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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육성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경험을 통한 것이라는 데 이견을 보일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기업들도 일의 부여를 통해 리더를 육성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허나,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반면, 리더 육성에 강한 기업들은 다르다. 인재들의 리더십 개발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경험이나 일이 무엇인지를 정의하여 인재들 스스로 자신의 리더십을 개발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회사 차원에서 핵심 인재들이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필수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포지션에 배치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히 많은 경험을 쌓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인재들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길도 마련하고 있다.

리더 육성에 강한 기업의 또 다른 특징은 CEO를 비롯한 모든 리더들이 차세대 리더 육성을 책임지는 문화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CEO가 리더 육성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이며, 일선 리더들이 리더 육성의 실행에 앞장서고 있다.


Ⅰ. 리더 육성의 핵심, 경험 부여


미국의 Pearson Consulting사가 76개 글로벌 기업의 인사 담당 임원과 리더십 개발 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를 보면 리더 육성을 위해 가장 효과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방법은 경험을 통한 육성인 것으로 나타난다. (<그림 1> 참조). 리더십 개발 전문 컨설팅사인 Linkage가 제시한 미래 리더 육성 트렌드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제시된 9가지 트렌드 중 상당 부분이 경험을 통한 리더 육성과 연관되어 있다. 특히 향후에는 리더십 개발을 가속화시키는 일이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연구가 이루어질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그림 2> 참고).





리더 육성에 이처럼 경험을 통한 육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강의실 교육만으로는 리더가 되었을 때 꼭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얻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경영 연구 전문 기관인 Conference Board에서는 향후 리더들의 실패가능요인(Derailer)을 크게 4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사업 성과 향상을 위해 필요한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의사결정력의 부재이다.
망설이다가 투자해야 할 시기에 투자를 못하고 사업의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다.

둘째, 개인적 오만함이다.
주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의사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셋째, 아래 사람에게 일을 믿고 맡기지 못하는 지시 통제형 스타일이다.
모든 일을 혼자서 해결하려다가 제풀에 지쳐 실패하고 만다.

넷째, 사람 관련 이슈를 정면으로 돌파하지 못하고 회피하려는 성향이다.
리더 육성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필히 염두에 두어야 할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런 실패 요인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리더들을 육성해야 할까?
강의실 교육만으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다.

예를 들어, 의사 결정력을 강화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강의실에서 이루어지는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는 누구나 과감하게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다. 그러나 현장으로 돌아가면 그리 크지 않은 비용 집행에도 마음을 정하지 못한다. 다른 실패 가능 요인도 마찬가지이다. 자만하지 않고 주변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강사의 말에는 당연한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동의를 표시하지만,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면 천상천하유아독존형 리더십으로 돌아간다. 강의실에서야 권한 위임, 배려, 코칭을 배우면서 공감하지만 현업으로 돌아가면 다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리더십 개발은 지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리더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리더와 리더로 성장할 인재들에게 실제 업무가 이루어지는 현장의 경험을 통해 머리로 깨우치고 몸에 익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리더십 개발 방법일 것이다.


Ⅱ. 어떻게 경험을 부여할 것인가?


적지 않은 기업들이 이미 ‘경험과 일을 통한 육성’을 가장 중요한 리더 육성의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말로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핵심 인재, 후계자 육성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실행 모습을 살펴보면 적지 않은 기업이 핵심 인재군이나 후계자 후보를 선정해 놓는 정도에 그치고 있을 뿐 별도의 육성 활동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리더 육성에 강한 회사들은 실제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인재들이 성장에 필수적인 경험 기회를 겪어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모습을 살펴보자.


1.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핵심 경험 기회가 무엇인지를 정의

리더 육성과 관련된 고민 거리 하나는 회사나 HR 부서에서 개인별 경력 계획을 수립해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Southern California대학의 Jay Conger 교수는 “구성원 스스로 자신의 리더십을 개발하는데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일선 리더들과 HR 부서의 지원이 필수적이다”라고 조언한다. 즉, 구성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경력 경로를 설계하도록 장려하고 유도하되 회사는 이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라는 것이다. 이때 회사와 HR에서 지원해야 할 부분은 구성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인 ‘어떻게 해야 내가 핵심 인재가 될 수 있는가? 임원이 되려면 어떤 경험들을 쌓아야 하나?’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글로벌 HR 컨설팅사 Oliver Wyman의 파트너인 Steve Krupp 역시 성장에 도움이 되는 핵심적인 경험 기회를 정의하고, 이를 중심으로 미래의 리더를 육성하려고 노력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Sun Microsystems가 바로 이런 면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회사이다. 동사는 'SEE(Survey of Executive Experience)'라는 조사를 통해 임원급 이상으로 승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23개의 핵심적인 경험 포인트를 찾아냈다. 또한 이러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를 하고 있다. 구성원들은 자신의 지금까지의 경험과 자신이 원하는 경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핵심 경험을 비교함으로써 향후 어떻게 경력관리를 해 나가야 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화학 기업인 BASF도 해외 근무 경험, 복수의 사업 조직 근무 경험, 복수의 직군 근무 경험 등을 필수적인 성장 경험으로 제시하고 있다. Dow Chemical 역시 이와 비슷하게 신사업 육성 경험, 손익 단위 조직 책임 경험, Turnaround 경험 등을 필수 성장 경험으로 제시하고 있다.


