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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 중문.
놀이터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에는 달이 걸려 있었다.





유명 고깃집 골목이 있는 곳에 위치한 자그마한 놀이터

별빛 좋은 새벽녘이면 청춘들 입맞춤 탓에 여명도 닿지 않는다 
술과 고기는 따로국밥인 셈이다


놀이터 벤치에 앉아 달 보며 마시는 캔맥주

이태백의 풍류가 이러했을까?
밤이 되어도 걷히지 않는 무더위를 차가운 맥주 한모금으로 어찌하겠냐마는
그래도 이 시간 만큼은 더 이상의 욕심이 생기지 않는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더 분주해지는 중문

오며 가는 저마다의 사람들은
우정에 젖고 사랑에 빠지고 술에 취한다.
그 어지러운 세상은 아침까지 이어간다.


가끔씩 중문의 밤과 어울리지 않는 얼굴도 보인다.
낮과 밤이 바뀐 아이의 잠투정을 받으면서
유모차 매달려 있는 그 얼굴은

살아온 세월 만큼이나 거칠어진 무릎을 두드리시는 할머니.


언제부터인지 자기들의 멋에 취해
밤새 벤치를 점령한 아베크족 입맞춤은
그렇게 담배꽁초와 버려진 캔맥주 숫자 만큼 쌓여간다.



잠이 밀려드는 걸 보면

새벽이 멀지 않은 모양이다.


- 090807. 불탄(李尙眞)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