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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이번 주부터 날씨가 추워질 거란 기상뉴스를 접하고는 바쁘게 보건소를 찾아 나섰습니다. 생후 4주 이내에 접종을 권장하고 있는 BCG를 태어난지 20일째 되는 우리 셋째딸에게도 접종시켜야 될 것 같아서였죠. 배냇저고리에 속싸개, 겉싸개까지 갖줘 혹여라도 아기에게 바람이 들지 않도록 잘 여민 다음 아내와 함께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보건소로 향했습니다.

아홉시를 꽤 넘긴 시간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일찍 서둘렀다고 했는데도 벌써부터 계절 독감이나 B형 간염 등의 예방접종을 위해 방문한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더군요. 아내의 철분약 수령을 하기 위해 방문했던 모자보건실 쪽으로 방향을 정하니 신생아에서부터 제법 큰 아기들, 그리고 유치원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까지 다양하게 볼 수 있었고요.

아내가 BCG 접종을 위한 예진표를 작성하는 동안 불탄은 아기를 안고 있었지요. 차례가 되어 청년 의사에게 아기의 예진을 받게 되었는데 무신경하게 이마에 온도계를 갖다대는 행동이나 결핵 예방접종 카다로그를 꺼내 펜으로 '밑줄 쫙'을 해가며 설명하는 행동은 무척이나 거만해 보였습니다. 게다가 이제 서른 정도로 보이는 젊은 의사가 찍찍 내뱉는 말투는 은근히 신경을 긁고 올라오더군요. '에혀~ 그래, 너 잘 났다!' 라는 말만 속으로 내뱉으며 번호표를 뽑아들고 접종실로 들어갔지요.


예방접종실에는 두 명의 여의사가 있었는데 무척이나 친절했습니다. 배냇저고리에서 아기의 왼쪽 팔을 꺼내면서 BCG 접종을 하기 위한 바른자세를 설명해 주더군요. 의사가 알려준대로 아기를 무릎에 세워 앉힌 후 왼손으로는 아기의 몸을 감싸고 오른 손으로는 아기의 왼쪽 귀 근처의 얼굴을 받쳐 안으니 의사가 왼쪽 어깨 부근에다 주사를 놓기가 수월해지더랍니다.

그런데 주사를 놓기 전에 의사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큰아이와 작은아이에게 접종했던 방법과 셋째아이에게 접종하려는 방법이 서로 다르더군요. 큰아이와 작은아이에게 접종했던 건 경피다천자법이라고 하는 방법이었는데 이번에 셋째아이에게 취해진 방법은 피내주사를 하는 피내법이라고 하더랍니다. 병원과 보건소의 BCG 접종방법이 서로 다른 것 같았습니다. 큰아이와 작은아이의 왼쪽 팔에는 지금도 정사각형 형태의 부위에 몇 개의 바늘침 자국이 무협지에 나오는 스님의 이마에 새겨넣은 계인처럼 찍혀있는데 반해, 셋째아이 경우에는 주사바늘을 피부에 살짝 꼽은 다음 들어올리면서 주사를 하더라고요.

혹시나 나중에 어깨에 불주사 자국 같은 것이 남겨지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는 불탄의 귀에 의사의 말이 전해 왔습니다. 아기가 칭얼거릴 수도 있고, 겨드랑이나 목에 망울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하더랍니다. 허나 고름이 생기거나 하더라도 한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치유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따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던군요. 가끔 그 망울이 1년 이상 남아있는 아기도 있을 수 있지만 특별히 따로 치료할 필요는 없다는 말과 함께......

BCG 접종을 의식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집에 돌아와서부터 하루가 더 지날 때까지 아기의 칭얼거림 때문에 조금 고생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기를 안아주다 보니 혹시라도 손을 타게 되는 건 아닐까 싶은 걱정도 살짝 들더라고요.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겠지만 아기가 찡찡대기라도 할라치면 온갖 걱정을 하게 되지요. 이미 두 아이를 키워 온 경험이 있는데도 그런 면에서는 좀처럼 면역도 생기지 않는 것 같더랍니다.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 건 아닐까 싶은 마음이 시시각각 들게 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그래도 어제 밤부터는 안정을 찾았는지 분유도 지금껏 먹던 양에서 20ml를 더 늘려 100ml를 먹기 시작했고, 트림이나 변도 잘 보고 있으니 너무나 다행입니다. 게다가 밤에는 잠도 잘 자주니 너무나 고맙기도 하고요. 아무쪼록 망울도 생기지 않고, 이상반응이나 증세도 없이 예쁘게 곪고 깨끗하게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런 흉터도 남겨지지 않도록 말이죠. 아기가 예쁘다면서 서로 안으려 하는 두 언니와도 언제까지나 사이좋게 우애를 나누면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해줬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보는 오늘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