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엄마보다 더 억척스러우면서 안쓰러운 그 이름
불탄의 샵과 플랫/살며 생각하며 : 2010. 9. 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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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서있으면 앉고싶어집니다. 또 앉아 있으면 눕고싶어지지요.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불어나는 뱃살에 대한 부담감도 잊어버린 채 말입니다.
생활에 있어서 이런 류의 경험은 아주 많은 곳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벼락 맞을 생각이겠지만 지난 주까지는 너무나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다보니 곳곳에서 들려오는 태풍의 피해에도 불구하고 "비나 좍좍 퍼부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번 주에 들어서면서부터 제법 서늘한 기운을 느끼기 시작하다보니 벌써부터 "올 추위는 어떻게 버텨내야 할지…" 걱정이 앞서게 되는군요.
우리 사회나 경제에 있어서 "워킹맘"에 대한 이야기가 꽤나 많이 들려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입에 비해 지출이 많은 생활구조상 외벌이만으로는 정말 살아가기 힘든 환경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니 전업주부의 개념이 점차 희박해지면서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강제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되었고 용감무쌍한 워킹맘들의 이야기도 자주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다소 무거운 주제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워킹맘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워킹맘이라는 말, 듣기만 해도 가슴이 아려옵니다. 가정에서 출산과 육아에만 신경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진대 사회생활까지 병행하려면 그야말로 원더우먼이 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그런데다가 맞벌이 가정의 애로를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어쩌면 맞벌이를 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가정에서는 그 고통마저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지요. 꼭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대한민국 가정의 출산율이 1.2이 채 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쉽게 보아넘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정부에서도 저출산을 양산하고 있는 사회의 모순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펴고 있지만 실효성에 있어서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산 및 육아휴직의 대상을 확대하고, 유급 및 무급휴직의 기간을 늘여 나가고, 출산 및 육아 보조금 지급을 늘려나가는 것보다 실제 가정에서 출산 및 육아로 인해 받게 되는 부담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산주의가 아닌 바에야 자녀를 낳아 키우는 것을 정부나 지자체, 사회단체에 요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온전히 부모의 몫인 거지요. 그러니 정부나 살고 있는 지역의 지자체를 향해 "이것 해달라, 저것 해달라"라고 무작정 요구하며 징징거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허나 곳곳에서 보이고 있는 초고령화사회의 많은 폐단이 점점 심화되고 있기에 정부에서는 출산율을 증대시키기 위한 정책을 계속적으로 펼치고 있으며, 연간 엄청난 비용을 출산장려정책에 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만큼 국민의 세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실효성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최근 정부는 공무원 조직을 비롯하여 기업이나 단체에 여러가지 주문을 하고 있습니다. 모유수유를 위한 시설이나 놀이방을 비롯하여 각종 육아시설을 사업장에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기도 하고, 세제상의 혜택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휴직 때문에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를 막기 위한 정책도 속속 내보이기 시작하고 있고요. 출산장려금이나 육아·보육과 관련한 지원제도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허나 실제로 워킹맘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정책의 공포나 발표가 아니라 실행이 되고 있느냐에 대한 여부일 겁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대한민국 워킹맘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워킹맘들이 출산 및 육아로 인해 겪게 되는 주요 갈등요소로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조직분위기, 조직에서의 성장비전 부족, 모성보호제도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없는 현실, 워킹맘과 상사·동료 간 인식의 차이,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한 지원 부족, 보육기관의 질과 비용의 문제, 남편의 미흡한 가사분담 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옳은 지적이고, 또 지금까지 경험을 통해 충분히 알고 있었던 내용들입니다. 또한 워킹맘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주장할 수 있는 것들이고 선진경제·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사안들일 겁니다.
퇴근시간 이후나 주말의 돌발업무발생, 의미없어 보이는 잦은 회식, 출산 및 보육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휴가·휴직에 대한 따가운 시선… 좀팽이처럼 이런 것까지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현실적으로 국가 공무원 조직이나 여성근로자에 대한 복지정책이 잘되어 있는 일부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워킹맘에게는 자주, 그리고 수없이 반복되는 부담들은 산재해 있을 겁니다. 이와는 반대로 대다수의 조직사회에서는 업무의 효율성이나 조직구성원의 화합, 형평성의 원리를 고려하자면 주저할 수밖에 없는 것들도 많을 테지만 말입니다.
워킹맘의 출산 및 보육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다는 것은 곧 국가와 기업, 가정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따라서 정부와 단체, 대다수의 기업, 그리고 가정이 개별적인 주체로서가 아니라 포괄적 주체라는 관점에서 절대적인 협력과 노력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기업에서는 내부고객 또는 직원고객에 대한 배려의 차원에서라도, 그리고 미래의 잠재고객확보의 차원에서라도 워킹맘에 대한 복지개선에 주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탄력적 근무시간, 재택근무 등과 같은 방안도 많이 거론되고 시행되고 있다는 것도 고려할만 할 것입니다.
또한 정부에는 각종 출산 및 육아에 관련된 지원제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여 수혜계층이면서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상자들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며, 영·유아와 어린이집, 그리고 유치원 이후의 교육이 각각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그리고 교육과학기술부 등 3개 부처로 편성해 놓은 것을 정책의 중복이나 누락이 없도록 점검해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그나마 용어마저도 "돌봄서비스", "돌봄교실"과 같이 비슷하면서도 해당 관리부처가 다르다는 것이 부모 입장에서는 다분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관련 포스트 : 정부의 보육·교육정책과 서민들의 생활경제]
가정에서도 남편의 미흡한 가사분담과 관련된 문제만큼은 부부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왈가왈부할 것까지는 없겠습니다만, 인식의 변화는 필요할 것입니다. 다만, 앞으로는 "워킹맘" 뿐만 아니라 "워킹대디(이런 용어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에 대한 인식도 함께 해나가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빠만 있는 한부모 가정도 분명히 있고, 또 엄마의 사회활동이 주가 되면서 아빠가 자녀에 대한 보육과 함께 경제활동을 하는 가정도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워킹맘에 대한 포스트는 여기까지입니다. 원래 쓰고싶었던 내용에 비해서 많이 빈약하고 부족하기만 해서 부끄럽기도 합니다. 아마도 날씨가 전해주는 감성 때문에 너무나 쓸쓸했졌던 탓인가 봅니다. 조만간에 더 좋은 내용으로 다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