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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카족’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한국후지필름의 즉석카메라, 인스탁스.

디지털카메라에 밀려 대부분 사라져 버린 즉석카메라 시장에서 인스탁스의 인기는 발매 10주년을 맞았던 지난해에도 계속됐다. 특히 인스탁스는 2006년부터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이룩하며 한국이 전 세계 판매량의 상당량을 차지한다는 점에서도 한국인들의 유별난 인스탁스 사랑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모델 변경과 단종이 흔한 카메라 업계에서 즉석카메라 인스탁스의 장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이미지 출처 : 기업나라

인스탁스의 인기는 여성 소비자들로부터 시작됐다. 사용자들이 자신의 블로그나 커뮤니티에 튜닝한 인스탁스를 자랑하면서 사용자의 개성을 살려주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패셔너블한 디자인뿐 아니라 인스탁스는 i플래시와 접사기능 등 부가기능을 탑재하고 셀프촬영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렌즈 옆에 작은 거울을 달아 셀프사진족을 만족시켰다. 또한 유해물질이 거의 없는 부품을 탑재해 친환경 제품으로써의 트랜드도 따라잡았다.

무엇보다 인스탁스 인기의 바탕에는 디지털세대를 강타하고 있는 ‘아날로그 열풍’이 자리하고 있다. 흰색 프레임에 빛바랜 듯한 사진 색감으로 아날로그적 매력을 물씬 풍기고, 즉석 인화의 매력과 아날로그적 기능, 톡톡 튀는 디자인은 차가운 디지털 감성에 훈훈한 아날로그 감성을 융합시켜 스테디 셀러 상품으로 부각할 수 있는 비결이 되었다.


카메라, 자동차, 넷북 등 - ‘디지로그’ 융합 제품으로 재탄생해 인기 만점


인스탁스도 그렇지만 지난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발칵 뒤집은 상품은 올림푸스에서 출시한 카메라 ‘PEN'이다. 출시 당시 ’PEN'의 인기는 예약 판매 5시간 만에 1천대가 매진되고, 서울 강남역 부근 모 상점에서는 정식 발매 2시간 만에 500대의 카메라가 모두 팔렸다. 이 같은 인기비결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하송 연구원은 그 이유를 ‘디지로그(Digilog)에서 찾는다.

‘디지로그’는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의 합성어로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가 오면, 모든 것들이 디지털 방식을 변화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인간적이고 부드러운 아날로그 방식은 계승되면서 디지털과 아날로그 방식 간의 융합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PEN'의 경우는 이러한 흐름을 실제로 반영한 사례로 꼽힌다. 디자인에 있어서는 1959년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켰던 아날로그 PEN 시리즈 방식을 계승하고 있으면서 성능은 전문가용 DSLR(一眼反射式寫眞機)과 보급형 컴팩트 카메라의 장점을 혼합했다. 알미늄 재질에 실버·화이트 컬러 디자인, 아날로그식 다이얼 등을 적용해 클래식한 색깔을 지니면서도, 디지털 카메라가 갖고 있는 모든 기능들을 포함하고 있어 휴대가 간편하면서도 전문가 수준의 다양한 기능을 지닌 기술 융합 제품으로 탄생했다. 또한 이것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지난 2008년 즉석 사진인화가 가능한 카메라, ‘폴라로이드’ 사업을 접은 폴라로이드사의 최근 신제품 ‘포고(Pogo)’ 역시 진화한 아날로그 제품의 특성을 반영한다. ‘포고’는 즉석에서 인화가 가능한 카메라로, 과거 ‘폴라로이드’와 다른 점은 디지털 카메라에 프린터를 장착해 촬영 후 40초 만에 즉석 사진인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사진인화 기술에는 기존 제품 기술을 적용했다.

자동차 업체들도 디지로그 제품으로 쏠쏠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BMW의 ‘미니쿠퍼’는 과거 ‘로보미니’와 닮은 앙증맞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주목할 것은 자동차 내부 각종 기기와 작동장치를 아날로그 식으로 디자인했다는 점이다.

