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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본능

최근 칸 국제광고제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바 있는 AXE. 
불모지였던 남성용 데오도란트 시장을 개척한 장본인이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매체와 크리에이티브의 경계를 넘나 들며 새로운 아이디어로 크리에이티브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섹스를 상상하는 남자의 본능과 제품을 절묘한 상상으로 연결시키는 능력. 바로 AXE의 주무기이자 광고상을 휩쓴 이유이다.


한국의 대학생들이 만들어 화제가 되었던 옥외광고. 여자 기숙사를 소재로 일종의 ‘AXE 달력’을 생각해 낸 아이디어.

잘 살펴보니 창문에는 서로 다른 여학생의 사진이 걸려져 있다. AXE를 바르면 그렇게 매일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바로 오른쪽 상단에 보이는 AXE에서 새롭게 출시한 페로몬 향수 때문이다.

성적 유머와 위트


AXE는 일관되게 성적 유머와 호기심 가득한 위트로 광고 캠페인을 전개해 왔다. 여성 제품으로만 인식되었던 데오도란트 제품의 본능에 충실한 크리에이티브를 전개하는 일관된 캠페인의 힘이 느껴진다.


남녀의 성기를 연상하는 상징적인 오브제가 소재


선정적인 비주얼의 광고보다 더 섹스 어필하는 ‘The AXE Effect’ 캠페인.

몇 해 전 칸에서 상을 탄 광고가 있다. 비키니 차림의 수십, 수백 명의 여자들이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다. 마치 보물을 서로 먼저 차지하려는 듯 필사적인 몸부림을 보여준다. 반전은 보물이 있어야 할 자리에 한 남자가 AXE 스프레이를 온 몸에 뿌리고 있는 장면으로 이 광고는 끝이 난다.

참으로 유치한 과장이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강력하다. AXE 하나면 여자가 내게 몰려올 만큼 효과가 분명하고 여자들을 확 빨아들여 그 후에 일어날 일들을 상상하니 기분도 좋은 남성의 잠재심리를 잘 활용하고 있다.

뾰족히 심이 세워진 연필을 향해 달려가는 연필깎기 구멍들(광고 2). 우뚝 선(?) 볼트를 먼저 점령하려는 너트들(광고 3). AXE의 효과를 노골적으로 선정적인 메시지가 아닌 간접적인 유피미즘(Euphemism)으로 표현한 것이 얄미우리 만큼 재치있다.


<광고 4>를 보면 한 남자가 욕조에서 거품 목욕 중인데, 남자의 발이 반대 방향으로 뒤집어져 있다. 만약 여자의 발이라면…?


똑같은 효과를 <광고 5>는 빨래줄에 걸려진 옷을 의인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나도 몰래 손이 가는 무의식적 행동이 바로 남성들이 원하는 AXE 효과가 아닌가 싶다.


성역은 없다


AXE가 캐치(Catch)하고 터치(Touch)하고 싶은 성적 욕망이라는 것은 생리학적 본능이자 떨치기 힘든 유혹이다. 이 욕망의 표현에는 금기도 없고 소재의 영역도 없다. AXE 캠페인이 주목 받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광고 6>은 AXE로 치장한 지상의 남자로부터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깃털이 부서지는 하늘의 아리따운 천사를 보여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화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를 거꾸로 ‘난장이와 일곱 백설공주’로 재미있게 패러디 하기도 하고(광고 7), 사진이나 일러스트 비주얼 없이 글자 하나만으로 야릇한 상상을 하게끔 하기도 한다(광고8).



그런가 하면 낱말 퍼즐을 활용하여 수많은 여자들의 이름을 나열하고(광고 9), 
어느새 침실보다 욕실이 더 커지는 효과(광고10). 이 모두가 그냥 AXE만 썼을 뿐인데 얻을 수 있는 기분 좋은 효과인 셈이다.

AXE의 제품력이 더 강력해지듯이 AXE의 광고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더 음흉한 섹스를 강하게 연상시킨다. 물론 남녀의 육체가 섞인 비주얼이 아니라 AXE식 유머와 과장의 화법으로 말이다.



<광고 11~12>는 향기가 더 오래가는 제품의 특성을 
여자와의 섹스를 더 오래할 수 있다는 비유로 표현하고 있다.


침대 옆에 비치된 수많은 컵들(광고 11). 거실 벽에 걸린 그림이 삐뚤어져 있고 소파의 다리가 강한 쇠다리로 교체된 비주얼(광고 12).


이 모두가 더 강력해진, 더 오래가는 향을 가진 AXE의 퍼포먼스를 남자의 성적 퍼포먼스와 연상케 하는 효과를노리고 있다. 강한 남자를 만드는 남자의 향기를 제공해주는 AXE 효과의 절정이 아닐 수 없다.


AXE가 있는 밤은 흥분된다


보통 데오도란트는 낮에 쓴다. 
사용 빈도를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AXE는 또 하나의 신제품을 출시한다. 바로 AXE Day & AXE Night.


낮에 쓰는 AXE Day와 밤에 쓰는 AXE Night. 두 종류를 함께 패키지로 판매하여 AXE의 새로운 사용상황을 제시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광고 13~15>는 중의법의 대화를 사용하여 
처음 마주친 남자와의 원나잇 스탠드를 상상하게 하는 절묘한 상황 연출이 아이디어이다.


