 유권자의 판단을 곡해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명확히 나온 사실관계만 보도해야 하고 유권자에게 이익이 되는지 판단하여 의혹을 제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MBC와 TV조선의 대선 직전 보도 행태는 문재인 후보과 거론된 의혹은 일단 무조건 부각하는 수준입니다. 반면 다른 후보들의 논란은 지나치게 보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대선 이후 우리 사회의 저널리즘을 고민하게 합니다. 언론이 특정 정치성향을 지닐 수 있고 이는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언론은 엄격한 윤리와 명백한 진실에 의거하여야 하고 합리적 비판의 잣대를 지녀야 합니다. 이번 대선에서 MBC와 TV조선이 보여준 일관적인 ‘문재인 때리기’는 그런 자세와는 거리가 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