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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의 밤은 너무나 평온하네요. 사실 이렇게 마음 편하게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었기에 더욱 그러한가 봅니다. 왜냐하면 큰애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난 다음부터는 놀토에만 본가에 보내기로 아이들과 약속을 했기 때문이예요. 아무래도 이젠 불탄의 부모님들도 예전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야 되실 것 같기도 하고, 또 머리가 굵어진 아이들에게도 지금보다 더 어리광 피울 기회를 줘서는 안되겠다 싶어서지요.

아~, 그런데 항상 주말이면 형님댁 아이들과 우리집 아이들이 북적거리던 주말이 갑자기 썰렁해져서 그러셨는지 오늘은 어머니께서 직접 전화를 주셨더군요. 
 
"아범이냐? 뭣하면 말이다. 그게 뭐냐면...... 애들 심심해 하는 거 같으면 여기 데려다 놓지 그러냐?"
"어머니, 힘 드시지 않겠어요?"
"내가 뭘. 애들 오면 지들끼리 잘 알아서 노는데....."
"저야 좋죠. 어머니가 힘드실까봐 그러는 거죠. 괜찮다 하시면 데리고 가고요."
"그럼 비 떨어지기 전에 얼른 데리고 와라."
'네. 그럼 하던 일 마저 하고 조금 있다가 애들 데리고 갈께요."





아이들을 데리고 걸어서 어른 걸음으로 1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는 본가를 향해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는 아이들은 너무나 신이 났습니다. 그렇잖아도 지난 주 놀토에 들른 이후 오늘이 되기 전까지 벌써 몇번이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지 모릅니다.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놀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번은 집과는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고픈 마음 때문이지 않을까 싶더군요.

그렇게 아이들을 본가에 맡기고 터덜터덜 비를 피해 걸어 올라 가는데 갑자기 번개가 번쩍하면서 요란스러운 천둥소리가 쳐들어 오더군요. 그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움찔하며 놀라기도 했고, 질겁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고요. 또 개중에는 비명을 지르며 들고 있던 우산을 떨어뜨리는 여성들도 있었으니 참 대단하게 울부짖었던 천둥이었다는 생각이 지금까지 떨쳐지지 않는군요. 그러니 우산을 받쳐 쓰고 오면서 가졌던 생각이 '참 장하게 퍼붓는 비님이시네?'였답니다.

그리고......

밤 아홉 시를 훌쩍 넘긴 시간에 문자 하나가 진동으로 맞춰놓은 휴대폰을 통해 '또르르~' 하며 들어오더군요. 아내로부터 온 문자라는 건 안봐도 비디오란 생각에 얼른 내용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10시30분까지 갈게요 떡볶이 해주세요"

아내나 남편한테 뭐라도 하나 부탁한다는 거...... 혹시 어려우신가요? 그럴 땐 이렇게 문자로 보내면 될 것 같아요. 정말로 "참 쉽죠? 잉~"

잠시 토닥토닥 자판질을 하다가 시간을 보니 열시가 조금 넘어가고 있더군요. 얼른 준비를 해야되지 말입니다. ㅠ.ㅠ

불탄은 떡볶이도 다시국물을 내서 해요. 그냥 그게 익숙해졌고, 그 맛에 길 들여졌나 봅니다. 그러니 그 시간부터 준비를 해야만 아내가 들어올 시간에 맞춰 떡볶이를 완성시킬 수 있을 것이고, 기다리는 시간없이 먹을 수 있겠더랍니다.

얼른 주방으로 달려가 냉동실에 있는 떡볶이용 떡과 미리 잘라서 보관하고 있던 판오뎅을 함께 꺼내 미지근한 물을 받은 바가지에 불리기 시작합니다. 좀더 많은 시간동안 불렸어야 하는데 오늘은 떡볶이를 다 해놓고 보면 떡이 갈라져 있어 보일지도 모르겠군요.

