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웃는 남자
불탄의 샵과 플랫/창작시 단편시 : 2012. 2. 2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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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은 멍든 바다의 칠흙, 그보다 더욱 깊은 살내음이 난다
세상의 끈을 놓지 못하는 미련의 덤불에 기름을 얹고 더욱 허허로운 불을 지른다
두 손에는 빈 바람 가득이 잡고 가슴엔 떨림같은 고통을 안고
그의 머리칼은 부서진 안개, 그보다 더욱 모호히 시야를 어지럽힌다
아침나절의 덜 따가운 빛살을 받아 서캐같이 하얀 그리움 쌓아 더욱 허물지 못할 언어를 심는다
두 발에는 억겁의 족쇄에 옥죄어 심장엔 진달래같은 피울음 토하고
그래도 그에겐 무엇이 있다
한참을 앵도라져 있을 것 같은 열 일곱 소녀의 청순함 닮은 상쾌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아! 그의 입술엔 웃음이 있다 가끔 그에겐 웃음이 있다
조각난 인생을 한 거풀 벗어 찬연히 흐드러진 웃음이 있다
오늘도 두 눈엔 아픔을 담고 오늘도 머리엔 안개를 이고 그렇게 웃음을 입가에 심어
꼬깃한 종이 돈 바지에서 내어 담배를 건네받곤 흡족해 하는
가끔 웃는 그의 행복은 하늘을 본다
-060804. 불탄(李尙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