최근 출시되는 신형 차들이 자동차 안에 주요 작동장치, 편의시설 등을 거의 디지털화하고 있지만 오히려 ‘미니쿠퍼’는 이들 장치·시설에 위·아래, 혹은 양 옆으로 움직이는 아날로그 방식을 적용하면서 젊은이들이 운전을 하면서 손맛을 느끼게 하며 인기를 모았다.

이밖에도 LG전자는 최근 넷북에 전통적인 브랜드 ‘리바이스’ 디자인을 결합한 제품, 이른바 리바이스 넷북을 선보이며 ‘디지로그’적 성격을 부가했다. 스카이가 출시한 휴대폰은 자판 등을 누를 때 ‘딸깍’ 소리가 나는 듀퐁 라이터의 기능을 결합시켜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해 휴대폰에 대한 친근감을 높였다.

수 년 전부터 ‘디지로그’의 개념을 강조했던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공학계가 디지로그 코드를 읽으며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며 “디지로그 시대에 공학기술은 디지털 기술만으로는 못하는 인간이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기술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TV, 유선전화기 - 고전적인 아날로그 제품 업그레이드로 인기몰이


한편 오랜 시간동안 가정에서 없어서는 안되었던 아날로그 가전제품도 틈새시장을 채우며 장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브라운관 TV이다. 대형 LCD, PDP 제품들에 밀려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브라운관 TV는 나름대로 존재이유를 갖고 있는 데다 소비자들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과 맞아떨어지면서 전성시대 수준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에게 잊혀 지지 않고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과거에는 주된 사용 공간이었던 거실을 내주고 작은 방의 서브 TV로써 그 사용처만 바뀌었을 뿐이다. 안방이나 작은 방의 경우, 공간적인 제약 때문에 시야거리가 확보되지 않아 대형 TV의 사용처로는 부적합하기 때문에 브라운관 TV처럼 크기가 작고 단순한 기능을 가진 TV가 적격이다.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보면 가격적인 면에서는 10만~20만원대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크기로는 20~30인치 사이의 제품들이 출시되어 가격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지난해 LG전자에서 출시한 `21FS6RB' 제품은 21인치의 화면크기에 33.4cm로 얇은 울트라 슬림 TV인데다가, 완전평면으로 기존의 브라운관 TV의 왜곡현상을 극복하고 외공으로 인한 빛 반사도 거의 없어 눈이 피로하지 않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장점으로 소비자들의 구미를 만족시켰다.

대우일렉에서 출시한 `DTQ-29U1V' 제품도 29인치의 화면과 완전평면 브라운관을 갖춘 제품이다. 디지털 콤필터 기술로 생생한 고감도의 영상을 제공하며 영문 캡션지원과 예약 켜짐/꺼짐, 예약 취침예약 기능 같은 부가적인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CT-21Z57M' 제품은 21인치의 화면크기의 고광택 울트라 슬림형 TV다. 슬림형의 완전평면 브라운관을 채택했고 자연색 보정회로, 디지털 노이즈 감소회로 등으로 깨끗한 화질의 영상을 제공한다. 이 제품은 영문캡션과 예약 및 에너지 절약 기능을 제공한다.

