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봄 나들이, 감기로 보답받고...
놀토가 끼어있는 주에는 항상 가까이에 사시는 어머니댁에서 불탄의 두딸은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토요일 하룻밤을 자고 난 작은딸이 일요일 아침부터 계속 전화를 해대면서 어디로든 놀러가고 싶다고, 데리고 가달라도 통사정을 하더군요.
아내는 오랫만에 쉬는 휴일인지라 움직이기 싫었지만 일단 두딸을 어머니댁에서 데리고 온 이후에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어지간히 들볶아야 견딜 수 있을 텐데 아이들이 졸라대는 수준은 가히 떼쟁이 수준이었답니다.
갈대가 바람에 날리고 있는 체육공원에서 바라본 무심천
택시로 기본요금이 조금 더 나오는 무심천 체육공원으로 장소를 정하고 아이들 간식거리와 음료수도 잊지 않고 챙겼답니다.
"와~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네. 벚꽃도 많이 피었네. 다음 주가 피크가 될 것 같은데?"
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따라나선 아내의 입에서도 좋은 소리가 터져나옵니다.
"나오길 잘했다. 예쁜 꽃도 보고......"
체육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타는 기구를 즐기고 있었지요. 누워서 타는 자전거, 바퀴가 세개가 있는 스카이씽씽(?), 인라인스케이트, 롤러자전거......
아! 여기서 롤러자전거는 불탄이 임의로 붙인 이름의 이색자전거예요. 참 희한하더군요. 뒷쪽은 일반 자전거의 바퀴인데 앞쪽은 롤러스케이트에 달린 바퀴처럼 아주 조그마한 게 두개가 있더군요. 참 신기했습니다.
어쨌든 아이들에게 뭐라도 태워줘야 할 것 같아서 바퀴가 세개 달린 스카이씽씽(요거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을 한 시간 대여료 3000원씩 내고 대여를 해줬습니다.
둘 다 한두 번씩은 넘어진 모양입니다만 그래도 재미가 있었는지 아주 열심히 타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계단에 앉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관람하던 아내에게부터 시작되었지요. 바람이 좀 세게 부는 날씨다보니 쌀쌀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나들이를 나설 때는 날씨가 좋아보여 겨우내 입었던 파카와 같이 두꺼운 옷을 걸쳐 입지 않았거든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죠. 재밌고 신나게 한시간을 열심히 놀다가 탑을 쌓아놓은 곳을 구경하면서부터 조금씩 추워졌나봅니다.
얼른 바로 앞에 있는 성안동 번화가로 들어가서 저녁을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일찌감치 씻기고 보일러도 올려놨습니다만......
큰딸의 기침소리로 새벽이 시작되었습니다. 코도 막히고, 목이 아프다고 하더군요. 기침을 저렇게 해대니 목이 아플 수밖에 없었겠지요. 애꿎은 동생만 구박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은 이럴 줄 알고 집에 있고 싶었다는 일종의 뒷북치기 모드에 접어든 거죠. 작은딸은 나름대로 억울한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미안했던지 칭얼대기만 할 뿐이었지요.
그러더니 이게 웬 일? 작은딸도 코를 훌쩍거리기 시작합니다. 아내도 깨어나더니 머리가 어지럽다고 하네요. 그러고보니 불탄도 몸이 영 찌뿌둥합니다. 가족 모두가 감기에 걸린 모양이라죠?
오늘 병원에 다녀온 아이들은 목감기 진단을 받았고, 뜨거운 음식을 먹이지 말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불탄은 그냥 집에 있던 쌍화탕과 종합감기약으로 떼웠고요. 아내는 그냥 무시해버렸다고 하는데 걱정은 살짝 됩니다.
따뜻하게 입혔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조차 너무나 오랫만에 바깥 바람을 쐬어서 그랬는지 영 반갑지 않은 감기를 앓게 했네요. 바깥 활동이 거의 없었다는 걸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이렇듯 힘들 정도로 활동을 하지 않도록 지도를 했을 텐데......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이번 주에는 또 비가 내리고 날씨가 추워진다고 하네요.
모든 님들, 무엇보다 건강에 유의하세요.
날씨가 따뜻해졌다고 느슨한 마음을 가지시면 불탄의 가족처럼 된통 당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