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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부터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장마철에 들어섰습니다. 하루 종일 오락가락하는 빗소리에 마음은 가라앉고, 이불이며 옷가지에서 전해지는 꿉꿉함은 다소 불쾌감을 안겨줍니다. 어디 잠시라도 바깥 나들이를 원하는 자녀들의 칭얼거림이 짜증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갑자기 각각 우산과 아이스께끼를 파는 두 아들을 둔 엄마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비가 오면 아이스께끼를 파는 아들의 장사가 걱정되고 해가 쨍쨍하면 우산을 파는 아들의 장사가 걱정된다는......

우스개소리로 시작된 이야기였지만 지금은 현대적인 관점에서의 분산투자로 재해석을 하게 되었지요. 두 아들이 각각 판매하는 아이템을 합쳐서 비가 오면 우산 판매에 집중하고, 해가 쨍쨍하면 아이스께끼 판매에 그 날 하루를 올인하게 된다면 두 아들 모두가 두배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으로 말입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비 내리는 날이 많은 장마철을 맞아 기상천외한 판매전략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의 특성을 역으로 이용하여 내점고객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날씨마케팅인 셈이지요.

아무래도 소비자 입장에서의 비 오는 날 쇼핑은 다소 부담이 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번거롭기도 하려니와 이동에 따른 불편으로 쉬이 장바구니를 들지 못하게 되는 거지요. 그래서 비 오는 날에는 아마 온라인몰의 매출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소비자 심리를 탓하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는다면 위에서 언급했던 아이스께끼를 파는 아들의 개념없는 푸념과 별반 차이가 없을 거예요.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고객들의 발길을 매장과 점포로 끌어들여야 하겠지요.


일부 백화점에서는 물품의 구매와 관계없이 우산을 주기도 하고, 일정량 이상의 비가 내리면 물건값을 절반까지 깎아주는 행사를 벌이기도 합니다. 또 최소구매액을 정해 놓고 그 이상의 물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각종 사은품을 나눠주기도 하지요.

물론 이런 종류의 판촉활동은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을 겁니다. 작년에도 버거킹에서는 '레인데이 쿠폰'을, KFC에서는 내점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공짜마케팅'을 선보였던 것처럼 별로 특별할 것이 없어보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식상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일까요? 뭔가 특별한 서비스로 고객감동을 실천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인 백화점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내리는 비에 쇼핑백이 젖지 않도록 비닐을 덧씌워주는 아주 작은 서비스에서부터 인접해 있는 매장으로 이동하는 고객들에게 우산을 씌워주거나 심지어 버스 정류장까지 우산을 받쳐주며 배웅을 해주는 감성마케팅까지 말입니다.

그런가 하면 대형마트를 포함한 생활밀착형 점포에서도 장마철이란 특수한 상황에 맞춰 펼치는 날씨와 감성의 접목이 눈에 크게 들어옵니다. 유난히 비가 오면 더 생각난다는 빈대떡·부침개 재료나 커피와 같은 기호식품을 매장 전면에 디스플레이 함으로써 소비자의 손길이 쉽게 닿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지요.

작년 여름, 독일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아주 특별한 날씨마케팅을 펼쳤습니다. 바로 독일에서 출발하는 자사 항공편을 예약하는 휴가여행객들에게 휴가기간 중 비가 와서 휴가를 망치게 되면 1일 20유로(약 35,000원)씩 최대 10일동안 보상해 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던 거지요. 루프트한자는 이 서비스에 '햇빛 요금제'(sunshine rate)라는 명칭까지 붙여가며 적극적인 판촉활동을 벌였었는데 만일 휴가 내내 비가 내리게 될 경우에는 최대 350,000원까지 보상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까지 타면서 많은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었습니다.

Wash out : Lufthansa passengers can now receive compensation for rainy days on their holidays

관련 포스트 : 루프트한자의 아주 특별한 날씨마케팅 - 휴가여행 중 비오면 200유로까지 보상합니다


앞으로 점점 더해가게 될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포함한 유통업계의 장마철 날씨마케팅이 어떻게 진화해 나가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무척이나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또한 유통업계에서 보이는 날씨마케팅의 백태만상이 루프트한자와 같은 항공사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산업군으로 확대되어 가는 것을 보는 것 또한 커다란 즐거움이 될 것 같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