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세상이 변해가면서 아들과 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예전에는 정말 아들을 중시하는 문화가 무척이나 심했었던 곳이 바로 이 나라, 이 땅입니다. 2010년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도 역시 종가집을 위시한 일부 가정에서는 일상처럼 겪고 있는 상황 중에 하나가 바로 아들 타령일런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갑자기 이런 말이 생각나네요. "아들 낳은 부모는 기차 타고, 딸 낳은 부모는 비행기 탄다."는 우스개소리 말입니다. 기차는 국내 여행, 비행기 해외여행이라는 단편적인 생각도 가미된 듯 보입니다만 실상은 아들을 선호하는 관습에 대한 정부차원의 고도화된 출산정책과도 무관하지는 않을 겁니다.

뭐, 의미야 어찌 되었건 각자의 가정에는 나름대로의 사연을 가지고 오늘이라는 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오늘은 2주만에 찾아온 아내의 휴무였었고, 우리 가족은 기꺼이 그 귀한 시간을 2주전과 마찬가지로 찜질방에서 보내기로 했습니다.

추운 날씨에, 더군다나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을 찾기 어려운 이곳 청주에서는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찜질방도 나름 매력을 갖고있는 휴게시설입니다. 더군다나 하루 종일 만땅으로 키워놓은 보일러에도 불구하고 썰렁하기만 한 집구석을 단 하루라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아내나 저나 마찬가지일 테고, 또 그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찜질방이라는 시설이 주는 느낌은 참으로 묘합니다. 목욕과 함께 휴식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찜질방에서는 목욕시설과 함께 PC방이나 독서실과 같은 휴게시설도 갖출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제가 사는 이곳의 찜질방에는 대여섯 가지의 사우나 방이 있는 데 그 중에 보석탕이라는 이름을 가진 족욕탕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발목보다 조금 높이 올라온 족욕용 온수에 양발을 담근 채 사우나를 즐기는 곳입니다. 책을 읽거나 명상을 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곳에 발을 담그고 10분 정도만 있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몸을 타고 흐르는 땀줄기의 쾌감에 흠뻑 빠져들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몇번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는 사우나 공간이기도 합니다.

아내가 이야기 합니다.

"오빠, 여기 오면 때를 밀기는 하는 거예요?"
"그럼. 돈이 얼만데...... 아까와서라도 바짝 밀고 가야지."
"그럼 등은 어떻게 혼자 미는 거예요?"
"응? 응...... 그래. 손 가는 데까지만 밀고 손이 닿지 않는 곳은 아까 가지고 온 기다란 이태리 타월로 혼자 벗겨내지. 왜?"
"아! 아니예요. 오빠가 등은 어떻게 미는지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거 참! 사람하고는...... 그럼 넌 어떻게 등을 미는데?"
"저요? 애들이 서로 밀어 준다고 하니까 전 괜찮던데요?"

헉...... 이제 보니 아내에게는 영원한 응원군인 아홉살, 일곱살의 두 딸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지금으로서는 어리다고 하나 그래도 두 딸아이가 엄마의 등짝을 밀어준다고 생각하니 살짝, 아니 아주 많은 부럼움이 생기더랍니다. 아! 그래서 아들 가진 아빠들이 아들과 함께 가는 목욕탕 이야기를 하면서 목에 힘을 주나 봅니다.

전 딸만 둘을 낳았습니다. 그래서 아들이 주는 느낌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할 뿐더러 아주 솔직히 가늠조차 하기 힘듭니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찜질방에서 두 딸의 응원을 받고 있다는 아내가 엄청 부럽다는 느낌을 가져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크게 가슴에 닿아오는 것은 두 딸아이에 대한 고마움입니다. 내가 못해준 아내의 등밀이를 어린 두 딸이가 해줬다는 것보다 엄마한테 해준 것처럼 아빠의 등도 힘껏 밀어주고 싶었다는 그 마음 때문입니다. 그래도 아빠라고 짐짓 삐진 흉내를 내어보니 아빠한테만 살짝 보여주는 거라며 티아라의 뽀삐 댄스를 나름대로 열심히 추던 모습에 지금까지 아빠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것이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