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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히 짧은 시간의 편린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색깔이 되고, 또 향기로 흩뿌려지고, 소리와 빛으로 남게 되겠지
결국 어떤 의미가 되어 존재하는 걸 거야.

마른 침을 억지로 넘기려 할 때마다 목이 아파 와.
하고싶은 말을 수도 없이 참게 되면 물울대가 얼얼해지지.
그래도 너무나 소중하기에 아끼고 숨기는 게 꼭 하나 있어.

어쩌면 그냥 말로 소리내는 게 편했을 거야.
그래! 수없이 몸짓으로 표현하는 게 훨씬 간단했을 지도 몰라.
그치만 굳이 어렵게 참아내고 숨겼던 것은
소리나 모양을 빌려서도 온전히 전하지 못할 만큼
가슴을 차지했던 내 사랑이 컸던 탓일 게야.





시간은 흐르는 거지.
찰나의 편린들을 이어 맞춘 듯 그렇게 시간은 이어지는 거야.
내게서 젊음과 용기와 건강을 앗아 간 대신
소중한 이들과의 이별을 준비케 하는 것.
바로 그게 인생일 거야.


병상에서 호흡기에나 의지하게 될 그 어느 날이 오면
내 손을 잡아주고 눈물을 흘려줄 이가 있을까 싶어.
소망하는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남겨질 이들은 절대로 아파하지 않기를.
그리고 차마 그런 부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이가 있다면
그이는 아마 가진 것 다 주고도 항상 부족해서 미안해 했던 내 딸이 될 테지.


혹시라도 함께 했던 시간의 강 저 편에서
위태하게 가물거리고 있는 그때를 언제까지 기억해줄까?
처음 자전거를 배우던 그날도 내 손은 너를 놓을 수 없었을 테지.
어쩌면 순백의 신부였던 네 손도 끝내 놓아주진 못했을 거야.
결혼이란 현실은 키스의 달콤함보다 훨씬 버겁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시간의 편린들이 끝도 없이 이어져야만
영원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아직도 채 알지 못한다만
그래도 그와 가장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면
그건 아마도 딸을 아끼는 아빠의 마음일 게야.
그 마음을 사랑이란 말을 빌어와 쓸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영원한 사랑일 게야.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