2. 적극적으로 인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부여

성장에 필수적인 경험을 정의해 놓는 것만으로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리더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춘 인재들이 실제로 이런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인재 사관 학교로 유명한 P&G의 Family Health Care 사업부의 사례를 보자.

P&G Family Health Care 사업부의 고민은 자체적인 조사 결과 핵심 인재들의 40%가 상위 직위로 승진하여 제 역할을 수행하기에 필요한 스킬과 경험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작되었다. 인재들이 성장에 필요한 경험을 쌓을 만한 주요 포지션은 많으나, 그 중 절반 가량을 핵심 인재가 아닌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각 조직의 리더들이 공석이 발생할 때마다 그 자리를 이미 경험해봤던 숙련된 사람을 찾아서 빈 자리를 채우려는 성향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사는 매우 공격적인 접근 방법을 선택했다.





먼저 성장에 도움이 될 만한 핵심적인 경험을 할 포지션을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사업에 미치는 영향력(Impact on Business Results)과 역할의 복잡성(Role Complexity)를 양 축으로 하여 핵심적인 포지션을 선정했다. 이러한 포지션은 담금질과 같은 경험을 통해 인재를 성장시킨다는 의미에서 ‘Crucible Role’이라고 명명되었다(<그림 3> 참고). 동사는 핵심 인재가 Crucible Role에 배치되어 충분한 경험과 학습이 이루어졌다고 생각되는 시점에 또 다른 자리로 이동시켜 지속적으로 성장하도록 유도한다. 대개의 경우 한 포지션에서 3년 정도면 다음 포지션으로 이동시킨다.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라면 성장 잠재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보통 육성을 위한 포지션에 인재를 배치하는 기업들의 경우, 한 동안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이를 육성의 과정으로 보고 기다려주지만, P&G의 경우에는 오히려 훨씬 탁월한 수준의 성과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인재는 강하게 단련되어야 한다는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3.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경험의 부여

경험을 통한 육성에 있어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개인마다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경험이 다르다는 점이다. 즉, 특정 인재에게는 성장에 도움이 될 포지션이 다른 인재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마케팅 경험이 부족한 인재에게는 브랜드 매니저와 같은 자리가 성장을 촉진하지만, 이미 마케팅 경험이 풍부한 인재라면 브랜드 매니저 역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학습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육성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개인별 강약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추어 육성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면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기업이 미국의 통신 회사인 Sprint사이다. 동사는 핵심 인재를 대상으로 Staff Association이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의 기본 골자는 3년 동안 3개의 포지션을 거쳐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첫 번째 포지션은 HR에서 정해주지만, 2번째, 3번째 옮겨갈 포지션은 핵심 인재 본인 스스로 찾아가기를 요구한다. 이때, 특이한 점은 이동해 갈 포지션을 선정하는 기준에 있어 자신의 경력 목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자기 평가를 통해 파악한 잠재적 실패 요인(Potential Derailers Self Assessment)을 보완할 수 있는 포지션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자신의 취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할 때 육성 효과가 가장 크다는 사고가 반영되어 있다. 예를 들어, ‘다른 부서나 회사 전체에 끼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약점이 발견되었다면 부서간 업무를 조율하는 일을 해 볼 수 있는 포지션을 경험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혹은 ‘한 직군에서만 오래 근무하여 타 직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약점이 지적되었다면 타 직군과의 협업이 중요시되는 부서로 이동하는 것이다.


4. 블로커 관리를 통한 인재 이동 촉진

경험을 통한 육성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의 하나는 성장에 도움이 될 만한 경험을 쌓아 볼만한 기회나 포지션은 아무래도 그 수가 한정되어 있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은 그나마 이런 고민이 덜하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리더급 포지션이 계속 생겨나기 때문이다. M&A나 신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에도 새로운 직무 경험을 쌓아볼 기회가 많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경기가 침체된 시기에는 기업의 성장도 정체가 되기 때문에 인재들에게 새로운 경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일부 기업들은 의도적으로 성장에 도움이 될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 때 고려할 만한 방법이 ‘블로커 관리(Blocker Management)’이다.

