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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어 이제 시름시름 앓고 있는 아파트, 거기에 베란다와 싱크대 쪽을 개조하여 넓혀놓은 아파트에 이사를 왔던 탓에 세번째 나는 겨울을 매번 따뜻하게 보내지도 못하고 있네요. 보일러 배관에 이상이 있는지 방구들이 편가르기라도 하는지 서늘한 나라와 시베리아 한풍이 몰아치는 북극의 나라로 분리되어 있어 아침 저녁으로 밥상 놓는 자리마저 다르게 해야 하니 요즘 유행하는 말로 "짜증, 지대루야!"입니다.

외풍도 만만치 않은데 어린 두 딸아이는 잠을 잘 때 꼭 이불을 차내려 하고, 아빠 엄마는 아침이 될 때까지 몇번을 뒤척이며 덮어줘야 하니 아이들 때문에라도 지난 달 초에는 퀸 사이즈와 싱글 사이즈가 한 세트인 해달이전기매트까지 들여놨습니다. 퀸 사이즈에는 아내가, 싱글 사이즈에는 제가 눕고 그 사이에 아이들을 눕혀 재우니 그전보다는 그래도 한결 마음이 편해지더랍니다.

새해 첫날에는 처가 어르신들이 서울에서 내려오셨습니다. 하룻밤을 주무시고 나시더니 뭔가 필요한 거 하나를 구입해주시겠다는 장인어른 말씀에 아내는 냉큼 전기히터를 요구하더군요. 아무래도 아침 저녁으로 아이들 머리를 감기거나 샤워를 시키고 나면 외풍 때문에 추워하는 아이들이 안쓰러웠나 봅니다. 이래저래 민망할 수밖에 없는 사위가 되어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자식들이 찾아뵙지 못해 이곳 청주까지 내려오시게 한 것만 해도 송구스러워 해야 할 판인데 지갑까지 열어달라는 아내의 넉살에 기가 차고 말았던 거지요.

어찌되었건, 지금은 장인어른 덕분에 살림이 또 하나 늘었습니다. 그동안 억지로 사용하던 수평센서가 맞지 않은 선풍기히터는 이제 폐기처분해도 된다는 생각에 이틀 동안은 아주 좋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뭔가 꺼림직한 것이 있더랍니다. 그래, 혹시나 해서 오늘은 컴퓨터로 전기요금에 관한 내용을 검색해 봤습니다. 아무래도 전기매트와 전기히터를 사용하면 어느 정도 많아질 전기요금에 대해 미리 가늠이라도 해놓자는 의도였지요. 나이를 먹다보니 숫자개념이 약해졌는지 여러 설명글을 읽어도 개념이 잘 잡히질 않더군요. 여하튼 여러 의견들을 종합해서 얻은 결론이라는 것이 난방기구가 제시하고 있는 단순 수치상의 요금은 불과 1~2만원 정도이지만 합산하여 누진율로 적용시키게 되면 몇만원에서 십몇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 더 청구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 골자였습니다. 물론 과다 사용자의 경우에는 몇십만원의 전기요금도 물렸다고 하는 글도 읽어보았고 말입니다.

그러니 갑자기 걱정이 밀려옵니다. 평상시에 7만원 전후로 나오고 있는 전기요금은 이미 어느 정도 한계치가 적용된 적정 사용량일 텐데 전기매트와 전기히터를 사용함으로써 얼마나 더 나오게 될지는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게 된 것이죠. 한전 사이버지점에서 전기요금청구서에 있는 고객번호를 입력하거나 국번없이 123번, 휴대전화일 경우에는 지역번호에 123번을 하면 알 수 있다고 하더군요. 새가슴 소시민인 저로서는 생각보다 많은 금액을 안내받을까 두렵기도 하고, 지금 당장은 고객번호도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알아볼 방법은 없어 밤 시간을 이용해 인터넷으로 알아보려 합니다.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두시간 정도 쓸데없이 전기히터를 돌린 것을 생각해보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이란 게 고작 지금 당장 수입을 더 올릴 방법은 없을 터이니 싱글 사이즈 전기매트 사용은 오늘부터 자제해야 되겠다는 것과 전기히터는 아이들용으로만 아주 잠깐씩 사용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 뿐입니다. 그나저나 도대체 1월에 받게될 12월 전기요금청구서에는 얼마 만큼의 금액이 쓰여있을까요?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