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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 아빠! 무상급식이 뭐예요?
- 응? 우리 딸 다 컸구나. 무상급식이란 말도 알고... 그건 어디서 들었니?

딸 : 지난 번 선거날에 우리 학교에서 투표했잖아요? 그때 사람들이 무상급식 얘기를 많이 했어요.
- 그랬었구나? 지금까지는 네가 학교식당에서 매일 먹는 점심 밥값을 엄마, 아빠가 학교에 내고 있었는데 무상급식이 시행되면 엄마, 아빠가 따로 학교에다 밥값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딸 : 그렇구나. 그런데 어떻게 학교에 돈을 내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는 거예요?
- 그래, 그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지. 정부의 지원금을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하는 건지, 이미 책정된 교육예산을 급식비로 많이 써야 하는 건지, 지역주민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 건지...... 지금까지 그것 때문에 나라살림을 하는 사람들과 우리가 뽑은 일꾼들이 많은 말다툼을 해왔었거든.


지난 6·2선거의 결과는 진보성향의 교육감과 야당의 지역자치단체장들의 승리로 봐야 할 것입니다. 당초의 예상에 훨씬 못미치는 적은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가 가져온 결과겠지요. 더군다나 진보성향의 교육감 후보들은 ‘친환경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인물들이고, 광역의회로 진출하게된 의원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무상급식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거나 긍정적인 태도를 고수해온 인들들이 많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2010.03.15


선거의 결과가 그렇다는 것은 지금까지 지지부진해 왔던 무상급식의 시행을 놓고 급격한 물살을 탈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을 의미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지요. 
교육계에 부는 친환경 무상급식이라는 이슈는 이번에 있었던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뿐만 아니라 시·도지사, 시·도의원, 기초단체장, 기초의원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핵심이었음이 사실이었으니까 말이죠.


딸 :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무료로 밥 먹게 하는 걸 안된다고 하면 어떡해요?
- 아마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무작정 반대할 수만은 없을 거란다. 이번에 선거결과가 얼마나 높은 사람들을 무섭게 했는지 잘 보여줬거든. 무작정 안된다고 버팅기기 보다는 살살 눈치를 보며 적당히 양보도 해야 될 거야. 엄마, 아빠들이 충분히 고민해보고 열심히 잘 할 것 같은 일꾼들을 뽑아놨는데 더 높은 사람들이 엄마, 아빠가 뽑은 일꾼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엄마, 아빠들이 또 화가 날 테니까. 그렇지?


민선 5기와 함께 선거를 통해 선택받게 된 교육감의 임기가 오는 7월 이후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때를 맞춰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은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협의를 시작하게 되겠지요. 교육청과 자치단체장이 그 당사자들이 될 터인데 자치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시·도의원들 중에는 무상급식을 선거공약으로 내건 인물들이 대거 포진해 있기 때문에 탄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거기까지...... 거기까지는 순조로울 수 있다는 말이지요.

문제는 의회의 승인을 얻어내는 일이 될 것입니다. 단편적인 예로 김상곤 교육감이 경기교육청과 얼마만큼 힘든 싸움을 해왔는지를 살펴보자면 우리는 의회의 승인을 얻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걸 이미,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 어려워 보였던 의회 승인이 6·2 교육감 및 지방선거를 치루면서 완전히 흐름이 바뀌었다는 걸 절감하게 됩니다. 김상곤 교육감에게는 이전까지는 갖지 못하고 있던 힘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실제로 선거기간 중에
무상급식을 주요공약으로 내세우며 김상곤 교육감을 지지해 왔던 도의원들이나 이재삼, 최창의, 최철환, 조평호 등의 진보성향을 가진 교육의원만 보더라도 김상곤 교육감으로서는 든든한 후원의 날개를 달게 된 형국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서울시의 경우는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곽노현 교육감을 반쪽짜리 승리라고 꼬집으며 비판을 하는 일부 언론의 평가를 보면서 실상은 서울시장으로서의 면모보다는 강남구청장에 가까와 보이는 오세훈 시장이 아니냐는 반대의견도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일리가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특히나 서울시의회에서 완벽하게 참패한 정부여당으로서는 8명의 교육의원 중 3명이 진보성향이라는 것도 부담이 될 것입니다.

인천시의 경우는 서울시나 경기도와는 다른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무상급식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송영길 인천시장과 보수성향의 나근영 교육감의 대립구도가 그다지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나근영 인천시 교육감 당선자의 경우에는 보수성향으로 분류되고 잇지만 무상급식에 있어서만큼은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 초·중학생 3분의 2가 밀집되어 있는 서울시·인천시·경기도의 판세는 전국으로의 확산과 파급을 의미하고 있다고 봐야 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과연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풀뿌리의회와 국민의 선택을 무시할 수 있을지, 그렇지 않다면 어떤 형태로 수용을 하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해지고 있습니다.


딸 : 우리 학교는 그럼 확실하게 무상급식이 되는 건가요?
- 응? 아빠가 행정전문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정도를 강제할 수 있을 만큼 힘이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아직 이렇다, 저렇다라고 말을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쪽으로 흘러 갈 것 같더구나. 왜냐하면 충청의 남도와 북도에서의 교육감은 지금 나라살림을 맡고 있는 쪽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도지사로 뽑힌 당선자들이 모두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던 사람들이거든.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