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딩동~ 딩동. 딩동~ 택배왔습니다."

아침 식사로 아내가 만들어준 오므라이스를 맛있게 먹고난 아이들이 웃음을 억지로 참아가며 굵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더군요. 뭔가 재밌는 상황을 연출하고자 애쓰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정말로 택배가 왔습니다. 일반 핸드폰의 절반, 또는 담배갑의 절반 크기밖에 되지 않는 택배상자입니다.
세계적인 수하물 전문기업의 택배박스에 택배주문표와 포장용 리본까지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보시는 것과 같이 주문하신분에는 엄마 아빠를 써놓았습니다.

보내는분 성명에는 큰딸의 이름이 적혀있고, 주소에는 그냥 사창동만 써놓았군요. 적용요금은 500원입니다. 불탄이나 아내는 큰딸에게 500원의 택배요금을 줘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 내용물에는 편지라고 정확히 적어 놓았습니다.

그 이외의 사항들인 전화, E-mail, 주의사항, 접수국, 중량은 모두 X 표시로 마무리를 하였군요.

받으시는분 성명에는 불탄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주소는 사창동 OO아파트 505호라고 적혀있네요.
비고란에는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5000이라는 숫자를 적어 놓았습니다.


조심스럽게 리본을 끊어내고 박스 안에 있는 내용물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큰딸이 쓴 편지가 불탄과 아내 몫으로 한장씩 담겨져 있습니다.
불탄에게는 어버이날이니까 마음대로 하라는 내용과 함께 축하의 인사가 담겨져 있네요.
아내에게는 셋째를 임신중인 엄마에게 괜찮냐고, 미안하다는 내용과 함께 불탄에게 썼던 것처럼 어버이날이니까 마음대로 하라는 말이 쓰여지 있습니다. 


작은딸도 가만히 있질 못하겠다는 듯 자신이 가장 아끼는 스티커를 우표로 사용한 편지를 가져옵니다.


불탄과 아내에게 자신을 낳아주고 바르게 길러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이 적혀 있습니다.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고정적인 레퍼토리와 함께 올해는 건강하시라는 말도 적어주었네요.


아침에 너무나도 일찍 일어난 두딸이 정성껏 만든 카네이션과 종이 화분입니다.

 
요렇게 생긴 카네이션이 세송이나 담겨있네요.

아내는 두딸이 얼마나 고맙고 대견스러운지 평소보다 훨씬 잔잔한 목소리로 두팔을 사용해 한 아이씩 안아들고는 "고맙다. 얘들아! 엄마도 너희를 대따시 좋아하고 사랑해요."라는 말을 전해줍니다. 응? 그렇게 느껴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내의 목소리가 잔잔한 가운데 파도처럼 물결치는 떨림이 전해오네요.

아이들이 있어 행복한 어버이날 아침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