곧바로 라면 하나 끓일 수 있는 편수 냄비에 물 500ml를 받아 가스렌지 위에 올려 놓습니다. 다시국물을 내기 위해 손바닥보다 작은 1회용 다시백 안에 국거리 멸치와 마른 새우를 넣고는 다시백 위쪽의 덮개부분을 잘 뒤집어서 조각낸 다시마 두쪽과 함께 냄비에 던져 넣습니다. 다시마는 항상 차단스(?)에 미역과 함께 나란히 올려져 있는 불탄의 집입니다. ^^

고추장, 올리고당, 설탕, 간장, 고춧가루, 대파, 간마늘....

미리 준비해 놓은 밥상에다 필요한 재료들을 모두 준비해 놓고 어느 정도 우려낸 다시국물을 프라이팬에 옮겨 담으면서 희디 흰 접시에다가도 조금 담아 둡니다. 제대로 불려지지도 않은 떡살과 오뎅을 곧바로 다시국물이 찰랑대는 프라이팬에 올려 놓고는 흰접시에 덜어놓은 다시국물에 고추장 1과 1/2큰술, 설탕 1큰술, 올리고당 1큰술, 간마늘 적당히, 고춧가루 1큰술, 간장 반큰술을 넣고 잘 혼합해 줍니다. 떡살을 올려 놓은 프라이팬에 만들어 놓은 재료를 넣고 가스렌지 불을 제일 크게 하여 간이 배게 잘 저어주다가 국물이 자글자글하니 왠만큼 됐다고 생각될 때 대파 한쪽을 들고 가위로 둠성둠성 잘라줍니다.

다 되었어요. 이걸로 땡이랍니다. 뭐, 더 들어가는 재료가 있는 것도 같은데 지금은 떡볶이 먹으면서 아내가 사온 두꺼비(?)도 한마리 잡았더니 알딸딸해서 잘 생각이 나질 않네요. 인증샷도 찍었어야 하는데 그나마 물건너 갔고 말입니다.

어찌 되었건 이러니 저러니 하면서도 톰 크루즈가 주연으로 나오는 '미션 임파서블 3'를 케이블TV로 보면서, 이슬방울(?)과 함께 순식간에 다 먹어 버렸네요. 허거덕~ 떡볶이의 용량이 3~4인분이었는데 오뎅까지 넣었음에도 이 늦은 시간에 다 먹어버렸으니 먹을 때는 좋았어도 뱃살 지방충(?)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여실히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마치 농성의 현장에서나 들을 수 있는 그런 처절한 소리지만 오늘은 그냥 남보원 버전으로 들으려 합니다.

- 니가 좋아 먹어 놓고, 다 먹고선 구박이냐?
- 왜 꼬집냐? 왜 때리냐? 니 뱃살이 무슨 죄냐?


그런데요......





먹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를 보고 그렇게 열심히 아내한테 떡볶이를 만들어 줬는데 불탄이 두꺼비 한병을 다 마실 동안 사과주스만 홀짝거렸던 아내는 불탄이 부탁한 커피 한잔을 지금 밤 12시 40분 현재까지 전혀 끓여줄 생각을 하지도 않고 그냥 감감 무소식입니다.

어쩌면 좋죠? 약이 올라서 미치겠네요. 크응~ 아내는 내일도 출근한다고 하니까 참아야 되는 건가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내 손으로 커피 한잔 맛있게 끓여와서 이미지도 없이 써놓은 이 글을 발행해야 되겠네요. 밤 12시가 넘었으니 날짜는 바꼈습니다만 그래도 습관적으로 생체시계가 반응하고 있으니 그냥 내일이라고 할께요.

휴일인 내일, 모두 모두 행복하게 보내옵소서. 아울러 두서 없이 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뱀다리 ▶ 이크!~ 취중에 쓴 글, 절대로 발행하면 안되는데...... 에혀~~~ (ㅡ.,ㅡ)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