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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큰 여자가 좋다는 이야기를 무심코 했다. 그리고 내 스스로가 입을 찢어버리고 싶을 만큼의 후회를 하게 된 것은 현재 활동 중에 있는 연예인 중에 실제로 가슴이 예쁜 여성의 이름을 하나 하나 거론하면서 건강미가 넘친다느니, 짝가슴인데도 매력적이라느니, 나이에 비해 볼륨이 너무 좋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남자친구를 한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기라느니 하면서 오버를 하고 나서였다. 그렇지만 사실 사내로 태어나 수컷의 본능에 충실하게 살아가고자 한다면 암컷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풍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여성의 여러 가지 볼거리 중 그래도 내게는 가장 눈여겨 볼만한 곳이 가슴이라는 생각은 자유의지 아니겠는가?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꼭지가 덜떨어진 내게 있어서 가슴이 빵빵한 연예인은 그야말로 철이 들고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던 선망의 대상이다. 혹시 더 나이를 먹어가면서 변하게 된다면 모를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변함이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때맞춰 비키니 몸매를 원하는 일반인들의 질투와 시기를 온몸으로 받을 것 같은 대한민국 대표 S라인 연예인들의 클로즈 업된 이미지들이 유선방송에 지나가고 있다. 남자인 내가 봐도 침이 넘어갈 만큼 멋지게 보이는데 비키니 몸매를 원하는 대다수의 여성들에게는 말로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으랴. 그야 말로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줄넘기를 하고 경보를 해야 할 만큼 아름다운 몸매만을 보여주고 있다. 솔직히 말해 어느 정도 포토샵이나 컴퓨터그래픽으로 이미지 보정 작업을 했을 것이다. 그래도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TV를 통해 보여지는 황금비율을 닮은 그 모습이 얼마나 매력적이며, 스스로 그 몸매를 가꾸고 싶은 욕망은 얼마나 클 것인가?

그래, 언젠가 본 뉴스에 의하면 화제가 되고 있는 비키니 화보나 세미누드, 나아가 완전 프리스타일의 누드를 다운 받아보는 고객의 주류가 여성이라고 했다.

"왜 그럴까?" 화보를 다운 받는 여성 고객들 중 상당수가 화보에 나와있는 란제리나 이너웨어를 보면서 "수컷들이 선호하고, 수컷들을 흥분시키기 위해서라면"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한 두 개쯤은 미리 개비해 놓으려는 속성 때문이란다. 그러나 정작 그런 여성의 기대와는 달리 남성의 경우에는 무료가 아닌 다음에야 일부러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감상을 하지는 않는단다. 실제로 매체를 이용해서 호기심을 유발시키려는 홍보수단으로서의 숫자놀음에 불과할 뿐인 것이다. 그런데도 최신 유행하는 헐리우드 스타일의 란제리나 이너웨어가 홈쇼핑에 소개되는 날이면 부부간의 잠자리를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은 중년 여성들이 해당 물품을 싹쓸이 해간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커피를 끓여 내게 건네는 아내의 두 손이 과장되게 커피와 함께 내어온 결명자차를 따른 투명한 물잔을 싸안고 있다. 입에 침을 튀겨가며 가슴찬양론을 펼쳐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얼핏 모여져 있는 아내의 가슴이 오늘따라 제법 튼실해 보이기는 했다. 적어도 커피를 내놓기 전까지의 모습과는 확연히 틀려 보였다. 주방에서 이 커피잔과 물컵을 들고 얼마나 연습했을까 싶어 한마디 건넸다.

"와우. 뭔지 모르겠지만 자극적인 모습인데?"
"핏. 그럼 뭐해요? 맨날 나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인데."
"또. 또. 왜 그러시나? 예쁘다고 말하면 그냥 좋게 받아들이면 될텐데 말야."
"괜한 말씀 마시고요, 이거, 커피 드시기 전에 한 알씩 먼저 드세요. 한꺼번에 드셔야 되요"
"이게 뭔데?"
"요즘 맨날 술 마신 다음날 술도 안깨고, 고개도 뻣뻣하니 피곤하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암말 마시고 드세요"
"이거 돼지 잡기 전에 미리 원없이 퍼먹으라고 주는 여물같은 거야?"
"아. 그냥 드시면 되지, 오늘따라 왜 그렇게 삐딱선을 타요?"
"아니면 말지, 너는 왜 그렇게 핏발을 올리냐?"


살짝 밉지 않게 흘기면서 각각 무슨 용도인지는 자세히 알 수 없는 하얀통과 네모난 박스를 내려 놓았다. 척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비타민제 내지는 간장약 같았다. 근 한달 가까이 죽어지내는 남편에게 미안했던 탓일까? 아님 앞으로 잘하라는 무언의 압력이 깔린 당근일까?

금강산도 식후경이요, 먹다 죽은 귀신은 떼깔도 좋다니까 내일 죽을 일이면 내일 걱정하고 오늘은 그냥 마음 편하게 꼴깍이나 해야겠다 싶어 두개의 알약을 손바닥에 받쳐 입에 털어넣고 커피와 함께 내어온 물로 마치 양치라도 하는 것처럼 요란스럽게 목으로 넘기니 아내는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빛과 함께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우씨.. 저 애매하고 끈적거리는 눈빛은 대체 뭐야?' 불안한 마음은 모니터의 글씨를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PS.   본 포스트는 2009년 8월 22일, 알라딘과 네이버블로그에 송고한 글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