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이 근로자의 날이라고? 아니야, 운동회날이라고.
아침 일찍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면서 하루가 시작되었지요. 형님 내외와 함께 살고 계시는 어머니께서 초등학교 6학년 손자를 위해 김밥을 준비하시면서 같은 학교 1학년의 우리 큰딸과 같은 학교 병설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작은딸의 몫까지 준비를 하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브라보!!"
그날이 마침 아내가 직장에서의 마지막 근무가 있던 날이다 보니 두딸의 먹거리를 준비한다는 것이 조금 성가신 일이긴 했으니까요. 물론 점심시간 이전에 우리 아이들의 행사는 모두 끝나게 되겠지만 그래도 뭔가 도시락 흉내를 낼 수 있는 것은 준비를 해야 되겠다 싶었거든요.
두딸의 등교·원 시간은 9시 30분. 운동회의 시작은 10시부터였습니다. 돗자리만 간단하게 어깨에 매고 두딸의 손을 한쪽씩 잡아 이끌며 도보로 2~3분 거리에 있는 학교에 도착하고보니 교문 앞에서는 시의원, 도의원 후보들이 자신의 소속당과 이름이 새겨진 어깨띠를 하나씩 두른 채 명함을 돌리고 있더군요. 저렇게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이 6월 2일이 지나버리면 개기름 번지르르한 느끼한 웃음으로 바뀌고, 저렇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도 한달이 지난 뒤에는 거들먹거리며 유세나 떨게 되겠지요.
잠시 후 어머니께서도 도시락과 과자, 음료수가 담겨져 있을 큼지막한 천가방 하나를 들고 나타나셨고, 불탄은 얼른 달려가서 받아와 미리 깔아놓은 돗자리에 올려 놓았습니다. 대회본부 쪽으로 가서 식순표 두장과 함께 믹스커피 두개를 타와서 어머니와 나눠 마시면서 불탄은 초교1년생과 유치원생들의 운동회 일정을, 어머니께서는 초교6년생의 일정을 열심히 살펴보고 있을 때 스피커를 통해 흥겨운 댄스음악과 진행을 알리는 말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어서 누군가의 개회 선언이 있었고, 어린이대표의 선창에 맞춰 모든 어린이들이 정정당당한 경기를 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선서식이 끝나자 본격적으로 운동회는 시작되었지요. 운동장에서는 자신의 자녀가 나오는 경기를 조금이라도 더 보려는 부모들의 모습과 대한민국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치킨의 판촉아르바이트 학생들의 모습이 뒤엉켜가기 시작했고요.
헉... 다른 집 아이들만 카메라 응시하고 우리 큰딸만 눈을 내리깔았네요. ㅠ.ㅠ
뒤늦게 아빠를 불러보는 우리 큰딸 ^^ 그래! 아빠 여깄어!
작은딸, 아빠에게 뭔가 할말이 있는 듯하긴 한데... 그게 뭘까?
둘째딸아! 옆에 있는 친구는 초등학생만큼이나 커보이는구나. ^^
초교 1년생 큰딸의 경기는 50미터 달리기와 바구니 터뜨리기(예전에는 박 터뜨리기라고 했던 것 같은데...), 유치원생 작은딸의 경기는 50미터 달리기와 댄스를 가장한 율동.
교장선생님 앞에서 어린이대표가 선서를 하고 있네요.
운동회에 앞서 몸풀기 운동. 불탄의 30년전 국민체조와 지금의 국민체조가 별 차이가 없더군요. ^^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들의 바구니 터뜨리기. 진행의 실수로 청군의 박이 시작도 하기 전에 터져버렸었죠?
어쨌거나 우리 큰딸이 있는 백군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박 안에서는 즐거운 점심시간이라는 플래카드가 나오면서 모두가 가족들이 있는 자리를 찾아들어가 맛있는 점심시간을 가졌답니다. ^^
점심시간에 맞춰 우리 두딸의 경기는 끝났고, 각자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귀가해도 좋다고 확인한 두딸은 할머니와 아빠가 있는 자리를 찾아와서 김밥과 과자, 음료수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초교6년의 조카는 친구들과 먹기로 했다면서 도시락과 몇개의 과자, 음료를 덜어 갔고요.
유치원생들의 귀여운 율동시간이에요. 아빠 힘 내세요와 월드컵 응원가에 맞춰서 아주 열심히 율동을 선보였던 아이들에게 커다란 행복만 가득하길 바래봅니다.
유치원생들이 "아빠! 힘 내세요" 동요에 맞춰 율동을 보이는데 너무 귀엽더라고요.
아마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지 않았나 싶더랍니다.
클론의 목소리인 것 같은데, 맞나요?
남아공월드컵에 나가는 태극전사들에게 꼭 들려주고, 보여주고 싶네요. ^^
두딸이 할머니와 함께 재잘대며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불탄은 아파트에서 혼자만의 평화로운 휴식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