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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입니다. 언제나 금요일은 마음의 평안과 함께 그 크기 만큼의 조급증도 생기는 날인 것 같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내일부터는 주말로 이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럼 점심시간이 주는 이미지는 어떨까요? 점심시간이 갖는 의미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게 될 겁니다. 허나 매일같이 커피나 녹차로 아침식사를 대신하는 저와 같은 사람에게는 점심식사가 주는 의미라는 가것이 남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가벼울 수는 없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하루 24시간 중에 유일하게 밥 알갱이를 씹을 수 있는 시간이니 만큼 꼭 식탐이 아니더라도 악착같이 챙겨 먹으려는 성향을 보이게 되나 봅니다.





거기에 점심시간은 오늘 업무의 때이른 종료도 의미합니다. 출근과 함께 시작되었던 각종 자료와 문서, 끝이 없을 것 같은 미팅과의 전쟁도 점심시간과 함께 휴전이나 종료를 선언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미 박 터지게 싸움에 터지기도 했고, 깨물기도 했던 폭풍의 시간이 지나갔다는 의미인 거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는 거고, 그렇게 동료들과 식당으로 이동하면서 갖게 되는 생각이라는 것은 오늘도 하루가 다 지나가고 있다는 때이른 안도감이 머릿속을 지배하게 됩니다.

오늘은 다른 날도 아닌 금요일이라는 특별한 감흥을 주는 날입니다. '왜 그런 느낌이 드는 걸까?'하며 굳이 고민하지 않더라도 모범답안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바로 주말 직전에 가지게 되는 편안함이 여유로 작용하는 겁니다. 한주를 무사히 보냈다는 것과 이어지는 휴일에 대한 기대감, 그건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보상일 겁니다.

어? 그러고 보니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고, 느낌이며, 감흥일 수밖에 없겠군요. 문득 다른 분들은 점심시간에 대해 어떤 의미를 두고 계시는지, 그리고 금요일의 느낌은 어떠신지, 나아가 금요일의 점심시간에 대해서는 어떤 감흥을 갖고 계신지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아무런 느낌이 없는 분도 있을 것이고, 저와 같이 들뜬 기분으로 즐거워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며, 옥죄어오는 압박감 때문에 매일을 스트레스에 맞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허나 그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있는 거리에는 오늘도 저마다의 크고 작은 목소리들이 뿌려지고 있습니다. 그 속에는 나름대로의 질서가 보입니다. 마치 누가 굳이 다시 설명해주지 않더라도 이미 사회가 암묵적으로 지키고 있는 신호등이나 되는 것처럼......

추위가 조금 풀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옷깃을 많이 감싸게 되는 날씨입니다. 곰장어를 놓고 술잔을 주고 받던 포장마차가 생각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공짜 홍합국물과 맥주컵에 가득 채워진 500원 짜리 소주 한컵도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정종대포를 팔던 집이 생각나는 계절이고, 풀빵과 어묵의 맛이 그려지는 계절이며, 동전 몇개에 서둘러 약속을 잡던 공중전화가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아버지께서 들고 오실 군밤이나 센베이를 기대하며 졸린 눈으로 기다라던 코흘리개 어린 아이가 중년인이 되어 오늘은 예전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을 위해 집 근처 가게를 기웃거리게 될 것입니다. 데이트를 약속한 많은 연인들은 쥐치채나 팝콘을 손에 들고 영화관으로 모일 것이고, 직장인들은 치킨이나 골뱅이무침을 앞에 두고 맥주잔을 부딪칠 것이며, 일찌감치 서둘렀던 부모들은 아이들 손을 이끌고 갈비집을 찾을 겁니다.

경제가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금요일에는 즐거움과 웃음이 행복으로 피어오르겠지요. 서로의 목도리를 여며주는 연인의 사랑이 있고, 힘든 어깨를 다독거려주는 동료의 정도 있으며, 지퍼와 신발 신는 것을 도와주는 부모의 미래도 있습니다. 주말이나 휴일과는 사뭇 다른 그림 색채를 갖고 있는 날이 바로 오늘과 같은 금요일입니다. 저 역시 오늘 만큼은 멋지고 아름다운 저녁시간을 기대하면서 가볍게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