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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어린이 날 아침, 두딸은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냥 집에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은 생각에 움직이기 싫어하는 아내를 살살 구슬렸지요.

몇번의 망설임이 있었는지 좀처럼 대답을 하지 못하던 아내가 이내 마음을 먹었는지 나들이 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마음 먹기까지가 어려웠지 일단 외출에 대한 결심을 세우니 준비에 있어서도 청산유수입니다.

방향을 어디로 잡을까?

아주 잠시 고민은 되었지만 손바닥 만한 청주에 아이들을 데리고 갈만한 곳은 몇개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립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고인쇄박물관에 대한 아쉬움은 우암어린이회관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도 쉽게 떨쳐지지는 않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청주시민들이 우암어린이회관으로 향했는지는 모르지만 오전 열한시가 되려면 아직도 한참 남은 시간임에도 도로는 거의 주차장이 되어 갑니다. 덕분에 주차장을 오른편으로 끼고 있는 도로에서 하차하여 슬슬 걸어가는 방법을 택합니다.
 
김밥을 사서 가지고 가자는 아내의 말을 불탄은 날씨 때문에 쉬이 상할 수 있다는 핑계를 대며 용감하게 씹어(?)버린 것이 우암어린이회관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로 다가옵니다.

아이들은 무료입장, 성인은 입장료가 1000원씩이더군요. 입장권을 구입하고 놀이마당 앞까지 가보았지만 벌써부터 놀이기구를 타려는 시민들의 줄은 엄청난 길이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별다른 할일이 생각나지 않을 땐 그저 일단 먹어주는 것이 좋지요. 아내의 핀잔을 귀로 흘리며 정말이지 속이 허술한 김밥 한줄과 컵라면 2개, 핫바 2개, 떡볶이 한접시를 사들고 비치되어 있는 파라솔에서 대충 이른 점심식사를 합니다.

중간 중간 회관 스피커에서는 행사를 알려대고 있었는데 불탄의 가족은 첫 탐사를 동극으로 정했습니다. 돌멩이를 떡이라 속여 호랑이의 위험을 넘긴 토끼이야기에서부터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얘기까지 짜깁기를 한 동극이었는데 출연한 배우들이 전부 60세가 넘은 할머니들로 구성이 되었더군요.

불탄의 두딸은 동화책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이었지만 연극으로 보게 되니 새롭게 느껴졌는지 그래도 몰입하여 잘 보더랍니다.


동극을 보고 나오면서 회관 앞에 마련되어 있는 미니꽃밭에서 인증샷을 한 컷 찍어봅니다.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인가 봅니다. 뭐라도 올라탈 꺼리가 있으면 이렇게 한번씩은 타보고 싶어하더군요. 낙타 모양의 조형물을 타고 있는 작은딸의 모습에서 신나는 오늘이 어린이 날이라는 걸 실감해 봅니다.


날씨가 무덥더군요. 당연히 아이들은 시원하게 갈증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아이스크림을 요구해 옵니다. "오늘은 어린이 날이니까 사주세요. 네?" 두딸의 목소리가 합창을 하는 병아리 모양새가 되어가길래 하나씩 사줬습니다.


어린이회관 측에서 어린이 고객들을 대상으로 요런 마차 모양의 전동차를 무료로 태워주더랍니다. 그래 봐야 반경 5M쯤 되는 마당을 한바퀴 도는 걸로 끝나버리는 거지만, 그래도 두딸은 신이 난 모양입니다.

인근의 대학교와 어린이회관이 조인을 하여 몇가지 체험학습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물로켓, 풍선헬리콥터, 그리고... 잘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두딸은 뭔가 그리고 만들기를 좋아하는지라 폼클레이 체험학습을 신청해줬습니다. 참가비는 1인당 1000원씩이더군요. 아주 착한 가격입니다. ^^


본격적인 폼클레이를 하기에 앞서 스스로가 밑그림으로 사용할 나비를 그려야 합니다. 두딸의 진지한 모습을 보니 뭔가 작품을 기대해도 되겠습니다.


그런데 체험학습을 하려는 신청자가 너무 많더군요. 이 그림을 그리기까지 30분 정도를 기다렸나 봅니다.



본격적으로 폼클레이에 돌입하였습니다. 두딸은 자신이 그린 나비 밑그림에 여러 색깔의 폼클레이를 붙여나갑니다.


드디어 완성이 되었군요. 작은딸이 폼클레이로 만든 나비입니다. 영문 이름의 끝 글자 "JIN"도 넣어주는 센스를 발휘했군요.

큰딸의 폼클레이입니다. 나비의 얼굴색깔을 흰색으로 선택했던 것이 나중에는 좋은 선택이 되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되었죠. 특별히 배경색을 어떤 걸로도 선택하기 힘들어 했으니까요. 그래도 불탄이 보기에는 큰딸이 자신의 영문이름 끝자인 "RIN"을 집어넣어 만든 이 작품이 너무나 예쁘게 자신의 꿈을 표현한 작품으로만 보인답니다.^^

이후의 일정으로는 동극을 보았던 어린이회관 강당으로 다시 이동을 하여 무료로 상영하는 가족영화 "황금나침반"(많이 황당하더군요. 영혼을 따로 분리하여 데몬으로 키운다는 설정부터가...)을 관람하고, 다시 놀이마당으로 건너가 멋진 트럼펫 연주와 택견시범도 보았지요.

저녁은 모사이트에 올린 글이 베스트로 선정되어 수상한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상품권 덕분에 부담없이 소고기 스테이크를 칼질까지 하는 호사도 누려보았답니다. ^^

두딸이 행복해 하면서 연신 즐거운 웃음을 터뜨렸던 모습이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귀에 남아 있네요. 이 날은 불탄의 가족에게는 너무도 즐거웠던 어린이 날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