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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에는 신경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빗소리였던 거지요.
오늘로 벌써 3일째 비와 함께 하는 아침입니다.
날씨가 이러니 마음도 밝지 못합니다.

그러고 보니 다른 나라보다 햇빛을 볼 수 있는 날이 적다는 북유럽 국가가 우울증과 관련된 의학이나 제품이 발달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런지 모르겠습니다. 귀에 감겨오는 빗소리에 잔뜩 내려앉은 기분은 그야 말로 우울하기만 합니다.

이제 설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바로 코앞이지요.

해마다 돌아오는 설 명절은 할아버지의 제사를 함께 떠올리게 합니다. 설날 일주일 전이 바로 할아버지 기일(日)이기 때문이지요. 몇 해 전 부터는 설 차림상도 그 전에 비해 조금 약해 보이는 것도 같은데 설 차림상과 제사상을 동시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청주로 이사한 이후부터는 먼 친지들의 방문이 뜸해졌기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올해는 지난 일요일에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아들만 둘을 두신 어머니께서 혼자 명절이나 제사 음식을 모두 해낸다는 것은 매번 놀라움을 갖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면은 두 아들이 결혼을 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며느리가 둘이나 되는데도 여전히 어머니께서 거의 모든 것을 해내시니 말입니다. 

지난 일요일, 제사에 쓸 밤을 까고 있는 불탄과 지켜보고 있는 큰딸.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어려서부터 조금이나마 도와 드릴 것을 찾곤 했는데 그것이 바로 동그랑땡이나 동태전을 부치는 일, 꼬치를 꿰는 일, 알밤을 까는 일 같은 거였지요. 이날도 할아버지 제사상에 올려졌던 밤을 까려 과도를 들고 나오려는데 아버지께서 이상하게 생긴 도구를 건네주시더군요. 덕분에 너무나 쉽게 깔 수 있어서 다행스러웠습니다.

부모님이 한 동네에 있다는 것은 올해처럼 짧은 설 명절기간에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운 일입니다. 거리가 멀수록 설과 제사를 모두 챙겨야 한다는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설령 멀리 지방이나 시골에 부모님이 계시더라도 1년에 몇 되지 않는 날이니 만큼 꼭 찾아 뵙기는 해야 되니까요.

어렸을 적 이맘때 쯤이면 항상 기대감에 가득 차있던 것 같습니다. 세뱃돈과 함께 맛있게 먹게 될 음식이나 친척들의 방문이 마냥 즐거웠으니까요. 그러던 기대감이 어느새 현실의 느낌으로 바뀌게 되었네요. 은행에 가서 조카들과 두 딸아이에게 줄 세뱃돈을 신권으로 바꾸기도 하고, 본가에 들고 갈 적당한 선물도 챙겨야 합니다. 따로 부모님께 드릴 용돈도 절대 잊어서는 안되겠지요.

말 그대로 "마음은 가볍게 두 손은 무겁게"를 실천해야 하는데 그것이 부담이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렸을 때의 기대감 만큼은 아니지만 이렇게 설이 기다려진다는 건 지금 만큼의 나이를 앞으로 더 먹게 되더라도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날씨 탓인지 또 마음이 헛헛해지나 봅니다.
새벽에 들렸던 두 아이의 기침소리가 신경이 쓰였던 만큼 오늘 저녁에는 아이들 건강상태를 먼저 챙겨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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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