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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파라과이의 16강전. 남미의 이탈리아라는 파라과이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본 축구가 수비형으로 진행될 거란 예상은 어느 정도 했었습니다만 처음부터 무승부를 노리고 나왔는지 두 팀의 공격을 도외시한 수비축구는 정말로 아무런 감흥이 남지 않더랍니다.

그래도 뭔가 하나 터지겠지, 화끈한 골 하나 정도는 있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전·후반 90분을 관전했지만 양 팀을 합해 두세번 정도의 슈팅 기회를 제외하면 그냥 평범한 축구였던 것 같습니다. 골든골이 없어졌기 때문에 15분씩 전·후반 30분을 모두 소화해야 하는 연장전도 다 보았지요. 주심도 지루했는지 몇 초밖에 남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시간이 되기 전에 휘슬을 불어댔고요.

차범근 해설위원도 지적을 했지만 두 팀 모두 중원에서 피 말리는 볼 다툼은 있었지만 골 문전에서는 너무나 조용했던 경기였기에 각 팀을 응원하는 서포트 조차도 하품을 하는 그런 경기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선수들의 모습은 수비에 치중하면 할수록 지쳐가는 것 같았고, 그에 대한 반발과도 같은 부부젤라 소리만 요란했던 경기였기도 합니다.

결론은 전·후반, 연장전까지 마치는 동안 양 팀에서는 그 누구도 득점 하나를 올리지 못했고, 선수로서는 너무나 냉혹한 승부차기에 들어가게 되었지요. 그리고 일본의 세번째 키커로 나온 고만호인지 고만해인지(사실은 고마노 유이치 선수죠?) 하는 선수가 크로스바를 강타하는 헛심을 쓴 탓에 파라과이에게 8강을 내주게 되었고요.

선수들에게는 너무나 잔인한 경기였습니다. 화끈하게 한번 치고 받는 공방전도 변변하게 치러보지 못한 채 그냥 그렇게 마감해야 했으니까요. 관전을 하는 입장에서 오늘처럼 흥분할 수 없는 경기는 정작 선수들에게는 쥐약이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체력소모도 크고 정신적인 압박감 때문에 후유증이 오래 간다고 합니다. 파라과이야 그런 경기에 익숙해져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일본의 축구는 조별 예선을 치르면서 보여준 경기력에 많이 떨어진 경기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혼다 선수를 철저하게 마크하고 있는 다 실바 선수(왼쪽) - 뉴시스


오늘의 MOM은 누가 뭐라해도 파라과이의 다 실바 선수일 겁니다. 통쾌하게 골은 넣어 승리에 기여한 선수도 없고, 선방이라고 할만한 슈팅도 없었으니까요. FIFA에서는 혼다 선수를 선정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본다면 진정한 MOM은 크로스바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쨌든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다 실바 선수의 경기력은 어느 팀이나 탐낼 만한 선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과 오카다 감독의 자랑과 긍지였던 혼다를 혼자의 힘으로 완전하게 헐렁이(?)로 만들어 버린 것만 해도 수훈감일 텐데 후반과 연장전에서는 세트피스 상황을 포함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골 사냥에도 가담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답니다. 최종 수비수의 역할을 하다가도 언제 들어갔는지 일본 팀의 골문을 향해서 헤딩 슛을 날리고 있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으니 그의 부지런함과 헌신적인 플레이에 박수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얼마 전에 혼다 선수를 아시아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 칭송하면서 몸값이 300억원을 넘어섰다고 하는 뉴스를 봤습니다만, 오늘의 경기력을 놓고 보면 요즘 아이들을 상대로 식품회사가 벌이고 있는 사기성에 가까운 과대포장을 닮은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알맹이보다는 포장지가 화려한 그런 과자봉지처럼 말입니다.

일본을 꺾은 파라과이의 8강전 상대는 너무나도 벅차보입니다. 무적함대 스페인과 호날두를 앞세운 포르투갈의 승자와 맞붙게 될 테니까요. 그렇지만 8강전에서도 불탄은 다 실바 선수의 멋진 수비를 눈여겨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오늘 다 실바 선수에게 받은 인상은 강렬했던가 봅니다.

일본의 석패는 안타깝지만 16강부터는 이변의 돌풍은 불지 않을 것 같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세계축구의 정점에 서있는 선수들의 화려한 경기를 충분히 즐기고 싶습니다. 불탄에게는 지금부터의 월드컵이 진정한 축제가 될 것 같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