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가끔 지나간 사랑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커피가 생각나고, 기억나는 음악을 흥얼거리게 되며, 편지지에 옮겨 적을만한 글귀들을 다이어리에 끼적거리게 됩니다. 없애버린 사진 속 장면이 그려지고 태워버린 편지 속 언어들이 귀를 간질이지만 점차 희미해져 가는 기억 때문에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가끔 그런 제 모습이 거울로 비쳐질 때면 고개를 젓게 됩니다.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요

 

작가 이상이 쓴 거울이란 시에서처럼 왼손잡이타령까지는 아니겠지만 이미 중년의 무게가 주는 주름 잡힌 낯선 얼굴은 그리운 시절의 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나이를 물어오는 양이면 한참을 버벅거리기도 합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나이에 대한 셈을 하지 않게 되었던 것과 함께 지금처럼 신년 초에는 더욱 자신의 나이에 실감하지 못하게 되더랍니다.


추억이라는 존재는 언제나 지금보다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마력이 있나 봅니다. 군대생활까지도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강변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리워지니 말입니다. 그러니 지나간 시절의 사랑임에야 얼마나 간절해지겠습니까? 이렇듯 지나간 사랑이 추억의 이름으로 가슴 속 비어있는 공간에서 마음대로 널뛰고 있다는 것은 독이 될는지, 약이 될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쉽게 떨쳐 내거나 버릴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사랑이란 존재를 일컬을 때 어떤 말을 사용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한때는 “남자는 첫사랑을 그리고, 여자는 마지막 사랑을 원한다.”라는 말이 통용되었는데 말입니다.

다시 재회를 소망한다는 따위의 의미는 터럭만큼도 없습니다. 다만, 바쁜 일상 속 부대낌 속에서도 가득한 열정으로 뜨거웠던 그 시절의 사랑을 쉼이나 휴식 같은 느낌으로 음미하는 시간을 이렇게 가끔은 가져보고 싶을 뿐입니다.

이제 또 한주를 새롭게 시작해야하는 시간, 찡그림보다는 웃음이 많은 날들로 이어질 수 있기를 간절하게 소망해보는 오늘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