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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태어난 지 한달이 되면 B형 간염 2차 접종을 해야 합니다. 불탄의 셋째아기가 한 달째 되는 날은 지난 토요일이었는데 소재지(청주시 흥덕구) 보건소의 예방접종은 평일 오전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부득이 이틀 늦은 월요일에 방문하게 되었지요.

얼핏 들은 뉴스에서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인기를 더하고 있는 아이들의 내복에 대해 보도를 하고 있더군요. 알레르기나 아토피와 같은 자극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는 좋은 소재는 기본이고, 보온과 보습 기능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까지 강조하면서 말입니다. 하기사 내 자식에게 가장 좋은 것만 주고 싶어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려니 이왕이면 좋은 소재와 뛰어난 기능, 화사한 디자인까지 갖춘 내복이라고 한다면 불탄도 역시 기꺼이 지갑을 열게 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불탄도 휴일 늦은 밤부터 내린 비와 함께 기온도 많이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집을 나서기 전에 아기에게 내복을 입히고, 속싸개와 겉싸개로 바람이 들지 않도록 채비도 단단히 했습니다.


수시로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고, 집안 공기도 따뜻한 편이라 그동안은 배냇저고리만 입혔던 아기에게 외출을 핑계 삼아 처음으로 내복을 입혔더니 그것도 옷이라고 조금은 더 야무지게 보이더랍니다. 내심 흐뭇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나름대로 일찍 나섰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보건소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계절이 계절인 만큼 독감예방주사를 맞기 위한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보건소의 젊은 직원 하나가 50세 이상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별도로 마련된 접종실의 위치안내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독감예방접종 권장기간(?)인 것 같았습니다.

지난 번 BCG 접종을 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아내가 예진표를 작성하고 있는 사이에 불탄은 아기를 안아든 채 예방접종실 순번대기표를 뽑아들고 차례를 기다렸고, 마침내 순서가 되어 예진을 받게 되었을 때에는 지난 번 BCG 접종 때 불쾌한 감정이 들었던 그 젊은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의사의 간단한 기록이 남아있는 예진표와 순번대기표를 들고 예방접종실 앞에서 차례가 되기를 기다리는데 독감예방접종을 담당하는 여의사가 대기자들에게 접종비 납부에 대한 안내를 함께 하고 있더군요. 혹시나 싶어 수납창구로 다가가 B형 간염 예방접종비도 내야 되냐고 물어보니 "그렇다."는 답변이 들려오길래 얼른 예방접종비 2,000원을 납부했습니다.

예방접종은 지난 번 BCG 주사를 해주셨던 여의사가 맡아 주셨는데 아내가 내민 아기 건강수첩과 예진표, 순번대기표, 그리고 수납영수증을 한 차례 훑어본 그 여의사가 수납영수증을 가리키며 "이 예방접종, 애기한테 할 거죠?"라고 묻더군요. 당연히 "네!"라는 짧은 대답을 마친 아내는 "그럼 접종비는 무료인가요?"라고 다시 물어보았죠. 차분한 웃음으로 긍정의 뜻을 보이던 여의사는 수납한 금액 만큼 다시 환불받으라고 하더랍니다. 그 말을 들은 불탄과 아내는 서로의 무안해진 얼굴을 쳐다보며 어색한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지요.

왼쪽 허벅지에 주사바늘을 꼽힌 아기가 아주 잠깐 동안 울음소리를 내는 것으로 무사히 B형 간영 2차 접종을 마칠 수 있었지요. 이후 아기의 옷매무새를 고치고 다시 속싸개와 겉싸개로 바람이 들지 않도록 잘 여민 다음 여의사가 돌려준 아기 건강수첩을 살펴보니 한 달 뒤인 다음 달 6일에는 DTaP(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와 폴리오 IPV 예방접종이, 그리고 B형 간염 마지막 3차 접종은 5개월 뒤인 4월 6일로 잡혀 있더군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보건소가 있다는 것과 국가에서 지정한 필수예방접종 만큼은 무료 또는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큰딸의 경우에는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든 게 걱정스런 상황이었는지라 동대문에 있는 이화여대동대문병원까지 다녀오려면 왕복 택시요금 30,000원에 예방접종비도 매번 50,000원에서 80,000원 정도씩 들었었는데 말이죠.

어쨌든 이렇게 늦은 밤이 되고, 새벽이 오는 시간까지도 칭얼대지 않는 걸 보니 이번의 예방접종도 편안하게 넘어갈 모양입니다. 그저 고맙고 감사한 오늘입니다. 언제까지나 오늘처럼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주기만 바랄 뿐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