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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을 넘기고 난 다음부터는 이름도 잊고 살아가더라고.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지 도통 모르겠어.

사실 누군가가 나이를 물어오면 선뜻 대답하지 못하게 돼.
나이까지 잊고 살아왔기 때문이지.

어느새 이름은 아빠가 되어 있던 거야.
어느새 나이는 가장이 되어 있던 거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월드컵의 영광은 스페인이 차지했더군.
네덜란드에게도 결정적인 찬스가 몇 번 있었지.

로벤의 너무나 결정적인, 비야의 아쉬움이 그라운드를 적시었어.
아마 두고 두고 두 선수에게는 후회로 남는 경기가 될 거야.
전 세계인의 그 뜨거웠던 함성이 두 선수에게는 아마 평생을 따라다닐 걸?



내게도 이니에스타의 결승골 같이 화려했던 날이 분명히 있었겠지.
그래,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순간들이 남아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는 거야.



오늘 우연히 보게 된 영상 하나가 월드컵 결승전에 자꾸만 생각나더군.
저 화려한 무대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영상이었어.
어쩌면 로벤이나 비야의 아쉬움과 회한이 더 닮았을지도 몰라.

숨어있는 한 가장의 소망이 너무나 슬펐어.
마지막 순간에 그 가장이 눈에다 가슴에다 담았던 건 아들이었겠지.



동영상 속의 가장은 아마도 아내와 사별을 했던 것 같아.
그러니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의 멋진 성장을 기대했을 거야.
그러니 뮤지션의 꿈을 꾸는 아들을 이해하지 못해 거리로 내몰았던 적도 있었을 거야.



몇년 후 아들의 콘서트 티켓을 받게 된 아빠는 아들이 못내 자랑스러웠겠지.
콘서트 무대에서의 아들은 연주를 하면서도 아빠의 VIP 좌석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을 거야.



갑작스런 사고로 아들의 노래를 듣지 못하게 된 아빠는 무척이나 슬펐겠지.
그동안 미안했다고 꼭 말해주려 했었는데 그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게 얼마나 아팠을까?



보험을 광고하는 CF영상이었지만 마흔 중반을 달리고 있는 내게는 남달라 보이더라고.
가장의 무게감이 더 크게 느껴진 거지.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오늘부터라도 더 열심히 살아가야겠어.
매일을 오늘같이 최선으로 살아가야지.
그렇게 시작하는 오늘이 되어야지.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