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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 때문에 불편했던 아파트 층간소음을 당사자끼리 해결하지 못하고 법에 호소하기 위해서는 5분간 평균 50~58 데시벨에 해당하는 측정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뭐, 어떻게 보면 특별한 성격의 인물이 어거지를 쓴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오죽하면 법에 호소를 할까 싶기도 하네요. 어찌보면 "이게~ 뭡니까?"라는 말로 일약 개그계를 평정했던 최병서가 떠오르기도 하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강아지가 내는 소음이라는 것 자체는 불특정한 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일 텐데, 그리고 짧게 1~2분에 그칠 수도 있을 텐데 그렇다는 것을 증명하기가 여간 껄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는 건 대한민국에서는 개미에서부터 공룡에 이르기까지 마음만 먹으면 얼만든지 애완동물을 키울 수 있다는 결론은 아니겠는지요?

저층 아파트, 그것도 재개발이 문턱에 있는 낡은 아파트에 사는 불탄입니다. 꼭대기 층인 5층에 살고 있으면서도 항상 아이들에게 구박을 듣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이지요. 다리 건강에도 좋고 모든 면에서 좋으니까 이해하라는 말도 이젠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3층을 넘어 올라오는 계단에서부터는 "으르릉~" 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4층에는 금지옥엽으로 키우는 강아지가 적어도 2마리 이상은 있는 것 같아요.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니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만 그래도 이 강아지들은 짖어도 너무 짖어대더랍니다. 아마도 아이의 발자욱 소리가 1층에서 들리기 시작하면 벌써부터 짖으려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무서움을 느끼는지 아빠의 손을 힘껏 잡아 끌면서 뒤꿈치를 들고 걷게 되지요. 그리고 4층 층계참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5층 현관문에 이르는 순간까지 냅다 뛰어가면서 "앙앙~" 소리를 냅니다. 겁먹은 것에 대한 억울함을 그렇게라도 표현하고 싶었는지 모를 일이지요.

그럴 때마다 아이들의 소리를 듣고 강아지 주인되는 사람이 자신이 키우는 애완동물에게 주의를 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던 적도 있었습니다. 허나 개선의 여지는 싹수조차도 보이지 않았고, 그런 나날이 3년이 다 되어 가다보니  이젠 포기를 하게 되더군요.  사실 작년 이 맘때 쯤에 한번 이야기를 한 적도 있었어요. 사람이 지나다닐 때마다 너무 시끄럽다는 생각을 갖지 않냐고 말입니다. 그나마 5층에 살고 있는 불탄이 그 정도였으니 같은 층에 살고 있던 맞은 편 집에서도 거들고 나섰지요. 그때 그 아줌씨가 했던 말이 구청에라도 신고를 해서 결정이 나면 처분을 따르겠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들었을 뿐입니다.





이쯤해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작은집 어른께서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셨던 게 기억납니다. 명절만 되면 정종 한병을 들고 찾아 오셨던 어른께서 오지 않으시면 형님과 불탄이 뭐라도 하나 사들고 작은집으로 찾아 뵈었지요. 그 때마다 작은 아버지께서는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시면서 나름대로 장만하신 음식을 한상 가득 차려서 내어 오셨는데 정종 잔을 통해 건네고 받았던 정이 남달랐다는 느낌이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께도 우리 큰애가 작은집에서 키우는 강아지한테 물리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강아지는 사촌동생들이(강아지한테는 오빠들이...) 큰 동생은 취업을 해서 미국 본사에서 근무를 하고, 작은 동생은 입대한 군인의 신분이었는지라 작은아버지 내외분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지요. 그러니 그 강아지는 자신만의 터전을 잡았다고 한참 유세를 떨고 있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남들 보기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그 강아지가 생각하기엔 그 집안의 유일한 딸이었다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그러니 작은 어머니께서 불탄의 큰딸이 예쁘다고 무릎에 앉히는 순간 시샘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정말로 야몰차게 손목을 물어버린 거지요.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가기는 했지만 명절기간 중에 제대로 담당 선생님을 볼 수나 있었겠습니까? 그저 응급처치 비스무리하게 하고는 속절없이 아침이 되길 기다렸지요. 그래도 다행이었다는 것이 별다른 이상없이 퇴원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지금이니까 이렇게 얘기하지만 그때는 정말 아찔한 현기증마저 느껴야 했었지요. 정말이지 지금까지 가슴이 두근반 서근반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강아지라고 하는 것은 주인이 돌봐주지 않으면 개판으로 갈 수밖에 없는 동물인 것 같습니다. 밥 먹는 것부터 똥 싸는 것 까지 모든 걸 신경써 줘야 하겠지요. 주의를 주고 이끌어주는 데로 나아가는 거지요. 그러니 항상 챙기지 못할 것 같거나 신경을 써주지 못할 것 같으면 그냥 강아지들의 자유를 놓아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꼴사납거나 지랄맞도록 스스로가 애견가라 자처하면서 2~3일에 한번씩 밥그릇에 먹이를 채워주는 것은 절대로 인간에게도 애견에게도 최악의 상황일 겁니다.

불탄이 사는 5층짜리 저층 아파트는 너무나 오래 되어 재개발 이야기가 나온지 벌써 4년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입주자들(집주인이나 세입자를 모두 포함해서) 입장에서는 어서 빨리 결정이 나서 집주인들로서는 딱지 한장 받기를 희망할 테고,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이사비용이라도 한푼 챙겼으면 하는 바램이 있을 거예요. 그러니 치안이나 관리가 조금 소홀해지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더군요.

무엇보다 너무 시끄럽습니다. 특히나 강아지를 키우는 층을 지날 때면 불뚝불뚝 욕지기까지 쳐 올라 옵니다. 하루종일 죽 한그릇 먹지 못했는지 발자국 소리만 들리면 아주 처절하게 짖어댑니다. 그냥 강아지 소리가 아니라 피를 토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 옵니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건 '도대체 주인은 뭐하길래 이렇게 짖어대도 달래주지 않냐'는 겁니다. 허기사 "내가 좋아 키우는 강아지인데 개껌 하나 사주지 않으면서 니가 뭔데 X랄인데...?"라는 말을 듣느니 모른 척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쉬잇~ 쪼리(메리, 로버트, 베토벤, 벤지 기타 등등등 .......) 조용해."라는 사람 목소리만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어쩌면 엘리베이터 조차 없기 때문에 5층까지 올라오면서 들어야 하는 4층 강아지의 아파트 철문 긁는 소리와 처절한 울부짖음은 단순해 보이지는 않더랍니다. 그냥 그 느낌이라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자면, 자기 주인은 절대로 알아주지 않는 그 어떤 사연이 있기 때문에 발자국 소리만 들리면 누구에게라도 자신의 처지를 알리고 싶어하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게 되더라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그집 강아지(2년이 넘도록 한번도 보지 못했으니 마티스인지, 치와와인지도 모른답니다)보다 그렇게 방치하고 있는 주인이 너무나 얄밉습니다. 이번 기회에 혹시라도 그 주인되는 사람이 이 글을 읽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자신이 키우고 있는 강아지를 더 챙겨주거나 아니면 강아지의 행복을 위해서 좀더 자유스러운 곳에 입양이라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강아지보다 주인이 미운 이유...... 마음이 앞서 충분히 설명을 못했다는 안타까움을 가지며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