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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만 둘인 아빠의 입장에서 아이들한테 지금 가장 미안한 것은 매끄러운 피부를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겁니다. 방이 조금만 춥거나 덥기라도 할라치면 여지없이 무릎 뒤쪽이나 뒷목을 긁적대거나 재채기를 하거든요. 그래서인지 여간해서는 감기도 잘 떨어지지 않고 거의 달고 지내네요.

날씨가 조금 괜찮더니만 비가 내렸고, 이후 오늘까지 이틀동안은 또 꽃샘추위인지는 몰라도 쌀쌀하기만 합니다. 어젯밤에는 이불을 걷어차고 자는 모습을 보고 이불을 여며주고 있는데 잠결에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느꼈는지 큰애가 살짝 눈을 뜨며 이렇게 말을 하더랍니다.





"아빠, 저 봄 되는 거 싫어요."
"이궁...... 우리 딸, 아빠 때문에 깼어?"
"아니요. 그게 아니고요. 봄이 오는 게 싫다고요."
"왜? 아빠는 좋기만 한데?"


사실 이번 겨울에는 욕실 공사와 함께 온수 배관에 문제가 있어서 거실 일부를 뜯어내고 배관설치를 다시 했던 탓에 가족이 고생을 좀 했습니다. 욕실 공사를 했을 때는 그나마 보일러 온도를 높여 가동을 시키라는 시공업자의 말에 따라 보일러를 돌려서 그나마 괜찮았지만 거실 바닥 공사를 했을 때는 시멘트가 일어날 지 모르니 하루 반나절이나 이틀 정도는 보일러를 돌리지 말라고 당부를 했기 때문에 전기매트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지요. 아무튼 이번 겨울에 들어서 가장 춥다는 1월 초에 욕실 공사를 했을 때나 큰애의 초등학교 입학식 바로 전에 했던 바닥 공사를 생각하면 지금도 입김이 나오는 것 같고 오한이 드는 것 처럼 몸이 떨려 오네요.

그런 탓에 빨리 날씨가 따뜻해지기만 소망하고 있는 아빠한테 큰애가 하는 말은 다소 생소하게 들렸고, 왜 그런지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게 되었어요. 그랬더니 큰애가 하는 말이라는 것이......


"꽃가루 날리잖아요. 눈도 간지럽고, 재채기도 나오고, 목도 아프고......"
"응, 우리 딸은 꽃은 좋아하면서도 꽃가루는 싫어하는구나."
"네. 할머니도 꽃가루 싫어하잖아요. 그리고 황사도 싫어요. 황사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건데 몸에 나쁜 가루가 많이 섞여 있대요. 유치원 선생님이 그랬어요."
"그래. 선생님 말씀을 잘 기억하고 있네. 우리 딸 참 똑똑하고 예쁘다."


사실 불탄의 어머니께서는 비염기가 있으셔서 봄만 되면 재채기를 많이 하시죠. 지르텍인가 뭔가 하는 약을 꼭 챙겨놓으시기도 합니다. 눈도 자꾸 간지럽다 하시고요. 그런 할머니 모습을 자주 뵈었던 큰애 역시 비슷한 증상을 갖고 있습니다. 낮과 밤의 높은 일교차, 황사, 꽃가루, 강해진 자외선...... 그런 요인들이 아이의 아토피성 피부와 옅게나마 가지고 있는 알레르기성 피부를 자극하는 거겠지요.





이제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집안의 미세먼지까지 털어내는 대청소를 하고 이불 홑청도 깨끗하게 빨아 햇볕에 말려서 진드기나 곰팡이까지 말끔하게 없애야 되겠어요. 그리고 인공색소나 방부제가 많이 들어가 있는 가공식품도 더욱 조심해야 되겠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밀가루 음식도 줄여야 되겠네요.

상차림에는 봄나물을 많이 올리는 게 좋겠지요? 겨울 끝자락의 억셈과 봄기운의 따뜻함을 물씬 받고 자란 채소들이니 아이들에게 부족한 면역력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까지는 보리차 이외에는 맛이 이상하다고 잘 안마시려고 해서 늦추고 있었는데 계절에 따라 오미자차나 진달래차도 끓이고 가끔은 영지버섯으로 찻물을 우려내어 알레르기를 좀 다스려야 될 것 같네요.

에혀~. 알고 있으면 행동으로 옮겨야 되는데 그놈의 바쁘다는 핑계와 함께 대충이라는 자기설득이나 자기타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불탄은 아주 나쁜 아빠네요.  주말과 휴일에도 거의 근무를 하는 아내에게만 맡길 수는 없는 일인데 말입니다.

오늘부터라도 저녁에 아이들을 챙겨야 되겠다는 결심을 단단히 해보게 됩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