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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자익(善游者溺)"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헤엄을 잘치는 사람이 물에 빠진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 말은 "회남자(淮南子)"의 "원도훈(原道訓)"에 나오는 "夫善游者溺 善騎者墮 各以其所好 反自爲禍"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즉, 물에 빠져 죽는 사람이나 말에서 떨어져 죽는 사람은 무척이나 드물겠지만 그 사람들 태반은 헤엄을 잘치거나 말을 잘타는 사람이니 자기가 가진 재주를 과신하며 까불지 말라는 뜻인 거죠.

그런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살펴보면 자기가 가진 알량한 재주만 믿고 거만을 떤다든지, 스스로가 가진 그릇으로는 감히 담지도 못할 큰 욕심에 신세를 망치고 있는 부류가 눈에 들어옵니다. 하늘이 내린 그 재능만 보자면 누구나 선망하는 것일진대 자기의 것이라 하여 잘못 사용하고 있으니 상대적 박탈감에 앞서 측은한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게다가 그러한 재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아껴주고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까지 묵살하는 걸 보면 더욱 그러하지요.

지금 이 시간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한두 번 정도는 해봤을 겁니다. 억압받는 계층의 하소연이요, 못(덜)가진 자의 덧없는 넋두리일지도 모르겠지만 허나 실제 사회생활이나 조직생활을 해보면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관행에 엮이게 되는 것이 다반사이니 온전히 그에 있어 초연할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어떤 사람이 가진 재주나 재능은 수입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굳이 물질만능주의까지 들먹이지는 않더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 중에 하나가 경제활동을 통한 수입에 있을 터이니 무시할 수는 없을 거에요. 그런데 하늘이 내린 재능을 가진 소수의 인기인들에게는 범인(凡人)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거금도 아주 쉽게 벌어들이고 있는 것 같아 하냥 부러워지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그런 인기인들에게는 그만큼의 인기를 얻을 수 있을 때까지 나름대로 노력을 했을 터이니 인정할 수밖에요.


작년 9월의 대기업 평균 초임연봉이 2,713만 원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6월 기준으로는 3,193만 원이었고요. 이 금액도 대기업을 기준으로 한 것이니 대부분의 경제인력이 포진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나 개인기업의 근로자들은 이에 훨씬 못미치는 연봉으로 생활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나마 청년실업이 심각한 요즘이고 보면 1년에 2,500만 원 정도의 보수를 받고 근무하는 것도 생각에 따라선 큰 행복이 될 수도 있을 거고요. 이렇게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되고, 경험이 쌓이면서 커리어도 키워갈 테고, 더 큰 어떤 목표를 향해 어떤 시도를 하게 되겠지요. 그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이 결혼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자기분야에서 체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는 창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며, 전문가 그룹으로 편승되면서 발전을 꾀하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길을 걷고 있겠지요.

지난 달 말, 한 취업사이트에서는 국내·외 신입사원 359명을 대상으로 "초임연봉 만족여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었지요. 응답자 10명 중 6명이 자신의 초임연봉은 저평가 되고 있으며, 저평가된 금액의 정도는 평균 835만 원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 같은 결과는 기업의 인사담당자의 의견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업에서는 대졸 신입사원의 적정급여로 월평균 185만4,000원(연봉 2,224만원) 정도라고 밝혔으니까요. 말 그대로 이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신출내기 직장인들에게 거는 능력에 대한 기대치보다 취업대상자들이 갖고 있는 자신에 대한 과신이 크다는 뜻일 거에요.

어쨌든 연봉이 2,500만 원이든 3,500만 원이든 그 수입에 맞게 살아가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나름대로 수입과 지출을 지혜롭게 관리하여 개인의 생활을 윤택하게 꾸려갈 수 있는 능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대인 거죠.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도 많은 이들은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저축과 재테크, 미래에 대한 투자를 쉼없이 해나가고 있다는 것은 다분히 희망적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이 가진 재주를 바탕으로 남들의 1년 연봉 만큼을 매주 벌어들이고 있는 연예인의 기행이 매일 이슈가 되었던 한주였습니다.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리지만 지닌 바 재주에 걸맞는 생활로 행복할 수 있다면 그 또한 하늘이 내린 또 다른 축복일 겁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에 있어 최선을 다한다면 하늘도 그 뜻을 헤아려(盡人事待天命) 충분한 재물을 내려줄 테지요.

오늘은 로또 추첨일입니다. 몇 회차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가진 바 재주와 재능이 부족한 불탄으로서는 거금 5,000원을 투자해 볼 요량입니다. 비록 지금까지의 인생에 천운은 따르지 않았지만, 소시민 불탄도 몇 시간이나마 부자가 되는 행복한 상상에 빠지는 호사를 누려볼 생각입니다. 이웃님들께서도 행복한 꿈이 함께 하는 주말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