블로커란 현재 리더 육성을 위해 핵심적인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지만 본인의 학습 곡선은 거의 고원 지대에 다다른 사람이다. 다시 말해 그 포지션에 더 오래 있는다고 해서 더 이상 성장할 여지가 많지 않은 사람이다. 앞서 소개한 P&G 사례에서도 보였듯이 이런 블로커들이 핵심 포지션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면 육성을 위한 배치가 어려워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블로커 관리이다.

예를 들어, 미래의 사업가로 성장시키기 위해 반드시 고객 접점 부서에서 마케팅 전략 수립과 실행이라는 경험 기회를 부여해야 할 인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현재 고객 접점 부서를 맡고 있는 리더가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기존 리더 대신 핵심 인재를 리더로 임명하면 된다. 그러나 만약 현 담당 리더 역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고, 조직 차원에서도 마케팅 전문가로 육성할 계획이 있는 인재라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이때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새로운 고객 발굴이나 신마케팅 기법을 고민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기존 리더를 프로젝트 리더로 이동시키고, 핵심 인재를 후임 리더로 임명하는 방법이다. 둘째, 기존 리더를 일정 기간(1~2년) 학위 과정과 같은 외부 교육을 보내는 것이다. 또는 조직 책임자가 아니라 사내 강사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셋째, 직무를 둘로 나누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조직 관리는 기존 리더가 계속 담당하도록 하되, 마케팅 전략 수립에 한해서는 핵심 인재가 전담하도록 하거나, 고객군을 둘로 나누어주는 것이다.

블로커 관리는 리더로 성장할 잠재력이 높은 인재들에게 적극적으로 성장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기업에서 한 번 고려해 볼만한 프랙티스이다. 다만 이런 방법들은 한국적 정서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Ⅲ. 리더가 리더를 키우는 문화


리더 육성에 강한 기업들은 리더가 리더를 키우는 문화를 갖추고 있다. 즉, CEO는 물론 일선 리더들이 차세대 리더 육성에 책임을 지고 있다. 리더를 키우기 위한 제도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1. CEO의 영향력이 절대적

기업에서 CEO가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일이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회사의 성과에 단기적으로는 별 보탬이 되지 않는 리더 육성과 같은 사안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십 개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CEO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리더 육성에 강한 기업의 경우 리더 육성에 대한 CEO들의 지원을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손꼽는다.

IBM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동사의 CEO인 Samuel Palmisano는 “지난 10년 동안 IBM이 성공적으로 사업을 해 올 수 있었던 핵심 성공 요인은 리더 육성을 전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선정하고 모든 리더들에게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할 것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Palmisano는 리더들이 차세대 리더 육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5분 훈련(5 Minutes Drill)’이란 세션을 통해서 직접 확인한다. 5분 훈련은 주로 IBM의 고위 경영진이 모두 참석하는 분기별 회의에서 이루어지는데 여기서 모든 임원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조직에서 미래의 리더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인재 1명의 이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5분 훈련’이라는 용어는 모든 리더들은 질문을 받았을 때, 즉시 자신이 키우고 있는 인재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상징적으로 붙인 것이라고 한다.

Qualcomm도 이와 비슷하다. 동사의 리더들은 사업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외에 후계자 육성 정도에 따라 별도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동사의 CLO인 Tarmar Dlkeles는 “적지 않은 리더들이 사업 성과나 자신이 받을 인센티브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에 인재 육성에 소홀하다. 그렇기 때문에 후계자 육성을 보상과 연계한 것이다. 이렇게 강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해준 CEO를 모시고 있는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또한 동사의 CEO인 Paul Jacobs는 1년에 18개의 인재 육성 회의(Talent Review Meeting)에 참여하는데, 각 회의는 최소 4시간 이상 이루어진다.

CEO의 강력한 지원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경험을 통한 리더 육성을 위해서는 준비되지 않은 인재를 중요한 자리에 임명함으로서 생길 수 밖에 없는 사업상의 위험을 감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뛰어났던 기업은 아무래도 GE이다. GE의 현 회장인 Jeffrey Immelt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성장시킨 가장 중요한 경험 중 하나는 위기에 빠졌던 콤프레서 사업부의 리더로 임명되었을 때라고 말한 바 있다. 1988년 GE는 냉장고에 들어가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콤프레서에 심각한 결함이 있어 대규모 리콜을 실시하였다. 당시 Immelt는 냉장고나 콤프레서와 같은 가전 사업 분야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었고, 심각한 위험에 빠진 사업을 맡아서 회생시켜본 경험도 없었다. 그러나, Jack Welch는 당시 HR 리더였던 Bill Conaty와의 논의를 통해 Immelt를 위기를 타개할 책임자로 임명하였다. 사업에 미칠 위험을 고려하면 도박적인 인사 배치일수도 있었지만, Immelt를 성장시키기 위한 의사 결정이었던 것이다.