<광고 13>은 트렁크를 발 앞에 둔 벨보이가 투숙한 여자에게 ‘침대에 아니면 바닥에’라는 이중적 의미의 야릇한 대화를 나눈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밤에 쓰는 AXE 제품의 감성적 편익과 절묘하게 매치한 아이디어에 무릎을 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상황은 호텔 바에서 만난 젊은 남녀. 반질반질 윤이 나는 빡빡머리의 댄디한 남자가 속내를 멘트로 날리면 이럴 것이다.


“나 오늘 당신을 만나기 위해 면도(?)했소.”


네가 빡빡머리인 것은 알겠는데 도대체 어디를 면도했다는 건지….? 여자의 얼굴은 남자의 시선을 45′로 피해 애써 태연한 표정이다. 남자의 미묘한 심리를 매개로 AXE의 매력을 부각시키고 있다(광고 14).


마지막 상황도 마찬가지. <광고 15>는 피자를 배달시킨 여자의 손가락이 흥분되고 있다는 감각적인 카피로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세 광고에 공통으로 들어간 메인 카피에서 알 수 있듯, 범생이가 아닌 본능적 충동과 욕망이 강한 남자가 AXE Night의 진정한 주인공임을 말해주고 있다.


미디어 크리에이티브


AXE의 광고는 표현방법 뿐만 아니라 
미디어의 활용에 있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한다. 여기 소개되는 인쇄광고는 보는 광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매체와 결합한 일종의 크로스오버 광고이다.



<광고 16>에서는 여자 나체사진의 중요한 부분이 흰색으로 모자이크 처리되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상단에는 아래와 같은 설명만 제시되어 있다.

‘To complete this ad send AXE to 2345 after 9pm’이라는 지시에 따라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자동으로 인식되어 휴대폰으로 나머지 이미지가 MMS로 전송, 가려져 있던 나머지 이미지를 볼 수 있다. 흰색으로 가려진 부분이 오픈되며 검은색 란제리를 입은 섹시한 여성의 보디라인이 드러난다.


내심 나체를 보기 원했던 남자들의 음흉한 속내가 부끄러워지지만, 그 절묘한 속임수에 찬사를 보내며 색다른 브랜드 경험이 뇌리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광고는 2007년 칸 광고제에서 인쇄부문 금사자상을 거머쥔 ‘Get A Girlfriend’캠페인이다. ‘매체도 크리에이티브다’라는 말이 실감나듯 신문의 기사면을 크리에이티브 요소로 활용한 신선한 아이디어를 선보이고 있다.



<광고 17~19>는 지역신문의 청소년 관련 기사면을 활용한 광고. 
물론 진짜 기사가 아니라 광고를 위한 가짜 기사이다.


우유병 머리에 얻고 균형잡기, 특이의상 경진대회, 민속춤 경진대회... 진기한 경진대회에 출전해 우승한 지역 청소년을 소개한다. AXE는 이 값진 우승 트로피에 일침을 가하는 메시지를 던진다.


“먼저 AXE를 집어, 그리고 뿌려. 그러면 여자들이 붙어. 어때? 여자친구를 얻는 단순한 원리. 이제 그런 허접스러운 짓에 시간 낭비하지 마.”


이런 메시지를 카피없이 간단한 픽토그램을 사용하여 스티커 한 장으로 해결하는 아이디어가 흥미롭다.



<광고 20~23>은 솔로족의 처절한 골방생활을 리얼하게 보여주며 AXE의 존재가치를 역설한다.


아이들이나 하는 레고로 파라오를 만들고(광고 20), 게임 기록 갱신에 미쳐 있고(광고 21), 실제 자동차 경주가 아닌 장난감 자동차 경주에 그들만의 트로피를 들고 좋아하고(광고 22), 한 범생이가 개근상장을 들고 썩소를 날리고(광고 23).


AXE의 우뇌적 공식은...? ‘아직까지 AXE를 만나보지 못했다. 그래서 여자 친구가 없다. AXE를 만나면 여자 친구가 생기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는 아주 간단한 명제로 타깃의 심리를 공략하고 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광고는 ‘AXE Shower Gel’ 캠페인. 보통 샤워젤 광고하면 매끈한 바디와 상쾌하고 기분 좋은 모델의 표정을 떠올리는데 역시 AXE의 화법은 다르다.



<광고 24~27>은 일종의 네거티브 어프로치. 천박한(?) 비주얼 때문에 비호감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카테고리의 본질에 충실하다.


‘몸이 더러워져도 상관없다. AXE샤워젤이 있으니까.’라는 식의 메시지가 광고에 등장하는 더러워진 여성들과 뒹구는(?) 엽기적 로맨스를 상상하게한다.


상상력이 힘이다


상상은 자유다. 생각이 자유로우면 상상력은 풍부해진다. 주입식 교육 시스템으로 공부를 해왔고 논리적 · 이성적 업무에 익숙한 우리네 기성 광고인들은 아마도 상상력의 DNA가 부족할지도 모른다.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한국선수들을 가리켜 G세대라고 한다. 이 G세대를 규정하는 단 하나의 단어는 ‘Enjoy’다. 혹독한 훈련,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좌절, 수많은 관중 앞에서의 긴장감 등 이 모두를 즐기는 대상으로 생각한다.


지나친 의무감과 책임감이 아이디어 없는 크리에이티브를 양산하고있다. 무한상상을 즐길 수 있는 환경, 일상에서 그리고 일터에서 즐거운 상상을 생활화한다면 우리의 광고도 한결 가벼워지고 크리에이티브는 살아날 것이다. AXE의 즐거운 상상처럼 말이다. [출처 : 글로벌 AP그룹 홍준선 프로]


※ 2010년 4월 27일 발행했던 글을 재발행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