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세월은 속이지도 못하고 거슬러 올라가지도 못한다는 말이 요즘에는 부쩍 현실로 다가오는군요.

그렇게 세월이 주는 훈장은 이맛살에는 주름이란 이름으로 싣게 되고, 허리에는 뱃살이란 인격(?)으로 치장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생전 들어보지 못할 것만 같았던 "흰머리칼 있는데 뽑을까요?"란 말도 듣게 되는 걸 보면 '아뿔사!'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나오게 되더랍니다.


불탄은 이미 두딸의 탄생과 관련된 이야기를 몇번 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들을 갖게 되었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금까지 키워왔지요.

"아이들이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지금까지 완전히 걷어내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인큐베이터에서 어렵게 생명을 이어왔던 큰딸과 엄마의 탯줄을 스스로 잡고 있을 힘이 부족해 태어나는 순간까지 인공적으로 자궁에 묶여있었던 작은딸이 지금 이렇듯 건강한 것은 정말로 하늘의 축복이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감사해야 할 일이지요.

그래서인지 두딸에 대해서 만큼은 아주 지극정성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상황에 특별히 놓이지 않은 가정이라 할지라도 부모의 입장에서는 누구나 그만큼 했었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니 어찌보면 이런 말 자체가 하나마나한 얘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가운데 마음 고생이 많았던 아내가 셋째를 가졌다는 말을 지난 달 초에 하더군요.

순간 멍~ 하니 시간이 정지되는 느낌과 함께 겁부터 갖게 되더랍니다. 지금의 두딸이 너무나 힘들어 했던 시간들이 떠오른 것이지요. 말문이 막히다보니 무슨 말이라도 해줘야 하는데 떠오르는 말은 하나도 없고, 그냥 깜깜한 세상에 널부러진 그런 느낌 뿐이었습니다.


결국......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지요.

축하한다는 그 말을 이 세상에서 가장 환한 웃음과 기뻐하는 감정이 충분히 전달될 만큼의 오버액션이 필요했을 텐데 그냥 불탄은 "응? 그래...... 어떻게 하지?"라는 말밖에 하지 못한 나쁜 남편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내는 자기가 기뻐하는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따뜻한 말을 건네줄 남편을 기대했을 텐데 왜 그때는 그렇게 함께 기뻐해주질 못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미안하고 무안하고 부끄럽기만 합니다.


가끔 불탄의 블로그를 심심풀이 삼아 읽어보는 아내에게 비록 많이 늦었지만 지금 이 시간을 빌려 꼭 얘기를 해야만 되겠네요.

"우리의 아이를 가져줘서 고마워. 지금 많이 쪼들리지만 그래도 복덩어리라고 생각해. 입덧도 하나 하지 않고 뭐든지 잘 먹고 하는 걸 보면 말이야. 예쁘게 낳아 훌륭하게 잘 키우자. 그리고 직장도 이달까지는 다닌다고 했으니 후임이 올 때까지는 수고 좀 해줘야 되겠네? 내가 좀더 움직여 봐야지 어떡하겠어. 그리고 늦었지만 정말로 아이 가진 거 축하해. 그리고 고마워. 그냥...... 모든 게 다......"


앞으로 고운맘 카드에서부터 시작하여 임신과 출산, 그에 따른 많은 유용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자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두딸의 아빠가 앞으로 셋째아이를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이웃님들의 많은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ㅡ ㅡ) (_ _)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