2. 모든 리더들이 차세대 리더 육성에 대해 책임

많은 기업들이 핵심 인재를 선발하여 관리하려고 하지만, 유야무야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핵심 인재로 선발되는 인원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보통 전체 구성원의 10~20% 정도를 선발하는데 1천 명 규모의 조직이라면 100~200명을 넘어간다. 조직의 규모가 더 커지면 핵심 인재의 수도 당연히 늘어난다. 이 많은 인력을 일일이 개별 관리한다는 것은 사실 상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선 리더들의 리더 육성 노력이 필요하다.

Southern California 대학의 Jay Conger 교수도 CEO 혼자 리더 육성에 책임을 지도록 해서는 실패한다고 말한다. 이러 저런 이슈로 바쁜 일이 많은 CEO들이 관심을 갖고 살펴볼 수 있는 인재들의 수가 많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CEO가 신경을 쓸 수 있는 대상은 자신의 후계자가 될 인재나, 조만간에 사업 조직을 맡게 될 인재들, 즉 조직의 상층부에 있는 인재들로 한정될 수 밖에 없다. 조직의 아래 부분에 있는 인재들까지 CEO가 신경을 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일선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리더 육성을 잘하는 기업들이 강점을 보이는 부분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일선 리더들은 대부분 현업이 바쁘다는 이유로 차세대 리더 육성에 소홀하기 일쑤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멘토링이나 코칭은 리더들의 본연의 임무로 인식되지 못한다. 현업이 바쁘기 때문에 뒤로 밀려야 하는 일로 간주되는 것이다. 코칭과 멘토링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리더가 있더라도 주변의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못하다. 반면, 리더를 잘 키우는 기업에서는 사업 성과를 잘 내더라도 사람을 키우지 못하는 리더가 오히려 낮은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J&J의 한 인사 담당자는 당사의 모든 리더들은 만약 자신이 차세대 리더 육성에 소홀한 리더라고 평가 받는다면 고위 임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매년 실시되는 리더급의 평가 시, ‘인재 배출/영입(Talent Export/Import)’ 실적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인재 배출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조직에서 우수한 인재가 길러져서 타 조직으로 내부 스카우트 되어가는 경우이다. 즉, 이 실적이 높을수록 인재 육성에 탁월한 리더로 평가되는 것이다. 인재 영입은 타 조직의 인재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받아들이는 경우이다. 이 실적이 높다는 것은 리더로 성장할 인재들에게 새로운 직무 기회를 부여하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경영진과 모든 리더를 비롯한 전 구성원들이 육성에 대한 원칙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는 J&J가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동사는 빈 포지션이 생기면 내부 인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간·지역간 경계를 넘어서 이동이 매우 빈번하다. 예를 들어 의료 기기 사업 조직에 공석이 생기면 생활용품 사업 조직에 근무하던 사람이 그 자리를 채우기도 하는 것이다. 한 명의 인재 이동이 생기면 다시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도미노식으로 인재 이동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때마다 능력과 실적이 검증된 사람들에게는 승진의 기회가 주어지면서 리더 육성 활동이 확산되는 것이다. 사업간·지역간 경계를 넘는 인재 이동은 아무래도 해당 사업이나 지역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 성과 측면에서 보면 상당한 위험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외부 시각에서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J&J에서는 이런 이동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오히려 J&J를 잘 모르는 외부 사람을 영입하여 일을 맡기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에는 아무래도 리더 육성과 같은 이슈는 뒤로 밀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과거를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선택임을 알 수 있다. IBM의 글로벌 임원 육성 책임자인 Tanya Clemons는 “경기 침체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1980년대 중반부터 리더십 개발에 대한 투자를 줄인 것이 IBM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사업을 이끌고 가야 할 리더들이 제대로 육성되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주도적 위치를 상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불황기에도 리더 육성 노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리더십 전문 개발 컨설팅사인 Linkage의 Phil Harkins는 ‘경기는 Cycle을 타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불황이 U자형인지, 아니면 L자형으로 길게 늘어진 형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호황기가 올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때를 위해 지금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준비는 미래를 이끌어 갈 리더를 키우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지금 리더를 키우는 데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만이 향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by 한상엽 / LG경제연구원]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