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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진의 시황제가 자신의 치적을 높이기 위해 쌓았다는 만리장성이 떠오릅니다. 시황제는 북쪽의 흉노족을 막기 위한 명분을 내세우며 전국시대의 연·조·진나라가 각각 축조했던 성벽을 만주에서부터 서쪽의 감숙지방까지 무려 2,400km에 이르는 거리를 연결하고, 보수를 하여 완성을 시켰습니다.

물론 이 시대를 살았던 백성들로부터는 하늘을 찌를 듯한 원망을 들었겠지요. 그러한 불만은 시황제가 죽자마자 전국적으로 일어난 농민반란이란 형태로 분출되었을 것이고, 초나라의 후예인 항우에게 멸망당하는 수모를 겪게 되지요. 결국 항우 역시 채 5년을 버티지 못하고 신흥귀족의 대표격이었던 유방에게 패퇴하게 됨으로써 중국 역사에 한나라 지배 시대가 열리게 되었고요.

그러고 보니 불탄이 27, 8년 전 세계사 시간에 전국시대를 대표하는 국가로서 맹위를 떨쳤던 7웅을 "연초(담배)제조를 위한 진나라"로 외웠던 요령을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나 봅니다. ^^

진의 시황제와 관련된 이야기는 정사나 야사를 통해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그만큼 비밀에 쌓여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은 더욱 많을 것입니다. 지금의 제주도까지 사람을 보내 불로초를 구하려 했던 것을 보면 불로장생에 대한 집착도 광적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그 시대 백성들로서는 쉬지 않고 떨어지는 토목공사 동원령에 이를 갈면서 시황제의 몰락과 죽음을 원했을 거란 생각을 하니 화려함 속에 가리워진 비참함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오늘 환경운동연합은 언론을 통해 엄청나게 뿔나 있음을 표명하고 나섰습니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책정된 예산 22조 원 중 8조 원을 부담하는 수자원공사가 수도세에 취수부담금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함으로써 정면으로 반발하고 맞설 수 있는 명분을 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의 투자비를 국민이 마시는 수돗물 값을 인상하여 보전하려는 의도가 명백한 만큼 그동안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수돗물 값 인상 의혹을 계속 부인해온 정부는 국민을 상대로 거듭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주장인 것이죠.

정황상으로 정부는 이에 대한 의혹을 쉽게 풀어낼 수는 없어 보입니다. 이에 대한 각 언론매체의 기사나 컬럼들을 보더라도 심증 뿐만 아니라 구체적 사실내용까지 첨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 환경운동연합이 언론을 통해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진짜로 뿔난 이유를 밝혔는데 대략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수자원공사의 ‘2010년 제2회 전국확대간부회의’ 내부 문건에 4대강과 경인운하 준공 이후 성장전략으로 취수부담금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미 국토부와 잠정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의 22조 원이란 막대한 예산 중 8조 원을 수자원공사에 떠넘기며 사업비가 줄어든 것처럼 홍보해 온 정부가 이 8조 원을 회수할 방법이 없는 수자원공사의 이익 보전을 위해 취수세에 대한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에 대한 더욱 큰 문제점은 국민에게 물 값을 올리는 것으로 공기업이 투자한 금액을 환수하려는 것 자체가 잘못된 데다가 이러한 의혹을 제기해 온 국민에게는 그동안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는 거짓말로 우롱해 왔으니......

정녕 이 삼복더위에 입메 맞지도 않는 우롱차(?)나 진탕으로 퍼 마셔야 하는지 불탄의 가슴에도 불길이 일어나네요. 좀더 살펴보도록 할까요?

이미 우리 국민들은 4대강 취수원 주변과 상류의 수질 개선을 위해 수도요금의 약 27%를 물이용부담금으로 납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헉! 수도요금영수증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어서 지금까지 몰랐던 걸까요? 아니면 지방마다 조금씩 다른 걸까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수원인 한강과 낙동강, 금강에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물의 질은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남한강은 최대 9.9배까지 흙탕물 농도가 높아졌고, 낙동강에서는 준설토 속 중금속이 대책 없이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물이용부담금을 거부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 수자원공사의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국민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지요.

지금 이 시간에도 4대강 사업 중단과 논의기구 구성을 주장하며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보 위에 올라 있다고 합니다. 정부는 모르쇠와 요지부동의 적절한 조화로움으로 밀어붙이기 행정을 감행하고 있고요. 어떤 면에서는 오늘 발표된 서울시의 도시가스 소폭 인하발표도 국민들에게 "어르고 뺨 때리기"의 고차원적인 비즈니스일지도 모를 거란 생각에 미치게 되니 답답한 마음에 울분까지 쌓여 갑니다.

CEO 대통령은 국민을 섬겨야 하는 정치인과 관료들에게도 "마지막 직장으로 알고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를 했습니다. 그 당부의 말 속에는 대통령직도 직장으로 여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정치와 종교, 부부관계에 있어서 만큼은 절대로 의견을 피력하지 않겠다던 평소의 신조를 불탄 스스로 깨뜨릴 수밖에 없는 날이기에 무척이나 허망하게 느껴지는 오늘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