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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키스'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광고, 드라마나 시트콤 등과 같은 방송, 영화나 연극의 흥행을 위해 가장 많은 도구나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쉽게 이슈화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광고에서도, 시트콤에서도 누가 누구랑 어떤 키스를 했는가가 기사화 되고 나면 엄청난 트래픽을 동반한 화제거리로 며칠을 인터넷에서 진동을 하니 말입니다.

'키스'라는 주제는 확실히 호기심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한 소재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연령이나 남녀의 구분이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설레임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꼭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감각적인 의식 속에 잠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의 통행이 많거나, 또는 공공장소에서 내가 사랑하는 연인이 갑자기 '키스'를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잠시 함께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지금 전철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들께서는 안전을 위하여......" 이때 평상시 그토록 갈망하던 키스를 부르는 마법의 주문이 느닷없이 들어옵니다.

"자기야. 나 키스해 줘."





갑자기 건네온 말에 당황합니다. 그녀의 말이 진심일까 싶어 잠깐 사이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좌우를 살펴 근처의 상황을 살핍니다. 그러다 결국 키스를 못한 당신은 그녀를 지하철로 인계하고 난 다음 씁쓸하게 돌아서게 됩니다.

왜 그랬을까요? 혹시 아름다운 그녀가 당신의 얼굴 가까이에서 예쁜 입술을 움직여 수줍게 말했을 때 지독한 입냄새가 났던 걸까요?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처럼 술 마시고 오바이트를 하고 난 다음입니까? 그것도 아니면 그녀에게 키스를 하고 난 다음에 다가올지도 모를 낯선 책임감에 대한 두려움이 그 짧은 시간에 들었던 겁니까? 그것도 아니면 혹시 어디선가 또다른 당신의 사랑이 지켜볼지 모를까봐 걱정이 되십니까?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사랑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사랑해 왔고, 연인이라 여겨왔던 그녀라면 설사 입냄새가 조금 나면 어떻고, 오바이트 한 다음이면 또 어떻습니까? 이건 여담입니다만 정말로 사랑하게 되면 남들에게는 쉽게 맡아지는 냄새까지 못맡게 된다고 합니다. 실제 제 주위에서도 인내라고 하는 몸에서 나는 냄새가 심한 동료가 제주도 출신 여성과 사내커플로 시작해서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그 여직원은 제 동료의 그 심한 인내를 못맡더라고요. 꼭 사랑 때문에 그렇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그 정도는 감내를 해야 할 겁니다. 왜냐면 그게 바로 사랑이니까요. 그걸 따지려면 자신의 심장에 사랑의 화살을 꽂은 큐피드에게 들이대셔야 할 겁니다. 속 시원한 답변은 들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사랑한다면 그보다 더한 상황에서도 아름답게 여기고 예뻐해야할 겁니다.





키스를 하고 난 다음에 남게 될 책임감이 두렵다고요? 사랑은 저지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론을 내리고 정리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키스는 왜 합니까? 술 먹었습니까? 이해합니다. 맨정신이라고요? 그러면 안되죠.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학교생활과는 또 다른 유혹이 많이 생깁니다. 그 중에 하나가 재미삼아 툭 던진 말이 씨가 되어 일파만파로 커지게 되는 스캔들입니다. 사랑하지 않을 사람이고, 미래를 함께 할 사람이 아니라면 구태여 스캔들을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주위 사람들만 의식하라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당사자가 가장 무섭습니다. 회식 후 어떻게 둘만 남게 된 노래방에서 수컷이 끌어당기는 종족번식의 욕구와 암컷이 풍기는 살랑거림을 이겨내야만 진정한 사랑을 쟁취할 수 있는 전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각별히 명심하십시오.

키스를 하고 싶은데 사랑하는 또다른 제3의 그녀가 볼까봐 겁난다고요? 양다리 걸쳐 잘되는 사람 본 적 없습니다. 만약 양다리로 성공할 자신이 있다면 박상민의 '무가야 잘 있거라'를 몇 번씩 들어보시고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될 것입니다. 사랑은 절대 일회성은 아닙니다. 물론 내 여자의 다리보다 남의 여자 가슴에 필이 꽂히는 것이 남자의 본능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남자가 다른 여자 가슴만 탐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왜 그렇겠습니까? 결론은 지금 가진 행복마저 위협을 받을 수 있는 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저기 밑에 있는 양심이라는 놈이 먼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덕은 중용을 의미합니다. 어느 한쪽을 치우치지 않는데서 의미가 있습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도 여기에서 나옵니다. 차고 넘치는 것은 절대 부족한 것보다 좋지 않습니다. 남의 여자를 탐하기에 앞서 내 여자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보살피고, 배려하면 그 자체가 행복인 것입니다.

자! 결론이 났습니다.

지하철이 들어오는 복잡한 역에서 애인이 키스를 해달라고 요구해 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그녀가 행복할만큼 꼭 안아주면서 눈치껏 가볍게 키스해 주십시요.

혹시 지하철에서 클래식 CD 다섯 장에 만 원을 받고 파는 사람이나, 추운 겨울 따뜻하게 생활하라고 천원짜리 한장 받고 털장갑을 파는 잡상인의 얼굴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애인이 요구한 키스를 한번 했다고 해서 내 인생에 오점으로 남는 것은 절대로 아닐 겁니다. 아낌없이, 그리고 소중하고 부드럽게 느껴지는 키스를 살짝 해 주십시오. 그 짧은 시간 동안 느낄 수 있는 사랑은 바로 앞에서 내 눈을 들여다 보는 그녀의 눈망울에서 더욱 커지게 될 테니까요.


이 글은 불탄의 예린이랑 예진이랑 블로그에 게재했던 내용을 수정·보완한 글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