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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날. 토속적인 민간신앙까지 어느 정도 아우르는 결과치가 되겠습니다만 대한민국 국민은 네명 중 한명이 불교신자라는 뉴스가 나왔네요. 그 의미야 어찌되었건 오늘은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니 어제부터 가슴이 설레였던 건 사실입니다.

허나 막상 휴일 아침이 되니 올해 들어 가장 무더운 날씨를 보이고 있고, 또 지방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의 정체도 서서히 시작되고 있는 것에 반하여 불탄의 집은 고요하기만 합니다. 사실 고요한 것은 아니지요. 셋째를 임신한 아내의 신경이 더운 날씨와 맞물려 조금은 날카로와져 있는데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소소하게 벌이는 소동 때문에 큰소리가 간간히 들려오고 있으니까요.

그런 탓에 집안에만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어딘가라도 가야 될 법한데 이미 5월에 써야 할 가계비는 완전 바닥이 난 상태인지라 이렇게 집안에서만 지지고 볶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전의 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5월의 가계비 지출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각종 기념일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5월1일은 두딸이 다니는 초등학교와 부설유치원에서 운동회를 개최했었고, 5일은 어린이 날이었죠. 8일은 어버이 날이었고 10일은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지난 어머니 생신날, 아내가 구절판과 닭겨자채, 오이소박이 그리고 닭개장을 만들어서 저녁시간에 맞춰 찾아 뵈었어요.

음력 3월 그믐이었던 13일은 어머니 생신이었고, 15일은 스승의 날. 그리고 오늘 21일은 석탄일과 함께 부부의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이 부부의 날이니 뭔가 아름다운 추억을 가질 수 있는 작은 이벤트라고 계획했어야 할 터인데 이미 지난 10일에 결혼기념일을 기념하며 가족이 함께 갈비집에 다녀왔으니 어쩔 수 없이 패스를 해야 될 겁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휴일이라는 말 속에는 가족과 함께 뭔가를 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나봅니다. 그래서 불탄은 아침에 밥과 국에 칼치구이를 먹으면서 그 뭔가를 기대하며 투정부리는 두딸에게 넌즈시 말을 건네게 되었지요.

"아! 그럼 이따 네시 좀 넘어서 아파트 놀이터라도 갈래?"
"네! 갈래요. 갈래요. 정말 가도 되는 거죠?"

제대로 필이 꽂혔나 봅니다. 이미 노후가 되어 재개발 시기만 기다리고 있는 5층짜리 저층의 한동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불탄의 가족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놀이터가 없습니다. 최근에 바로 옆에 있던 저층짜리 아파트들을 재개발하여 고층의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섰는데 가까운 학교 놀이터보다 훨씬 안전하고 깨끗한 놀이시설이 있어 가끔 이용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키즈카페를 갈 때마다 사진도 열심히 찍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사진 찍는 것도 귀찮아졌네요.

그 이전에는 남의 아파트 놀이터에 두딸을 데리고 간다는 게 자존심도 상하고 해서 실내 놀이터나 키즈카페를 데리고 다녔었는데 이젠 그 비용도 만만치 않게 여겨지기도 하고, 또 열번을 이용하면 받을 수 있는 쿠폰의 혜택까지 전부 사용하였기에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게 되었지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땡볕에 아파트 놀이터를 데리고 가서 놀아주는 것도 저리 좋아하면서 아침 10시부터 10분 간격으로 "아빠! 지금 몇 시에요?", "아빠! 쫌 있다 이 손가방 가져가도 되죠?"라고 쉴새없이 재잘대는 모습에서 부자아빠가 아니라는 게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많이 불편한 것이지요.

그래도 한낮의 땡볕을 어느 정도 피하려는 얍삽한 생각으로 "오후 네시 넘어서......"라는 단서를 붙였는데 오히려 그 말이 아이들의 마음에는 조급증과 함께 그 시간까지 기다리기가 지루한 제약을 만들어버렸나 봅니다. 어차피 데리고 가서 놀게 될 거, 그 어떤 멋지고 시원한 곳에서 노는 것보다 더 열심히 아이들의 웃음이 퍼져나가도록 불탄도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놀아주리라 마음을 먹어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