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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뉴스를 보니 직장인들 66%가 "파랑새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하더군요.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기고 싶어 하는 사람이 3명 중 2명 꼴이라는 말인데, "평생직업은 있어도 평생직장은 없다."는 말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더 좋은 직장"에 대한 기준에 있어서도 급여가 가장 우선순위에 있었으니 "왜 직장을 다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하는 거겠지요.

맞는 말입니다. 우리가 내면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을 아주 솔직하게 표현하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게 되는 답변들일 겁니다. 물론 업무를 하는 중에 위와 같은 질문을 직장 오너나 상사가 물어본다면, 그리고 취업을 하기 위해 나선 면접장에서 면접관이 물어본다면 뭔가 그럴 듯한 말로 조금은 포장을 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일단은 취업이 우선 되어야 할 것입니다. 회사는 인재가 없어 난리를 치고, 구직자들은 뽑아주는 회사가 없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11월은 전통적으로 대규모의 공채가 진행되는 입사시즌이니 만큼 그에 따른 구직자의 마음도 무척이나 분주해지는 시기입니다. 어쩌면 오늘 수능시험을 치르느라 수고하고 있을 수험생들보다 더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구직자들은 평소에 일하고 싶어하던 회사가 혹시나 구인공고를 내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에 꼼꼼히 구인공고를 훑어보면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다 괜찮은 인턴십 자리라도 발견할 수 있다면 일단 응시나마 할 수 있을 테니 다행이겠지만, 7급 공무원과 같은 자리는 이른바 샐레던트라 불리우는 수많은 넥타이부대와도 경쟁을 치러야 하니 그만큼 어렵고도 힘든 싸움이 될 겁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채택하는 것이 바로 "인턴십 제도"일 겁니다. 이미 많은 뉴스를 통해 인턴십 제도의 허점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 많은 것을 보면 한두 달에서부터 6개월, 혹은 1년까지 이어지는 이 인턴십 기간을 통해 자사에서 필요한 인재인지 충분히 검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작용하기 때문이겠죠. 반대로 인턴사원들로서는 자신의 적성이나 업무능력을 되짚어 볼 수 있기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또 언제든지 실무를 수행해 갈 수 있는 준비를 다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허나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인턴십 제도의 허점은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인턴사원들에 대한 역할을 마련해주지 못하는 조직의 문제가 가장 큰 구멍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시쳇말로 각종 허드렛일로 하루를 소진시키는 조직이 많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인턴사원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거나 귀찮아 하는 경우가 많고, 인턴사원 입장에서는 뚜렷이 해나가는 업무가 없기 때문에 성취감이나 동기부여가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쉽게 "포기"라는 유혹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거겠지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인턴십에 참여했던 구직자가 정규직원으로 채용되지 않았을 때 그들이 갖게 되는 부정적인 생각이 기업으로서는 지극히 위험하다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나쁜 인식은 해당 기업에서 만든 제품을 외면하는 소비자행동으로 이어지게 되고요. 기업의 입장에서는 항상 가장 경계하면서도 존중해야 할 존재가 바로 자사직원들로 이뤄진 내부소비자집단이라 할 수 있을 터이니 심각하다 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이러한 결과는 기업에서 운용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에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인턴십 제도에 참여하는 구직자의 대부분은 정규직 직원으로의 채용을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중에는 실무경험을 쌓고 싶거나 관련분야에 취업할 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 때문에 응시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요, 당장 몇 개월이나마 급여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응시를 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말이죠.

허나 한 가지 기업에서는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인턴사원들은 서류전형에 이은 한두 차례 면접으로 채용이 거부된 인력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도 그들은 인턴기간 몇 개월 동안을 출·퇴근과 함께 나름대로의 업무를 보면서 정규직원에 대한 꿈을 가졌던 반쪽짜리 직원이었다는 거죠. 그러니 인턴십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으로서는 그들이 느끼는 상실감이나 실망감을 충분히 다독거려줄 뭔가가 갖춰져야 할 겁니다. 그 "숙제"를 빨리 푸는 것이야 말로 정규직원 채용에서 탈락한 인턴사원들이 "안티 소비자"로 변모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상의 방안이 될 것입니다.



Posted by 불탄