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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은 지금보다 나은 어떤 생활을 갈망할 때가 있습니다. 아니, 사실은 하루 중 많은 시간을 그런 생각으로 보낼 때도 있습니다. 로또를 사 보기도 하고, 예전 일기장을 들춰보기도 하며, 또 다른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지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많은 차이가 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살아가는 방법에 있어 다소 차이는 나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비슷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면 지금은 스스로에게 많이 버거운 현실에서 일탈을 생각하는 꿈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인턴사원제에 대한 기업과 인턴사원의 입장 차이에 관한 뉴스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모 금융권에 인턴으로 입사한 새내기 직장인 입장에서는 맡겨진 업무가 없는 상태에서 하루 종일 고객에게 인사만 하고 있으려니 무척이나 따분하기도 할 뿐 아니라 다른 동료나 미래의 경쟁자들은 그 시간에 하나라도 더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위기감을 느끼게 되어 고객에게 인사를 하는 시간이나 컴퓨터도 없는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에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교육프로그램을 통한 교육을 받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고 하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더군요.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다가도 어느 한 편으로는 그러한 불만들이 행복한 비명으로 들리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마땅히 수행하고 있는 업무가 없다는 것은 아직까지 기업 입장에서는 맡길만한 업무가 없다는 뜻도 되지만 좀더 크게 생각하면 앞으로 맡게 될 업무에 대해 특별히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는 뜻도 될 테니까요.

어찌 되었건 지금 중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인생도 사회생활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보면 첫 출근과 함께 했던 있는 일이라는 것이 며칠 동안 신문이나 보고 있다가 이따금씩 선배가 따라 나오라고 하면 종일토록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면서 머슴 내지는 몸종이나 되는 것처럼 허드렛일을 거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심지어 담배 심부름이나 급여날 은행 심부름까지도 했었지요.

물론 세월은 많이 변했지요. 지금에 와서 그런 일을 시키는 상사는 당연히 없을 것이고, 또 그런 일이 일어나서도 안되겠습니다. 지금은 연공서열제가 아닌 개인별 능력에 따른 인센티브가 가미된 연봉제를 채택한 회사도 많다보니 직급이 낮은 직원이 팀장으로 있는 팀에 직급이 높거나 선배사원이 팀원으로 들어가게 되는 경우도 많을 뿐더러 경우에 따라서는 연봉에 있어서도 직급이 많다고 꼭 많이 받는 것은 아닌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일탈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지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환경과 함께 스스로가 받게되는 여러 형태의 압박감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서 예로 든 것 처럼 인턴사원은 인턴사원 나름대로, 당장 취업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취업 준비생이나 청년 실업인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어느 정도 기업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대리급 이상의 중간 간부들 또한 그들 나름대로, 그렇게 저마다의 사연과 목소리는 가지고 있겠지요.

저 역시 일탈을 꿈꾸는 지금,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은 그 세상에 잠시 발을 들여 놓습니다. 채 몇 분이 되지 않아 깨어나야 될 꿈일지라도 그 꿈을 꾸는 순간만큼은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심지어 아이들을 포함한 저를 감싸고 있는 모든 것으로부터 훌훌 벗어나는 듯한 자유를 맛보게 됩니다. 마치 몸에 좋지는 않지만 자꾸만 마시고 싶은 인스턴트 커피의 중독성처럼 그렇게 달콤하게 말입니다. 오늘은 그런 꿈에서 깨어나게 할 인기척 마저 들리지 않는 철저하게 혼자된 시간을 보내고 있느니 만큼 오랫동안 이 즐거움을 맘껏 즐겨보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