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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추억을 그리는 것도 괜찮은 거야.
짭쪼롬한 눈물빛 회한이 밀려와도 상관없잖아.
그렇게 조금 넋을 놓는다고 진짜로 미치는 건 아닐 테니까.

버스 정류장 매표소에서 회수권을 구입할 땐
습관처럼 누렇고 시꺼먼 10원짜리 동전을 바꾸게 되지.
10원짜리 동전이 주머니에서 짤랑대면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어.

주황색 공중전화기에 10원짜리 동전 두개를 넣고는
"뚜~" 하는 소리에 맞춰 일곱개의 다이얼을 순서대로 돌리지.
꿀꺽 삼켜지는 긴장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한 손바닥은 송화기에 갖다 대는 거야.
혹시라도 그녀의 엄마가 받으면 얼른 끊어야 하니까.


가끔은 아주 급하게 약속을 하거나 오늘의 약속을 확인해야 돼.
그럴 때면 지나가는 갈래머리 여학생에게 부탁을 하지.
"저...... 미안한데요. 친구한테 전화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지만 달리 방법이 없는 걸 어떡하겠어.


어쩌다 공정전화기 부스에 사람이 많을 때면 애가 타서 발을 동동 구르게 되지.
"험..... 험...... 에헴......"
앓는 소리를 내며 급하게 통화를 해야 한다는 걸 눈치로 보내지만
연신 몸을 배배꼬며 코맹맹이 소리를 내는 앞사람의 귀에는 수화기로 들리는 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나 봐.


가끔 뉴스에는 공중전화기에서의 사고소식도 들렸었지.
뭐라더라? 눈치를 주는 데도 통화를 너무 오래 한다고 흉기로 상해를 입혔다지?


그치만 그렇게 끔찍한 일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
전화 통화를 대신 해주거나 공중전화기 위에 올려진 잔돈지갑을 찾아주면서 뜻밖의 이성친구가 생기기도 했었거든.





아무튼 1983년의 질서를 강조한 CF에서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공중전화기를 보게 되어 반갑더라고.
이제는 빨간우체통과 함께 거의 볼 수 없게 된 주황색 공중전화기를 말야.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