편리한 휴대전화 등쌀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유전전화기도 인터넷 덕분에 스테디 상품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요금이 저렴한 인터넷 전화가 확산되는 데다 번호이동제까지 도입해 사용이 편리해지면서 성장세로 돌아섰다. 실제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고 손을 놓았던 유선전화 제조업체들이 바빠진 것은 물론, 휴대전화기기 제조사들까지 유선전화기를 만들기 시작했을 정도다. 삼성전자·LG-노텔·서울통신기술·다산네트웍스에 이어 팬택·SK텔레시스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유선전화기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기존 유선전화기는 음성통화 기능만 잘 되면 됐지만 인터넷 전화기를 만들려면 소프트웨어 등 여러 분야에서 고난도의 기술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이 우리 기업들엔 좋은 진입장벽이 된다. 특히 최근 인터넷 전화기는 휴대전화기의 기본 기능은 물론이고, 고화질 영상통화나 무선랜·인터넷 서비스를 갖춘 첨단 기종까지 출시됐고 가격도 10~30만원 대로 비싼 편이다. 이는 원가 경쟁력으로 세계시장을 누비는 중국도 당장 따라오기 힘든 분야로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다는 의미이다.


복사기, 소형차, 스토브 - 쉽고 편한 조작법으로 신흥국형 모델로 부활


지난해 부터 일본 캐논은 중국 현지의 관습 등을 고려한 저가형 복사기를 시장에 투입했다. 이 복사기는 1분에 20장이 복사되는 저속 흑백복사기로 기능을 복사에 집중해 가격을 기존 모델보다 10% 낮췄다. 특히 질이 좋지 않은 중국 복사지가 걸리지 않도록 복사지 흐름 속도를 늦췄다. 중국의 상관습대로 매장에서 현금으로 곧바로 살 수 있도록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도시바는 중국 등 신흥국을 겨냥해 싼 값의 소형 노트북 PC인 ‘넷북’을 개발 중이다. 기본 사양은 선진국형 모델과 비슷하지만 하드디스크구동장치(HDD)나 메모리 용량을 떨어뜨려 가격을 600달러(약 70만원) 이하로 정할 계획이다. 기존 노트북PC에 비해 10% 정도 싼 값이다. 세이코엡손은 프린터의 본체 가격을 비싸게 하되 순정품 잉크가격을 40% 인하한 중국 시장 전용모델을 투입했다. 순정품이 아닌 프린터 잉크를 많이 사용하는 현지 수요를 감안한 것이다. 이밖에도 도요타자동차가 신흥국 시장용으로 대당 100만엔(약 1300만원)의 소형차를 다이하츠와 공동 개발에 나섰고, 혼다는 베트남 시장에 중·저가 오토바이를 내놓기 위해 중국산 부품을 쓰기로 했다.

글로벌 녹색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필립스는 인도에서 농촌지역 생활필수품인 스토브(화덕)를 집중적으로 팔고 있다. 이 제품 가격은 600루피(약 1만5000원). 세계 조명기구 1위 업체 필립스는 기존 조리용 스토브를 개량해 농촌 가구의 연료비 부담을 50% 줄이고,몸에 해로운 연기를 90% 이상 없애면서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이처럼 아시아 신흥국가의 내수시장이 ‘황금알’로 급부상하면서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아날로그 제품들이 신흥국형 모델로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중산층이 세계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선진국 공략을 고집하던 일본 기업들도 저가 제품을 바탕으로 신흥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신흥국가의 중산층 잠재력이 실로 엄청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미국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가구당 연간 5000달러 이상 버는 신흥국 중산층이 2005년 5억4200만명에서 2015년에는 14억6700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미래 산업 지형을 바꾸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증가 예상 인구 10억명 가운데 중국과 인도가 각각 40%,21%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상공회의소 한 관계자는 “아시아 신흥국의 중산층은 일본에 비해 소득수준은 낮지만 앞으로 세계 소비를 견인할 게 확실하다”며 “성장하는 아시아 내수를 개척하려면 고부가가치 제품이 아닌 저렴한 가격으로 현지 수요에 맞는 제품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에 밀려 도태되거나, 사라질 것으로 여겨졌던 아날로그형 상품들은 보다 저렴하게, 좀 더 단순하게, 클래식한 디지인으로 점점 더 전문화 되고 있다. 이는 전통제조업에 종사하지만 현대에 맞게 특화한 상품으로 새로운 출구를 찾고자 하는 전문중소기업에게도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