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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즐거워하는 주말입니다. 한주의 수고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그 뭔가를 찾아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테지요. 관객수 천만 명을 돌파했다는 아바타 상영관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새로 출시된 메뉴를 맛보기 위해 예약해 놓은 패밀리 레스토랑을 향하는 발걸음에 힘을 가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며칠 동안 날씨 탓으로 미뤘던 가족 나들이로 즐거운 웃음을 뿌리는 가정도 있겠지요.

혼자 있는 주말의 오후시간입니다. 혼자라는 느낌이 주는 허전함을 뒤로 한 채 아파트 이곳 저곳을 둘러 봅니다. 세탁실에는 3~4일 정도 밀린 빨랫거리가 두번은 돌려야 될 정도로 쌓여 있네요. 아마도 부피가 큰 겨울 옷들이라 더욱 많아 보이는 것 같습니다. 거실에서는 이미 다 건조된 옷가지들이 바삭거리며 정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고 말입니다. 그래도 싱크대에는 설겆이 거리가 하나도 없네요. 아! 아이들은 어제 저녁에 본가에 맡겨졌을 테니 당연한 것일 테지요. 대충만 살폈는데도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는 것은 혼자만의 휴식을 취하겠다는 생각을 접고 지금부터 움직여야 한다는 걸 의미하는 거겠죠.

'귀찮은데 내일 할까?', '아내가 퇴근해서 돌아올 때까지 그냥 버팅겨 볼까?', '이도 저도 하지 않고 그냥 모른 척하고 있으면 아내가 다 알아서 하지 않을까?'

별 놈의 생각들이 달콤한 유혹의 속삭임과 합세를 하더니 엥엥거리며 어지럽게 하고 있습니다. 경험상 이럴 때는 그냥 움직여 보는 겁니다.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끝은 보이게 되어 있고 스스로도 개운한 생각을 하게 되니까 여러 모로 득이 되는 겁니다. 누구한테 잘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깨끗하게 치워놓으면 일단 내가 보기에 좋은 거고, 또 내일 본가에서 돌아올 아이들의 호흡건강에도 미리 먼지를 닦아 놓으면 더 좋을 겁니다.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눈에 보이는 것부터 치워가는 것이 속도 편하고 기분도 좋아지니까요.

아내가 직장에 나가지 않았을 때는 혼자 있는 시간에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어질르기만 했는데 아내가 직장에 나가면서부터 이렇게 조금씩이나마 움직이는 것을 보면 스스로에게 정말 얍삽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치워주지는 않으면서 쉬지 않고 치울거리를 만들기만 했으니 속에서는 불이 나기도 했을 겁니다. 그러던 내가 오늘 이렇게 조금이나마 눈에 보이는 것이라도 치우려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힘든 아내에 대한 배려보다는 직장을 그만 둔다는 말을 원천봉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니......


어찌되었건 정말 움직여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마음 먹기까지가 힘든 것이지 일단 마음을 먹었다면 쉽게 움직여질 것이니 조금이라도 빨리 치우는 것이 좋겠다 싶습니다. 그래야 혼자 먹게 될 저녁식사도 그나마 맛이 있을 테니까요.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